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에 사는 동생이 어머니 74회 생신을 자기 집에서 준비하겠다고 해서 그러마라고 했다. 어제 밤이었다. 서울에 사는 여동생 내외도 모였고, 모든 집안 식구들이 모였다. 아버지가 생선회를 좋아하시니 주 메뉴는 생선회였고 한우 갈비찜도 준비했는데 맛이 좋았다. 촛불을 켜고 케익을 자르면서 기타를 멋들어지게 치는 내 동생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고, 모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갈비를 씹던 어머니가 갑자기 자지러지며 아파하셨다. 갈비를 드시다 이를 다치신 것이다. 어머니의 치아는 수십 년 동안 어머니를 괴롭혔다. 열아홉살 때 동네 처녀들과 찐돌이 놀이를 하다 넘어져 앞니의 방향이 뒤틀린 것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약간 사이가벌어진 것을 결혼 직후 아버지가 손을 보는 것이 좋겠다 하여 돌팔이(야메)치과의사가 이를 갈아내고 보철을 한 것부터 잘못되기 시작하여…… 그 후에도 또 돌팔이의사가 잘못을 했고, 또 동네 치과의사에게 여러 번 치료했으나 그것도 잘못되고, 이치과, 홍치과 김치과 등 여러 병원을 다녔어도 소용없었고……유치과를 다니면서 두 달 동안 치료를 했다가 막상 이를 해 넣을 때는 야메 치과의사에게 했다는 등 그야말로 소설을 써도 될 정도이다. 어머니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사람만 제대로 만나면 야메 치과의사라고 정식의사만 못한 것이 없으며……치료는 정식 치과에서 하고 이를 해넣을 때는 야메한테 하면 값이 아주 싸다는 등……
어머니 생신날인데 어머니가 갈비를 드시다 이가 아프다고 절절 매시는 것을 보고는 모든 가족이 마음이 아팠다. 여간해서 속내를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치통으로 턱을 쥐고 어쩔줄몰라하셨다. 동생들도 어머니가 아프시니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나는 내일 날이 밝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가서 무슨 결판을 내리라 마음먹었다.
토요일! 출근해서 아침부터 바빴다. 입학식을 점검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으니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 강당에서 하는 입학식을 동시에 준비했다.
정보부장을 불러서 강당 빔프로젝트를 활용하기위한 파워포인트를 제작하라고 지시했고,
과학부장을 불러서 방송장비를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교무부장에게 입학식에 학부형에게 나누어줄 유인물을 인쇄하라고 했고,
학부형을 상대로한 오리엔테이션은 내가 맡기로 했다.
사서교사를! 면접했고,
교무부장에게 사서교사 임용결재를 지시했고,
행정실장에게는 사서교사 1년 계약건, 체육강사, 물리강사 수학기간제교사 계약 건을 마무리지으라고했다. 교무실에 목재 캐비넷 6개를 배치했고, 부서마다 할당하였다.
마지막으로 생활기록부를 점검하려 했으나 토요일은 짧았다.
이미 퇴근시간이 되어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가기위해 집으로 왔다. 치과에서는 3시까지 오라고 했다.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핸드폰으로 집사람에게 내가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으니 김밥을 아무렇게나 말아주면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길에 차안에서 운전하면서 밥을 먹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차안에서 김밥을 먹는데 참치를 너무 많이 넣어서 이게 김밥인지 참치 통조림을 생으로 먹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평생 동안 참치김밥은 먹지 않기로 맹세했다. 어머니는 어느새 씨레기나물 까지 준비했는데 차안에서 씨레기나물을 먹는 것은 아주 좋았다. 운전을 하면서도 포크로 김밥을 척척 잘도 먹었다.
운전하면서 계산해보았다. 임플란트 치아 한개에 250만원, 인간의 이빨은 24개, 그렇다면 6000만원! 나는 6천만원을 들여 어머니의 이를 고치려고 이미 결심하고 있었다. 치과의사는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다. 두달전에 아버지도 모시고 가서 그 의사에게 충치치료를 하고 금으로 씌웠다. “어머니가 치아 때문에 너무나 고통이 심합니다. 도저히 옆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6천만원을 들여서라도 이를 고쳐드리고 싶으니 정확한 진단들 내려주시고 우리 어머니가 음식을 마음대로 드시고 이가 아프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라고 애원하였다.
의사는 치아 엑스레이를 3장이나 찍은 후 어머니 이를 검사하더니 “다른 이는 별로 문제가 없고 제일 안쪽의 이가 아주 많이 썩어서 아프셨을 것입니다”. 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였다. 세상에! 그렇게 치과를 자주 다니신 분이 썩은 이가 있는 것을 몰랐다니! 나는 혹, 건질 수 있는 이를 빼는 것은 아닌가 하여 다시 물었다 “나중에 틀리를 할 경우 옆에 걸어서 지지할 수 있도록 살려보는 것이 좋지 않을 까요?” 의사는 “너무 썩어서 아무 쓸모가 없는 이라면서 당장 뽑아야한다” 고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돈좀 많이 벌어보려했더니 틀렸다면서 어머니의 치아 상태는 임플란트를 할만큼 나쁜 상태가 아니고 치료하면 큰 문제 없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이를 뽑고, 치료하고, 스케일링을 했으며, 병원을 나서면서 “앓던 이를 뺀 기분이다 아주 시원하고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나를 기쁘게 했다. 약국에 들려 처방전을 내고 약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난데없이 “갤러리아 백화점에 가자고 하신다.” 어제 아침에 조선일보에 끼워온 갤러리아 백화점광고지에 7만원짜리 순모정장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듣고 아들의 양복을 사고 싶은 것이다. 그런 광고를 믿고 가보면 대부분 거짓인 경우가 많다. 괜찮다고 했으나 어머님은 성화였다. 백화점에 갔으나 예상대로 광고는 거짓이었고, 7만원짜리 양복은 어느 곳에 진열되어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한 벌에 세일해서 68만원이었다! 세상에! 가장 싼 것이 32만원……나는 지난 겨울에 22만원짜리 한 벌 사고 , 동성아울렛 페업한다는 광고보고 5만원짜리 양복을 샀다. 결국 5만원짜리 양복은 몇 번 입으니 보플이 일어나서 더 이상 입을 수 없었다.
양복 사러 갔다가 엉뚱하게 아식스에서 런닝화를 10만원에 사고
석영이 먹을 빵을 사고, 고구마 만원어치 사고, 콩나물, 생선을 샀다. 어머니는 갑자기 포기김치를 사셨다. 사먹는 김치 맛이 어떤지 궁금하신 것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행복하였다. 걸음이 불편하기는 하시지만 아직 보행하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양복 입은 신사가 장바구니를 들고 늙은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모양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도 “어머니 내리셔야 합니다” 라고 말하면 주변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보았다. 저렇게 나이 든 아들과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어머니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무조건 물건을 사신다. 아마도 보행이 불편하셔서 혼자서 멀리 있는 매장에 갈 기회가 별로 없으신 탓이다. 돌아와 저녁을 드시면서 “이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주여 감사합니다. 만물을 주관하시는 주여! 영광 받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