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아직 덜 먹었어 !

아내는 학생들과의 수련회가 힘들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저녁을 먹고 친구 송아무개 집을 향해 걸었다. 비 바람이 쳐서 바지가 무릎까지 젖어왔다. 친구와 함께 생맥주를 500cc 먹고, 혼자서 갔던 길을 되돌아 왔다. 오는 길에 수원역 광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교회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가끔 지나다 보기는 했지만 오늘은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서 우산으로 내 얼굴을 가리기 좋았다.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내 얼굴을 가렸다. 그들이 구경거리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약간 높은 곳에 서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교회봉고차로 밥을 가지고 와서 우선 찬송가를 울린다. 미리 와서 줄을 선 사람도 있고, 찬송가 소리를 듣고 몰려오기도 한다. 예닐곱 명이 각자 맡은 음식을 배식한다. 플라스틱 식판에 밥을 그득히 퍼주고, 된장국, 두부조림, 감자요리, 깍두기 1식4찬! 내가 군대에서 먹던 1식3찬이 생각난다. 밥을 받으면서 모두 감사의 인사를 한다. 대열은 길었다.

다리를 저는 사람도 있다.

우산은 옆구리에 한 개씩 끼고 있다.

여자 양산을 가진 남자도 있다.

수원역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줄을 선사람 중에 부끄러운 눈치를 보이는 사람은 없다.

음……안경 낀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그런데 음식을 퍼주는 교회사람 7명 중에 안경 쓴 사람이 다섯 명이나 된다. 음…안경!

할머니도 있다. 앗! 부부였다. 로터리 화단 경계석에 식판을 올리고 쪼그려 앉아 밥을 먹는데 할머니 식판은 땅에 내렸다. 할머니 손은 은밀하게 움직였다. 보자기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밥을 담는다. 또 다른 비닐봉지에는 찬을 담는다. 할아버지는 할멈의 어려운 행동을 도와주지도 않고 된장국에 밥을 말아 잘도 먹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우산까지 받쳐주고, 나머지 손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할머니도 이제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이빨이 없어 요란하게 턱을 움직이며 대충 밥을 삼키는 이도 있다.

깍두기도 씹지도 않고 그냥 넘긴다. 위산이 알아서 해결할까? 어떻게 되겠지!~

앗! 아는 사람도 있다. 수원성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계속 머리를 흔들어 대는 뇌성마비 청년이 있다. 그는 밥을 먹으면서도 머리를 계속 흔든다.

밥을 다 먹은 사람은 보온 물통에 와서 물을 마신다. 컵은 3개뿐으로 공동 사용이다. 밥을 다 먹은 후 그릇을 반납하고, 도너스를 한 개 받아간다. 여섯 살 쯤 되는 여자아이가 두 손으로 정성껏 도너스를 준다. 쳐다보는 나의 눈이 걱정스럽다. 사람은 아직도 오는데 도너스를 나누어주는 봉투가 가볍다. 드디어 도너스는 떨어졌다. 사람들은 불평도 없다. 밥을 얻어먹는 사람 중에 95%는 남자이고,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야 50세 정도이다. 빨리도 먹는다.

식판을 들고 온 중 늙은이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반찬이 남아있었다. 배식하던 사람이 “ 다 드셔야 됩니다.” 그는 다시 돌아가 반찬까지 다 먹는다. 어떤 젊은이는 밥을 두 번 타서 먹었다. 약간 모자라 보이는 젊은이가 밥값을 하려는지 주변 정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먹고 있는 사람의 식판을 들었다. 밥알이 스무 개와 총각김치 한토막이 남아있었다. 교회관계자가 나무랬다. 여기에 힘을 얻었는지 먹던 젊은이가 일어서며 “아직 덜 먹었어” 라고 소리 쳤다. 숟가락이 땅에 떨어졌다. 그는 괘념치 않고 다시 줍는다. 그리고 남은 밥알을 먹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두 번을 먹으면서 남은 밥알까지……

9시 25분! 무료급식 차는 떠났다. 25분만에 70명에게 밥을 먹이고, 숙달된 동작으로 떠났다.

수원시 영통구의 어느 지하실에 있는 교회라고 했다. “예성교회” 매일 저녁 9시에 수원역에서 무료급식을 하는데 하루 평균인원은 70명 이라고 했다.

예성교회! 영광있으라!!

나는 친구와 먹은 술로 인하여 취기가 올랐고, 이슬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왔다. 아내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저녁 9시 30분! 낮잠을 4시간 동안 잤구나! 다행이다! 고단한 몸을 잠시 쉬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내를 깨웠다. 시장할텐데 밥 먹고, 그리고 씻고 자라고……

나는 무슨 일을 했나!

내 가족 말고 남을 위해 봉사한 적이 있는가?

나도 수원역에 나가 밥 퍼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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