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되신 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배변을 못하신다.
관장약을 사다드렸는데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셨다. 어제는 나를 불러세우시고 나무라신다.
나는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관장약만 사다드리면 잘 되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부랴부랴 빈센트병원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시도했는데 교수는 너무 오래기다려야해서
교수는 아니지만 소화기내과전문의 중에서 대장쪽을 보는 의사선생님을 선택하여 예약하였다.
교감에게는 하루 전 날 오늘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조금 늦게 출근한다고 말해두었다.
아침 06:50에 집사람을 수원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였다.
10:00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아침 09:20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난데 없이 춥다고 하신다.
아침 기온이 -7C라고 하지만 양지쪽에서 햇살을 듬뿍받은 자동차 실내는 그리 춥지 않았다. 그런데 뼈속까지 춥다고 하신다.
점퍼를 2개나 껴입으셨는데 이상하시다. 아마도 건강이 좋지 않으시니 몸도 적응력이 떨어지셨나보다.
미리 시동을 켜놓고 실내공기를 덮혀놓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히터를 틀어도 금방 출발한 차가 더울리 없다. 내 마음만 탄다
40분 잡고 나왔는데 웬걸! 주차장 진입로부터 차량으로 가득하다.
간신히 지하4층에 차를 대고 소화기내과에 갔다.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의 엉덩이가 부딫칠 정도로 사람이 가득하다.
혈압을 쟀다. 117/69, 맥박74 /92세 된 아버지로서는 정말 지극한 정상이다. 예약시간 40분 지나서 의사를 만났다.
젊고 예쁜 여의사였는데 친절하였다. 나는 일부러 아버지가 말씀하시도록 말을 아꼈다.
내가 설명하는 것이 명쾌하겠지만 아픈 증상은 전달과정에서 누수가 생기고 변형될 여지가 너무 많다.
의외로 의사선생님은 환자가 많이 밀렸는데도 찬찬히 설명을 들으신다.
젊은 여성이 섬섬옥수로 늙은 사람의 낡는 뱃가죽도 주무르면서 아프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10년 전 대장내시경을 했을 때 폴립이 3개 발견되었는데
폴립의 20%가 15년 후에 대장암으로 발전된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시고는 금방 죽을 텐데 폴립제거 수술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고집을 피워 제거하지 못했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제거할것을 하고 오늘에서야 후회하신다.
의사는 15일 동안 2번 배변했다는 말을 듣고 변비의 원인을 알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면서
대장 비우는 약을 먹기가 힘드니 할것인지 여부는 가족이 정하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하시겠다고 하셨다.
대장 내시경 날짜는 3월20일이고 결과를 보기위한 의사 예약은 3월24일로 하였다.
문제는 아버지가 그 때까지 못기다리겠다고 한다. 나는 염체 불구하고 내시경 담당과에 가서 소화기내과의사는 안된다고 했지만
92세의 연로한 분이시니 당겨달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부탁했더니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한참 후에 부르더니 3일 후 내시경 검사를 해준다고 한다.
내가 더 놀랐다. 내시경 수납창구에서는 19일날로 정해주더니 수납하고 내시경과에 와서 미친척하고 부탁해보았더니 6일이나 당겨준다. 허걱!!
이 와중에서도 아버지 왈: 맹교장이 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고 좋아하신다.
원내 약국에서 대장 비우는 약을 받았다. 그리고 처방전 발급받고 원외약국에서 변비약 2주분을 받았다.
집에 아버지를 모셔다 드렸다. 일반 대중 택시를 타시기에는 너무 연로하셔서 바쁘지만 집에까지 다시 모시고 갔다.
이제는 영통 농협에 가야한다.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예금 이자율은 자꾸 떨어지는데 대출 이자율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최근에 대출 이자율이 약간 더 올랐다.
오래 거래한 은행인데……오늘은 기필코 가서 따질 것이다. 지점장은 부인이 아파서 들어갔단다. 오늘 날이 장날이라더니…..지점장은 만나지 못했다.
대출 담당과장을 붙들고 대출 이자율을 내려달라고 했다. 담보대출인데 3.68%는 너무 높다고 했더니 본사에 잘 말해서 재가를 받겠다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만기가 된 적금을 찾고 그 중에서 아들에게 1000만원을 보냈다. 카톡으로 알렸는데 그곳은 밤이라 응답이 없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13:35분이다. 교감에게 2시까지 들어간다고 했는데 어디가서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김밥집에 들어가 김밥 2줄을 자르지 말고 길게 싸달라고 했다. 운전하면서 먹을 요량이다.
운전하면서 김밥먹으면 여유가 있어서 좋다.
누가 쫒아오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천천히 김밥을 먹을 수 있어 나중에 소화도 잘된다. ㅎㅎㅎ~
유리창에 붙은 글씨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성빈센트 병원’
대장질환은 소화기내과에서 본다.
대기실은 사람들로 꽉찼다. 만원이었다.
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휠체어를 빌렸다. 요즈음 병원에는 휠체어가 비치되어있어서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갈때 항상 애용한다.
사거리신호등에 걸렸을 때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찍었다. 왼손의 김밥이 볼수록 우습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