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택에서 어머니 오빠의 손녀딸이 시집가는 날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다. 대충 차비를 차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열려진 안방 문에서 어머니가 나를 부르신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머니가 몇 가지 옷을 내놓으시고 어떤 것을 입을까 고르시고 있던 중에 내가 내려오니 자문을 구하신다.
어머니는 출타할 때면 평생을 나에게 의상을 골라달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건성으로 답하곤 했다. 또는 “아무거나 입으셔요” 라고 말한다. 73세나 되신 분이 아무 옷인들 어떠랴 하는 생각에서 무심하게 답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에서야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작은 키에 살도 많이 찌셔서 사실 그 어떤 옷을 입어도 별 도움이 못된다고 생각해왔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래도 인텔리인 큰 아들에게 평생 의상 자문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을 한번도 제대로 충고한 적이 없으니 잘못도 크게 잘못한 것이다. 돌아서려다가 다시 안방에 들어가 여러 가지 옷 중에서 희고 밝은 정장이 어울릴 것이라고 추천하였고,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뒷좌석을 보면서 의상이 잘 어울린다고 말씀드렸으며, 속에 받쳐 입은 연두색 티셔츠가 있어 더욱 좋다고 했더니 “서른네살 먹은 노처녀의 중매를 성사시키고 색시 어머니한테서 얻어 입은 옷이며, 연두색 티셔츠도 그 때 함께 받은 것”이라고 묻지 않은 것까지 신이 나서 말씀하신다.
역시 오늘의 의상 자문은 대 성공이었다. 조금만 신경 써서 말하면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의상자문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이야 말로 ‘의상코디’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닐까!! 거기에다가 한술 더 떠서 34살 먹은 노처녀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야 말로 어머니가 이웃을 위해 봉사하신 일이라고 추켜세웠더니 더욱 좋아하셨다.
평택에 있는 예식장은 쉽게 찾았으며 차를 주차시키기도 좋았고, 예식의 진행도 매끄러웠고 신랑도 인상이 좋았으며 신부는 날씬하고 아름다웠다. 20만원을 부조금으로 내 놓았다. 80세인 외숙은 나를 보자 너무 반갑다며 얼굴을 이그리고 우셨다. 지난해에 외숙모를 잃고 외로우셨을 것이다. 외숙에게도 용돈으로 10만원을 주머니에 넣어드렸다. 돌아오는 길도 막히지 않고 좋았다.
나는 훌륭한 어머니의 의상코디네이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