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내가 있는 것이 이유가 될수도 있을것이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주방일을 해야할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여튼 먹기만 하고 식사를 준비하지 않는다. 같은 인간으로서 여성이 해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휴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용서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해본적이 없으니 할 줄도 모른다. 언젠가는 이 버릇을 고치리라.
오늘 금년에 내가 수확한 밀로 수제비를 만들어보았다.
통밀을 그대로 빻았다. 빛깔도 누렇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내가 어려서 먹던 조선밀이다.
국수를 만들어보려했으나 동네 국수공장은 모두 문닫은지 오래여서
칼국수나 수제비로 먹는수밖에 없다. 내가 수제비를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올렸다.

식탁에서 반죽을 하였다. 조선밀의 우아한 색감을 보라! 친근하고 편안한 베옷같은 색이다. 통밀을 그대로 빻았다.
식탁유리 밑에 가족사진이 있다.

수제비는 손으로 뜯어 넣는데 두꺼우면 맛이없다. 나는 얇게할 자신이 없어서 밀어서 넓게 폈다.

다시 초등학생 깍두기 공책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깍뚜기를 하나씩 뜯어 된장을 풀은 물에 넣었다.

잘 끓고 있다.

접시에 담아내었다.
먹어보니 정말 맛이좋다. 입에 닿는 수제비의 질감이 너무좋다.
정제하지 않은 밀이기 때문에 혀에 닿는 촉감이 너무 좋다.
미끄럽지 않고, 결코 거칠지 않으면서 약간 둔탁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식구들이 함께먹었는데 모두 맛있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것은 신석기시대부터 약 1만년 전이다.
채집경제에서 농경을 하면서부터 생산경제와 정착생활을 하게되었다,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공통의 학습행위인 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고
농경생활에의해 잉여양식이 발생하게되며
여기서 생산하지 않고도 먹고살수 있는 지배계급이 생겨난다. 이것이 정치이다.
먹을것을 생산하는
농경은 중요하다.
그리고 농경에 의한 생산물을 그대로 먹는것이 아니라 전세대로부터 학습에 의해 전달된
방식으로 변형시켜 먹는다.이것이 요리다!
요리는 중요하다.
내가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거름을 주어 가꾸었다.
낫으로 잘라서 그 밀을 수확했고, 도리깨로 두드려 나락을 거두었으며
그 밀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나는 그것이 경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