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겨드랑이에 널리던 바람……

한쪽으로 비키는 대문을 열면 좁은 안마당이 보인다. 기역자(字)로 된 집

은 지붕에 기와를 올렸고, 벽에는 철모를 쓴 국군이 기관총을 발사하는 그

림이 그려진 흰 석고를 발랐다.

여름날에는 기와 골을 따라 빗물이 요란하게 쏟아진 후 외양간 앞을 지

나 바깥마당으로 달렸다. 안채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 그리

고 불길이 멀어 겨울이면 국그릇에 얼음이 솟는 내가 살던 추운 뒷방이 있

으며, 마루건너에는 머슴이 술주정하며 행패를 부린 후 집을 나가면 겨울

내내 빈방으로 남겨두는 건너방이 있었다.

부엌에는 어머니가 두 번이나 불을 냈던 나뭇간이 있고,한 계단 내려서

면 내가 술을 엎질렀을 때 아버지가 재빠른 동작으로 흐르는 술을 입으로

훌터 마셔, 나를 놀라게 한 매끄러운 부뚜막에 가마솥 하나와 양은솥 두 개

가 앉았다.

부엌에 딸린 광에는 거의 들어간 적이 없어서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정

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들어갔을 때 밀주를 조사하는 공무원

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술독이 어둠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하여튼 이 곳은

나에게 약간 공포스러운 공간이었다.

부엌에서 두 계단을 올라 뒷문을 열면 비교적 높은 곳에 서게되는데 상큼

한 바람이 겨드랑이에 널렸고, 끝없이 푸른 벌판에서 오는 향기가 코에 스

몄다. 지금 생각하면 설악산 정상에서 마시는 공기가 그 곳에 있었다. 다

시 두 계단을 내려오면 펌프식 수도가 있었고, 옆의 장독에 된장 익는 냄새

가 그윽하였다. 뒤란의 작은 토담 밑은 응달이어서 그다지 풀이 크게 자라

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청소한 기억이 없고, 일년에 서너번 웃 말에 살던

숙모님이 풀을 뽑고 비질을 하셨다. 지금도 숙모님이 우리집 뒤란 청소를

왜 하셨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음에 뵈면 물어보아야지……

바깥마당에는 가장자리에 능수버들과 대추나무를 심었고 대문에서 가장

먼 마당가에 감자 심을 때 꼭 넣었던 재를 모으는 재간, 초등학교 5학년

때 호기심에 담배를 피우다 아버지에게 들켰던 변소가 있으며( 그 일을 아

버지는 오늘날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 옆에는 어머니가 밤중에

출산이 가까운 돼지를 보러 들어갔다가 천정에 들고있던 등잔불을 붙여 화

재가 났던 돼지우리가 있었다.

그 돼지우리 곁에 나는 아무 뜻 없이 35년 전에 소나무를 한 그루 심었

다. 지금 고향집의 마당에 심었던 나무는 다 없어졌다. 그런데 사람의 발길

이 뜸한 돼지우리 뒤에 심은 소나무는 건재하다. 지난 봄에 보았더니 적송

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충남 아산군 배방

면 휴대리 32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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