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연탄길을 읽었다.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글은 가난과 패배 그리고 슬픔과 고독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가난에서 사랑이 나온다.
가난한 달농네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늘 계급의식이 배어나오고,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의 냄새가 나는것이 일반적인데
이철환은 그러한 맨홀의 유혹을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 지난 6월달에 이철환작가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학교에 초대하여 문학반 동아리 아이들에게 강의를 부탁했는데 예정 시간 보다 길게 강의를 하여 나의 출장 출발 시간이 바빠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 아쉬웠다.)
문장도 아름답다. 몇 문장을 베껴본다.
창가에 하나둘씩 불이 꺼지면 배추 속처럼 뽀얀 얼굴로 지붕을 쓰다듬으며 내려온 달빛은 앞마당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는다.
오래 전 나팔꽃을 심으며 엄마는 영숙이게게 말했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나팔꽃은 힘겹게 창문 위를 기어오르는 거라고…..
기철이 할머니는 참 좋은 분이셨다. 젊어서 남편을 잃으시고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시며 얼굴의 꽃잎을 다 지우셨다.
그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 몰아쉬는 깊은 숨 사이로 그리움이 새떼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눈송이가 땅위로 하얗게 제 몸을 누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발걸음은 아지랑이 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침에 얼굴을 감춘 분꽃이 치마폭을 펼치면 엄마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