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의 전탑을 보기 위해 이틀간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나는 그동안 전탑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단순철창을 보인 불국사 석가탑을 지나치게 사모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웬만한 탑은 모두 보았으니 이제 전탑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전탑이란 벽돌로 건물을 짓듯이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탑이다.
경주의 분황사탑,
신륵사의 전탑이 그러한데 볼 때마다 예쁘지도 않고 그저 그렇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180도 바꾸어 놓은 전탑을 이번 여행에서 발견하였으니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391-5번지에 있는 국보 187호 봉감모전5층석탑이다!
통일신라의 탑으로 보는 순간 대단한 물건임을 한눈에 알았다.
아! 이런 탑을 이제야 보다니 나의 아둔함은 정말 끝이 없다. 집에서 그림으로 보고 말았다면 어쩔 뻔 했나?
모전석탑이란 돌을 벽돌처럼 네모지게 다듬어 만든 탑이다.
수성암의 검붉은 색도 아름다웠는데 굽이쳐 흐르는 냇가의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한국 탑의 정수인 불국사 석가탑을 만든 시기에 전탑을 고집했던 어느 천재적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탑의 옆구리 스카이라인을 보면 5층에서부터 내려오는 감축률이 황금비를 이루었고, 감축의 상쾌함이 탑의 둔중한 느낌을 없애고 있다.
각층의 몸통 돌에 돋움 띠를 둘러 자칫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면의 디자인 밀도를 높였다.
전탑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장중하고 감동적인 탑이었다.
나는 탑 앞에 서서 가슴을 두드리는 두터운 예술적 감동에 몸을 떨었다.
1300여 년 전 이 탑을 만든 장인이 탑을 완성하고 나서 하늘 높은 맑은 가을날 전체 높이 11m의 탑을 우러르며 얼마나 감격했을까!
볼수록 아름답고 장엄하다. 사진을 찍는 순간 하늘도 도와주었다. 사실 지난 해에 쓴 글인데 다시 다듬어서 올렸다.
<국보187호 봉감모전5층석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