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워장에 들어가는 아내의 동료에게 나도 샤워장에 들어가면서 내가 휘트니스클럽에 온것을 모르는 아내에게 먼저 집에 가지말고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길 바랐다. 물론 말은 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본 여성이지만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다. 내가 샤워를 끝내고 나와보니 아내는 집에 가지 않고 그녀가 내가 기다린다고 말해주어 기다렸다고 한다>
맹기호 서양화 개인전이 끝났다. 36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오늘 작품을 철수하였는데 힘이 들었다. 혼자 아주 천천히 작업을 끝냈다. 집으로 여러 차례 날랐고 집에 와서는 다시 2층의 그림 창고로 올렸다. 의사는 계단 내려오기를 하지 말라 했으나 내 집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10여 차례 거듭하여 작업을 끝냈다. 아내는 저녁을 먹고 바로 휘트니스 클럽에 갔다. 나는 2층으로 그림을 나르는 작업을 끝내고 운동하러 갔는데 평소보다 꽤 늦은 시간이었다.
휘트니스 클럽에 도착하니 아내는 이미 샤워장에 들어가고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오십견 치료 운동으로 5가지 헬스기구 운동에 열중하였다. 통증이 심하게 밀려왔지만 의사는 아플수록 운동을 해야 오십견이 낫는다고 했다.
운동 중에 아내와 늘 운동을 함께하는 여성을 보았다. 오늘은 혼자 집에 가기 싫어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연락을 취해야하는데 아내는 이미 운동을 끝내고 여성 샤워장에 들어갔으니 방법이 없다. 그녀가 벨트마사지 운동을 하고 있다. 그것은 운동이 거의 끝났다는 의미다. 저 여성이 샤워장에 들어가면 아내를 만날것이다. 나도 지금 운동이 거의 끝나가니 남성 샤워장에 들어갈 것이다.아내는 내가 집에서 그림을 나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니 내가 휘트니스 클럽에 온 것을 모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내는 샤워장에 들어간 나를 당연히 볼 수 없을 것이니 내가 아내를 만날 확률은 없다. 나는 벨트마사지를 하는 여성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무언의 전갈을 보냈다. 나와 그 여성은 매일 만나는 사이지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거나 말을 섞은 적이 없다.
그 여성이 샤워장에 들어간다. 나는 여성에게 집사람을 만나면 내가 밖에서 기다리다 샤워장에 들어갔으니 집에 가지 말고 내가 씻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그녀의 뒷모습에 아내에게 보낼 전갈을 쏘아보냈다. 특별히 힘주어 보내지 않고 그저 바라는 마음을 실어 보냈다.
나는 샤워장에 들어가 탈의실 열쇠를 비누로 닦았다.우한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샤워타올에 비누칠을 하고 그것으로 땀흘린 몸을 닦았다. 머리칼과 얼굴도 닦고 귀 뒷쪽도 깨끗히 닦았다.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가져간 옷을 입고 나왔다. 씻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밖에 나온 나는 깜짝 놀랐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이상하게도 00씨가 신랑이 운동하면서 밖에서 기다린다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다린다고 하는 것은 먼저 운동을 끝낸 사람이 샤워하고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인데 운동 중에 있는 신랑이 밖에서 기다린다고 하여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떻게 그 여성은 운동을 끝낸 사람이 아닌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내를 기다린다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그 상황은 내가 꼭 원했던 상황이다. 그 여성은 나와 눈인사 한 번 한 적이 없지만 오늘 내가 운동하면서 샤워장에 들어간 아내가 먼저 집에 가지 말고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내 마음을 알아들었던 것이다.
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가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하긴 설명되지 않는 것이 어디 이것 뿐이랴. 사실 모든 것은 거의 모든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아도 나는 그냥 세상을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