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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청탁
경기도교육청에서 건립한 도서관이 10곳 있다.
그리고 경기도의 모둔 초, 중, 고 합하여 2230개의 학교가 있는데
그곳에 매달 보급되는 월간도서잡지가 있다. 지난 주일에 관계자자 학교를 방문하여 책읽기에 관한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부탁을 받고 매우 곤란하다고 거절하였으나 시리즈로 게재되는 것이고 이미 여러분이 썼다고 하셔서 마지못해 수락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 호에 쓰신 초등학교 교장님은 5000권의 책을 읽었다는 말로 시작하여 처음부터 주눅이 들었다.
하여튼 수락했으니 부끄럽지만 대강 썼다. 쓰고 보니 더욱 부끄럽다.
<오늘 교정에서 월간 도서에 보낼 사진 찍었습니다. > ㅎㅎㅎ~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영상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영상매체는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설명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자는 다릅니다. ‘토끼’라고 써 있는 문자는 토끼와 생김새도 비슷하지 않고 전혀 다른 기호입니다.
그러나 ‘또끼’라는 문자는 토끼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문자를 보는 순간 상징하는 사물을 상상하면서 개념을 떠올립니다.
결국 문자를 보면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의 힘이 새로운 창조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어휘력이 높다고 할 때는 낱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많이 알고
그 어휘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종합적 능력이 높은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어휘는 개념의 세계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어휘력이 높다는 것은 개념의 세계를 많이 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으면 개념의 세계가 넓어져 독서를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하나요?
소설 읽기를 권합니다. 소설은 종합문학양식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가지 글의 양식이나 서술방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붙고 언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긴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김훈의 남한산성 중에서-
“단풍나무 땔감에서 스며나오는 수백년 묵은 여름 햇빛이 난로 속에서 즐겁게 타고 있었다.”-중략
“시냇물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세요. 시냇물은 언제나 웃어요.
겨울에도 얼음 밑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요.”-몽고메리의 빨간머리앤 중에서
위 두 글은 모두 소설이지만 읽는 동안 서정 가득한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아름다운 시를 읽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들도 그렇습니다.
뿐만아니라 소설은 대중적 호소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또 어휘력, 표현력, 판단력, 추리력, 비판력, 상상력 등 인간 특유의 언어적 사고능력을 키워줍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소설 읽기를 통한 언어능력의 향상이 모든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자신의 학문을 엮어나가는 바탕이 됩니다.
소설 중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고전 읽기는 필수입니다.
자기계발서는 가능한 피해야 합니다. 몇 년 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배려’라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저도 읽어보았는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많은 독서를 통해 광범위한 인문학적 소양을 습득하고,
몸소 궁행을 통해서 남을 존중하는 가운데 인격이 형성되는 것이지
‘배려’라고 하는 책 한권을 읽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품이 길러지지는 않습니다.
신문읽기를 권합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넘칩니다.
그러나 검색엔진들을 보면 첫 화면에 선정적이고 감각적이며 즉흥적인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감각적인 화면장식입니다.
그러나 신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훈련된 기자가 편집회의를 거쳐
그날의 가장 중요한 보도 자료를 중요 순서대로 화면을 장식하는 것입니다.
상촌중학교의 특색 있는 독서교육은 무엇인가요?
모든 학교에서 필독도서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상촌중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필독도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10권의 필독도서를 정하고 나머지는 권장도서로 정했습니다.
시집이 1권 있고 역사서가 1권, 나머지 8권은 소설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전교생이 1년에 최소한 10권의 필독도서는 꼭 읽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인류문명의 자취를 10권으로 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중학교 2학년 때 헤밍웨이 전집을 모두 읽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이불 속에서 읽으면서
로버트조던과 마리아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읽었어요.
사실 학생시절에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지요.
스무살 때 영국 소설가 섬머싯모옴(Somerset Maugham)의 ‘면도날’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금년에 ‘면도날’을 다시 읽었어요. 읽고 나서 독후감을 A4용지로 13쪽이나 타자하였습니다.
면도날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갖고
구원으로 가는 고단한 여정에 오른 한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청년 래리는 전쟁에서 친한 전우가 죽는 것을 보고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행복한 삶의 길을 포기하고
머리와 가슴 모두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인도의 아수라마로 이어지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래리는 브라만의 우파니샤드에서 해답을 얻습니다.
래리는 직장에도 나가지 않고 대학도서관에 틀어 밖혀 책만 읽습니다.
약혼자 이사벨이 찾아와 시카코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자고 결혼을 재촉할 때 래리가 하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내가 제안하는 삶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줄 수만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정신세계가 나를 부르고 있어
난 그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 거기서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 싶어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지도
또 내게 불멸의 영혼이 있는지 아니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지 알고 싶어”
저는 소설 속의 결말보다 주인공 래리의 삶의 방식을 흠모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저는 오솔길을 걸을 때나 찻집에서 창밖을 내다볼 때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저는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인가?’ 라는 것보다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왜 사는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면도날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