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

 

   

 

    K

          맹기호

 

 

길 옆으로 난 문에 화분이 옹기종기 모였다

고추 무화과 과꽃 채송화 분꽃이다 손바닥선인장도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러 나온다 밤이 되면 들어간다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그를 그냥 K씨라고 불렀다

그가 아침마다 화분을 내놓는다 내놓는 것을 본적은 없다

 

언제부턴가 화분 숫자가 줄었다

화분에 잡초가 같이 크고 문 앞에도 풀이 어지럽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본다

K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보다 못한 내가 화분에 기생한 잡풀을 뽑았다

 

반년이 지나도 문 앞에 자란 잡풀은 그대로다

지나가는 옆집 사람에게 K씨의 소식을 물었다

 

멀쩡하단다 잘 살고 있단다

공연히 나만 마음이 쓰였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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