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떠날 때

                                                     맹기호

그대를 더 이상 못 보는 것이

제일 두렵다고 아내에게 말하겠다

아들이 슬퍼하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

어떻게 사냐며 조금 울었으면 좋겠다

정들었던 몇몇 친구가

너 없이 메마른 세상을 어떻게 사냐며

소줏잔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고향의 산과 강에게도

내 부음을 바람으로 전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낀 책과 그림에게는

미리 알릴 것이니 따로 전할 말이 없다

그 맛있는 담배를 억지로 끊었으니

떠나는 날은 한 대 피우고 싶다

기회를 놓쳤다면 제삿상에서라도 만나고 싶다

그날 아버지 어머니를

꿈길에서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양지 쪽 담에 기대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졸고 있을 때

따스한 봄 햇살이 살며시 다가와 데려갔으면 좋겠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가서

그저 고즈넉히 바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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