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정원 님

정원님께서 내 식성에 관한 글을 읽으시고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가지셨다면서


글을 보내오셨다. 정원님은 지난해 수필집을 내셨는데 글이 유려하고 아름다워 문단에서도


오랜만에 좋은 수필이 나왔다고 축하하고, 독자들도 많이 확보했으며,


너도 나도 좋은 책이라고 돌려가며 읽는다는 소문이다.


정말이지 정원님이 나에게 글을 보낸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정원님의 글>


 


선생님의 글을 보다보면 사고방식도 그렇고, 오늘같이 음식에 관한 글을 접할 때도 저랑 많이 비슷함을


느껴 마치 동지애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ㅎㅎ


 


저는 바다가 인접한 인천이 고향인데도 불구하고, 날생선은 아예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익힌 생선들은 좋아합니다. 특히나 갈치, 조기, 우리 자랄 땐, 밴댕이 구이도 좋아했구요.


엄마가 아지라는 생선 졸임을 자주 해주셨구요. (고등어와 비슷한데, 고등어보다는 약간 작습니다.


고등어보다 비린내가 덜하지요.가격도 저렴하구요) 뱅어포 구이도 자주 해주셨고…


가자미, 박대, 망둑어/ 같은 생선을 주로 파, 마늘, 양파 등을 잔뜩넣어 졸여주시는 걸 잘해주셔서


그런 생선들을 맛있게 먹으며 자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선은 당연히 굽거나 졸여서 먹는 걸로만


알고 자랐어요.


 


아버지는 황해도 옹진이 고향이신데, 음식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소간을 날로 드시는 걸 즐기셔서 시력이 나빠지는 저에게도 권유해서 억지로 눈을 감고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도저히 비릿하고, 피색깔이라 울먹이며 안먹는다고 떼쓰다가 살짝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었던 생각도 나고…


낚시를 좋아하셨으니 회도 즐기셨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집에선 생선회를 드신 기억이 없습니다.


 


언젠가 집에서 친구분들끼리 개를 잡았다고 해서 우리집에서 보신탕을 끓여 친구분들에게 나눠 줘서


보신탕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시뻘건 색인데… 저는 처음엔 보신탕인줄 모르고


소고기랑 비슷한 고기라고 해서 조금 맛본 기억으로는 살이 매우 부드럽고, 소고기 살처럼 담백했던


기억이 나네요. 개고기란 얘기를 듣고는 입에 손가락을 넣어 토해내려고도 했어요. ㅎㅎ


 


여름같은 복날에는 백숙을 해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엄마 따라 시장갔다가 닭을


잡는 광경을 자주 봤기 때문에 닭고기 또한 먹지 않았어요. 저는 고기란 소고기 국과 김치찌개에 넣는


돼지고기, 석쇠에 구워서 먹는 돼지고기/ 정도만 먹은 기억이 납니다.


닭고기는 겉껍질이 징그러워서 살로만 발라서 조금은 먹었던 것 같구요.


 


직장 다니면서부터는 회식 자리가 많아 소갈비와 돼지갈비 등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지만,


생선회를 먹으러 가는 날은 반찬만 집어 먹다가 혼자만 멀뚱멀뚱 앉았다가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ㅎㅎ


그때 저는 실은 매운탕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매운탕에 넣는 고추기름이 시뻘겋게 둥둥 떠있는 것과


산초같은 향이 짙은 양념 때문에 먹지 않았지요.


 


어찌보면 은근히 음식을 그렇게 가리던 제가 모든 음식을 거의 먹기 시작하게 된 것이 결혼을 하고


부터였나 봅니다. 시아버님이 워낙에 생선회를 비롯해서 육회를 즐기시는 분인지라 남편도 회를


즐기더라구요. 남편은 고기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닭고기를 유난히 싫어합니다.


산낙지를 비롯해서 회를 참 좋아해요. 담백하고 깔끔해서 좋다나요? 결혼 날짜잡고 시댁에 놀러갔는데,


어머님이 안 계신 날인데… 아버님이 느닷없이 육회를 만들어 가지고 오라고 해서 기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소고기와 오징어를 내밀면서 저보고 육회와 오징어를 날로 채썰어서 가지고 오라더라구요.


‘ 어떻게 날로 그런 걸 먹느냐고? ‘ 남편이 옆에서 이것저것 양념을 넣는 걸 가르쳐줘서 만들어 가긴 했는데…


그때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징어는 제가 데쳐서 가져갔어요. ㅎㅎ 아버님 친구분들이


오셨었는데…  못한다고 할 수도 없어서…


 


결혼하고도 한참을 그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더라구요. 시아버님이 집에서 꿩과 참새를 잡아서 구워서 드시는 것도


봤는데… 아무리 시아버님이지만, 도무지 그분의 그런 걸 이해하기 힘들어서 한동안 그런 것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는 시집가면 그 집 구신이 되라는 옛말처럼, 꾹꾹 참아가며


결혼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시댁의 그런 음식 문화를 차츰 접하면서 이제 저도 회를 즐기지는 않지만,


남들 먹을 때, 옆에서 조금씩 먹는 정도는 되었네요. 그러나 아직도 저는 회가 맛있는줄은 잘 모르겠어요.


아주 배가 고플 때, 입에서 부드러운 살 맛이 느껴지기는 하나 즐기지는 않는답니다.


 


음식이란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에서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먹는 음식이다 / 라고 생각하면


못 먹을 건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못먹는 사람의 심정은 이해해줘야 될 것 같아요.


몇달 전, 오이도를 같이 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소고기 국도 기름기가 있어서 먹지 않던 친구여서


제가 별종/ 이라고 생각도 하고 그랬었는데… ㅎㅎ 이제 그 친구도 결혼하더니 고기를 잘 먹더라구요. 하하.


 


그러나 아직까지 저는 보신탕은 싫더라구요. 수술을 몇번씩 해서 의사 선생님이 보신탕을 먹으라고


권하기도 했는데, 그런데도 저는 먹지 않았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쭉~ 먹지 않을 것 같네요. ㅎㅎ


추어탕도 시아버님 덕분에 억지로 먹어봤고… (이거 먹으면 설사해서 싫더라구요. ㅎㅎ )


 


선생님처럼 그냥 나물 반찬, (이것도 지금은 상추니 깻잎이니 날로도 먹지만, 예전엔 생거로는 먹지도 않았어요. ㅎㅎ)


깻잎을 양념에 재서 살짝 쪄서 먹는 반찬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 지금은 날거로도 잘 먹지요.


이것도 결혼하고 나서의 일입니다. ㅎㅎ ) 끓인 국이나 찌개, 익힌 생선 등이 좋은 것 같아요.


선생님이 날거를 싫어하는 이유가 저도 마찬가지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원글보다 답글이 더 길어지는 모양이네요. 에구… 죄송해라.


선생님 글을 보다보니 자꾸만 저도 생각나는게 많아져서 그런가 봅니다.


실례를 용서하시구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휴일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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