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 우리 아들 맹석영, 신부 김하나!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어! 정말 수고 많았지?
하객 여러분! 수고한 신랑 신부에게 큰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먼저 바쁘신 중에도 오늘의 혼례를 축하해주시기 위해 원근 각지에서 참석해주신 내빈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28년간 신부 김하나를 훌륭하게 길러주신 신부 부모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신랑을 잠시 소개하면 제 아들 맹석영은 저의 사상적 동지입니다.
교과부에서는 지난 7월 확정된 초중등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대한민국 헌법의 두 가지 큰 기둥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이며,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입니다.
제 아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저의 사상적 동지입니다.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부 김하나 역시 인품이 훌륭합니다. 성실하고 몸가짐이 바름은 물론이거니와
광범위한 인문적 교양을 갖췄고, 여성으로서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점이 더욱 돋보입니다.
아들아 네가 사상적 동지인 것은 맞지만 매번 나를 충족시킨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 그토록 아버지 말을 잘 듣던 네가 스무 살이 되면서 의사결정에 아버지와 상충되었다.
어떤 문제에 의견이 갈리면 너는 너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결국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그래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 있나? 그러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 갔다.
그런데 네가 결사적으로 아버지에게 덤빌 때는 네 의견이 맞는 때도 많이 있었다. 들어보면 네 말이 맞기는 한데 맞는 말을 예의 없이 하는 것은 정말 듣기 힘들다.
앞으로는 부탁하겠다. 아버지에게 좀 살살 달려들어라! 아버지에게 덤빌 때는 예의를 지켜가면서 덤벼라!
어른도 상처받는다. 내가 뭐 성인군자인줄 아냐? 너도 이제 어른이다. 자꾸 달려들면 나도 이제 달리 생각하겠다.
그런데 맹석영! 너 맨날 아버지한테 대들고 예의 없이 구는데 신부 하나는 정말 잘 골랐다.
어디 가서 이런 색시를 구해왔니? 네가 평생 한 일 중에 최고의 일을 해냈다.
정말 잘했어 최고로 훌륭한 일을 했다. 너는 정말 행운아다! 맹석영! 너 땡잡은 거야!!!
여태까지 덤빈거 다 용서하마!
며느리 김하나야! 너는 오늘부터 내 식구다. 내 가족이다. 내 family다.
내가 이미 늙고 가진 것이 없으나 오늘부터 아버지로써 너를 보호하고 지킬 것이다.
콩 한 쪽이 생겨도 너와 나누어 먹을 것이며, 가장 맛있는 게 생기면 너부터 먹일 것이다.
콩 한 쪽이 생겨도 너와 나누어 먹을 것이며, 가장 맛있는 게 생기면 너부터 먹일 것이다.
신부 김하나야! 내 아들한테 시집와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맹석영이하고 31년 같이 살고 보니 더 이상은 이제 함께 못살겠다!
그런데 니가 데리고 살겠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 사회 규범은 그런대로 내면화가 잘 되었는데 가정 규범이 약간 엉망이다. 부디 잘 조련해주기 바란다.
(나일남교장선생님 어디 계셔요? 신랑이 매원중학교 다닐 때 그 학교 교감선생님이셨죠!
저를 만나 하는 말씀이 어떤 학생이 복도에서 휴지를 줍는 뒷모습을 보고 누군가 보았더니 맹석영이었다며 칭찬하셨어요)
저의 40년 교직 생활에서 시키지 않아도 휴지를 줍는 학생은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합니다.
이렇게 신랑이 사회적 규범의 내면화는 아주 잘 되었어요. 다만 가정 규범이 약간 엉망입니다. 신부에게 당부하건데 잘 조련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신랑이 결정적으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안에서 날카롭게 충고하고 바로잡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나는 남성이 여성보다 하등한 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성들이 돌쇠처럼 힘자랑하면서 나약한 여성 위에 군림하려하고 논리가 뒤지면 소리 지르는 거 말고 뭐가 있니?
다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다. 신랑이 바르지 않은 길로 갈 때 부인의 날카로운 충고는 금보다 귀하다.
부디 잘 조련해주기 바란다.
신부 김하나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도 언젠가는 병들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내가 네 팔에 안겨 죽겠구나!
그러니 네가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니? 나와 네 시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아들아 며늘아!
성공하려고 하지말고 만족하려고 애쓰기 바란다.
행복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이 말하기를 사람들은 성공했기 때문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했기 때문에 성공한다고 했다.
즉 만족하는 시점이 바로 성공이요 행복이라는 뜻이다. 사실 성공은 끝이 없단다.
어떤 사람이 성공했다고 느끼는 것은 순간 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더 큰 목표가 눈앞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성공을 위해 다시 고단한 나날이 계속된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다. 모
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고 행복도 결국 마음의 문제다. 부디 성공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만족하는 시점을 찾기 바란다. 만족이 성공이다.
아들아 며늘아! 그동안 공부하랴 대학가랴 졸업 후 취직하랴 고생만 했잖아 태어나서 세월 좋은 때가 언제 있었겠어?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진짜 내 인생은 혼례를 치르고 난 이후가 진짜 내 인생이야!
혼인 이후에야 개인 본연의 실제 인생이 있은 것이야 부디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거라!
더구나 너희들은 젊지 않니? 오늘 높은 산에 등산을 하고도 다음날 일어나면 몸이 아프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은 젊은이 만 갖고 있는 신기함이다.
힘들게 일해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쁜하다는 것은 젊음의 신기함이다.
그리고 싸우고 다투기에는 인생과 젊음의 신기함도 너무 짧다. 내가 혼인한 것이 어제 같다. 세월은 빠르다!
이제 너희들 세상이다. 그러니 매순간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여라.
내 식구를 내가 위하지 않으면 누가 위해주겠니?
힘든 일이 오거든 오늘의 기쁨을 기억하고 헤쳐 나가거라.
아들아 며늘아! 이제 너희 세상이야 아들딸 많이 낳고 마음껏 놀고 행복하게 살거라!
맹석영 김하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