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40년 

 

유암(柔岩) 맹기호 

 

촌사람이 도시로 올라와 어두운 셋방살이 5년 후 1975년 봄에 아버지와 함께 빨간 벽돌 양옥 2층을 지었다.

삽으로 모래를 비비고 등짐 벽돌이 무거웠지만 마음이 들떴다.

마당에 연못을 파고 잉어를 띄웠다. 볕 좋은날 자라가 등껍질을 말리려 잔디에 올라왔다.

아버지 회갑 날 밀려오는 손님들에게 모치를 버무려 회를 냈다.

2층 작은방에서 신혼을 보냈다.

아들을 낳던 날 석자짜리 애기 적송을 심었다.

그 날 왜 사냐고 아들이 물을까 겁났다.

보모가 7년이나 바뀌지 않고 정성을 다했지만 아들은 피냄새로 엄마를 땡겼다.

아침이면 주름치마 밑자락을 붙들고 학교가지 말라고 울었다.

2층 난간에서 놀다가 말벌에 쏘였다며 전화기에 대고 악다구니로 울었다. 매미들이 놀라 숨을 죽였다.

골목에서 자전거를 배우다 얼굴부터 다리까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던 날 사내가 되는 과정이라고 기를 세웠다.

마당에 농구대를 세웠다. 토요일이면 3부자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을 챙겨 박지성이 운동하는 세류초등학교에서 뛰었다.

가을날 주일예배에 다녀오면 2층 베란다에서 전시회에 쫒기는 그림을 그렸고 아내는 옆방에서 밀린 책을 읽었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아들의 피아노 소리가 좋았다.

삐지기대장 아버지를 찾으러 온식구가 매산시장을 헤멧고 지하실에서 만취된 아버지를 끌고 나왔다.

몇 살 아래이며 키도 작은 어머니는 거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한 동물이라는 생각은 내 신념이 되었다.

아버지는 연례행사로 나가 살라고 소리치셨다. 세상이 험하고 아직 천지를 구분 못하는 미욱한 제가 떠날 수 없다고 무릎 아양을 떨었다.

장학사 시험 떨어지고 아무도 몰래 다시 재수하여 시험보러 가는 날

아버지가 아범 떨어져도 괜찮아 그만하면 아범 자격 있어이 소리를 듣고 돌아설 때 눈물을 마당이 몰래 보고 있었다.

나무는 크면서 오래된 순서대로 잘려나갔고 마당에 어린 나무를 네번이나 다시 심었다.

아들이 태어나던 날 심은 적송만 편애하여 목숨을 보전하였다.

어머니는 숯을 가마니로 사셨고 손자를 먹인다고 주말이면 동네 눈치를 봐가며 등심을 구었다.

 재작년 가까운 일가들만 불러 아버지 90회 생신상을 차렸다.

두 손자는 집을 나갔다. 핸드폰을 끼고 살면서 소식도 없다.

아버지는 금요일마다 손자가 오냐고 물으신다.

오늘 4식구의 나이를 합하여 평균을 내보았더니 74.5세다.

어떤 때는 이틀씩 말도 안하고 소 부릴 때처럼 힘으로만 하지 말고 슬슬 구슬려야하며

성질이 더러워 누구에게 주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끼고 산다고 말하는 집사람을 옆에서 보면서

 너도 내 비위 맞추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그대와 함께 산지 불혹이 되었구나.

 

사진_093.jpeg 

 

40년

유암(柔岩) 맹기호 

 

촌사람이 도시로 올라와 어두운 셋방살이 5년 후 1975년 봄 아버지와 함께 빨간 벽돌 양옥 2층을 지었다. 삽으로 모래를 비비고 등짐 벽돌이 무거웠지만 마음이 들떴다. 마당에 연못을 파고 잉어를 띄웠다. 볕 좋은날 자라가 등껍질을 말리려 잔디에 올라왔다. 아버지 회갑 날 밀려오는 손님에게 모치를 버무려 회를 냈다.

 

2층 작은방에서 신혼을 보냈다. 아들을 낳던 날 석자짜리 애기 적송을 심었다. 그 날 왜 사냐고 아들이 물을까 겁났다. 보모가 7년이나 바뀌지 않고 정성을 다했지만 아들은 피냄새로 엄마를 땡겼다. 아침이면 주름치마 밑자락을 붙들고 학교가지 말라고 울었다. 2층 난간에서 놀다가 말벌에 쏘였다며 전화기에 대고 악다구니로 울었다. 매미들이 놀라 숨을 죽였다. 골목에서 자전거를 배우다 얼굴부터 다리까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던 날 사내가 되는 과정이라고 기를 세웠다. 마당에 농구대를 세웠다. 토요일이면 3부자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을 챙겨 박지성이 운동하는 세류초등학교에서 뛰었다. 가을날 주일예배에 다녀오면 2층 베란다에서 전시회에 쫒기는 그림을 그렸고 아내는 옆방에서 밀린 책을 읽었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아들의 피아노 소리가 좋았다.

 

삐지기대장 아버지를 찾으러 온식구가 매산시장을 헤멧고 지하실에서 만취된 아버지를 끌고 나왔다.

몇 살 아래이며 키도 작은 어머니는 거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한 동물이라는 생각은 내 신념이 되었다. 아버지는 연례행사로 나가 살라고 소리치셨다. 세상이 험하고 아직 천지를 구분 못하는 미욱한 제가 떠날 수 없다고 무릎 아양을 떨었다. 장학사 시험 떨어지고 아무도 몰래 다시 재수하여 시험보러 가는 날

아버지가 아범 떨어져도 괜찮아 그만하면 아범 자격 있어이 소리를 듣고 돌아설 때 눈물을 마당이 몰래 보고 있었다.

 

나무는 크면서 오래된 순서대로 잘려나갔고 마당에 어린 나무를 네번이나 다시 심었다. 아들이 태어나던 날 심은 적송만 편애하여 목숨을 보전하였다. 어머니는 숯을 가마니로 사셨고 손자를 먹인다고 주말이면 동네 눈치를 봐가며 등심을 구었다 재작년 가까운 일가들만 불러 아버지 90회 생신상을 차렸다. 두 손자는 집을 나갔다. 핸드폰을 끼고 살면서 소식도 없다. 아버지는 금요일마다 손자가 오냐고 물으신다. 오늘 4식구의 나이를 합하여 평균을 내보았더니 74.5세다.

 

나도 아버지 닮아서 어떤 때는 이틀씩 말도 안하고 소 부릴 때처럼 힘으로만 하지 말고 슬슬 구슬려야하며

성질이 더러워 누구에게 주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끼고 산다고 말하는 집사람을 옆에서 보면서

집아 너도 내 비위 맞추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그대와 함께 산지 불혹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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