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주간

그동안 수원문학의 편집장을 맡아 왔는데 기실 편집장 보다는편집 주간이 편집회의를 주재하고 편집 방향을 제시하며 이끌어 나간다.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편집주간을 맡게 되었다.사실 내 자신 적임자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적임자가 맡는 날이 오면 언제든지 물러나겠다는 전제하여 떠밀려 맡게 되었다.

200여 명의 문인들이 모인 수원문학은 편안한 날이 없을 정도로 말이 많은 단체다.

어쩔 수 없이 편집 주간을 맡는 바람에 회원들의 원고를 두번 정독하였다. 책이 나오기 전에 편집자가 누리는 특권이다.

그리고 말미에 편집 후기를 써서 인쇄소에 넘겼다. 이제 인쇄 가본을 받아 몇 번 교정 작업을 거치면 12월 말 쯤 책이 나올것이다.

난필이지만 여기에 편집 후기를 올린다.   편집 후기를 올려본다.

수원문학은 2017년 이후 계간지로 이어져 왔다. 금년에는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계간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정명희 수원문학 회장은 다른 것은 못해도 발표의 장을 제공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앞장서서 독려하였다. 감사하게도 오늘 겨울호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이창식 고문께서 원고지에 클래식한 느낌의 육필 시를 써주셨다. 먼저 가신 백봉 안익승 선생님께 인사를 고하며 머지않은 시간에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든다.  구순의 나이에도 정론의 필력을 휘두르는 님을 보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배우게 된다. 이창식 고문님은 6.25 북한의 남침 전쟁에 국군 소대장으로 용맹을 떨친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지상갤러리에는 경기 화단의 원로 이선옥 화백이 선뜻 그림을 내주어 수원문학의 품격을 높였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솔직한 사실화 풍을 견지하고 있어 후배들을 감동시킨다.

수원문학 대상은 30여 년간 꿈과 희망의 동화를 써온 임옥순 작가가 수상하였고,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시를 쓰겠다는 김순천 시인이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하였다. 밤늦게까지 책을 보시던 아버지를 따라 자폐아처럼 글을 쓴다는 김경은 시인이 수원문학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소시집은 이상정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11권의 시집에서 한 편씩 뽑았다.  시인이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끊임없이 탈출하려 했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 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탈출과 자유라 했다.

43호부터 수원문학의 평론을 맡아 섬세하고 예리한 눈으로 문학을 진단하는 윤형돈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그의 방은 엄청나게 쌓인 폐지 더미로 압사 직전이라 했다.

이혜정 시나리오 작가가 입원한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얼마 전 겨울호 편집 회의에도 참석하였다. 많은 문우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눈물을 뿌렸다.

맑은 햇살같이 환하게 웃던 그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회원들이 낸 겨울호 원고를 두 번 천천히 완독하였다. 읽으면서 작품에서 고독한 겨울을 보았다. 겨울은 천지간에 홀로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겨울은 나 자신이 혼자이며 그래서 고독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한다. 그것은 겨울의 힘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은 없고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는 이 없고

왜 여기와 있는지 아무리 물어도 더더욱 말 없으니 —「정재희 무 (無)」 부분

대답이 없어도 좋다.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그 길을 가는 것이 문인이다. 겨울의 힘은 마지막 떨어지는 단풍을 보면서 그동안 묻어두었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차가운 바람이 가져다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본질과의 해후는 눈물겹다. (맹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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