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각 부서에서 받는다. 서로 자기 부서의 예산을 늘리려한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으로 학교를 꾸려가야 하는 교감으로서는 선생님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 어렵다. 더구나 나라가 어려우니 교육청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증액하지 말고 작년과 동결하라고 한다. 우리 학교의 학생 수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을 동결한다면 결국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줄어드는 셈이다.
그런데 학교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서 내가 큰 기둥으로 삼는 것은 직접교육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지침도 그러하다. ‘직접교육비’란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는데 필요한 경비다. 다시 말하면 교실수업에 필요한 교재교구, 실험재료, 등을 말한다.
오늘 체육과 선생님이 나에게 예산서를 가져왔는데 교사용 체육복을 구매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한 내용은 처음이었다. 나는 반려하였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예산을 조금 깎아도 좋으니 항목을 남겨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반대하였다. 그리고 항목 자체를 없애라고 하였다. 그 선생님은 평소와는 아주 다르게 물러서지 않고 항목을 설정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학생들의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더 많이 산다든지 학생들의 실습비를 올려달라든지 학생들의 실습복을 마련한다든지 체육특기생의 운동복을 사달라고 했으면 당연히 들어주었을 것이다. 그 선생님은 다른 학교는 교사의 체육복을 사주는 학교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학교가 그렇게 한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갈 수는 없다. 결국 나는 결재하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알겠습니다” 라고 볼멘소리로 말하고 돌아갔다. 그 뒷 모습을 보는 나로서도 기분이 흔쾌하지 않은것은 물론이다.
“학생교육이 우선이냐? 아니면 교사복지가 우선이냐?” 의 문제다. 이것은 교직을 전문직으로 보느냐? 노동직으로 보느냐?의 문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나는 끝까지 내 신념을 굽히지 않았지만 선생님들과 이러한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정말 피곤하다. 직장에서의 직원복지에 이토록 집착해야 되는가? 몇 푼의 돈보다 명예를 존중할 수는 없는가? 답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