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좌파는 ‘진보의 외피’ 벗어라(유영옥의글펌)

 

정원사는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형태를 잡아준다. 수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정원수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라는 세대를 가르치는 것은 그들이 제대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올해는 남과 북 모두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토와 민족이 두 동강 나고 수많은 동포가 한반도 북쪽에서 굶주리고 있는데, 우리는 남쪽에서 여전히 이념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앞으로 후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걱정이 된다.




한국사회의 좌파는 비겁하다. 좌우 대립을 교묘히 진보·보수 대립 구도로 환치하고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고 뒤에 숨어 활동한다. 원래 진보는 좌파 이념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유럽에서 보수는 민족주의 운동, 산업화 등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던 18세기 후반에 이념화되었다. 기존 질서를 보존하고 급격한, 따라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변화를 반대하는 것이 보수주의이다. 정치이념으로서의 진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했다. 경제면에서는 거대 독점자본주의 그리고 정치면에서는 소수 명망가 중심의 반민주적 정당구조가 공격 대상이었다. 집중화된 정치 및 경제 세력은 착취와 부정부패를 조장하고, 평등, 개인적 자유, 민주주의 등 건강한 시민사회의 덕목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진보는 오히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화된 노동운동이나 사회주의와 연관이 있는 집단주의를 경계한다.




모든 단어는 함축된 의미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주의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그리고 진보는 긍정적 의미로 쓰였다. 사회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했던 관계로 법, 제도 및 시민사회의 성장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속도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보수·진보의 논리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걸까. 한국의 대표적 갈등구조는 독재-민주였다. 이러한 구도에서 친북세력은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자신들의 진정한 의도를 감춘 채 반독재 투쟁에 편승했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 진영은 골수 좌파와 얼치기 동조자로 구성돼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통일전선 전략인 것이다. 자신들의 이념적 정체성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력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친북 용공세력이다. 특히 이들이 학교에 침투해 학생들에게 편향된 인식과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6·25전쟁이 북침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증거나 논리로 볼 때 허구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 비판 능력이 없다. 더욱이 학교와 스승이라는 권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기 쉽다. 2006년 7월 전교조 부산지부는 통일학교자료집에 북한 공식 역사서를 그대로 수록했다. 심히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은 학생을 볼모로 하여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주입해선 안 된다. 후손들에게 그릇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의 소위 진보정권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위기에 노출돼 있다. 안보의식,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대두되었다. 남남갈등을 무릅쓰고 북한에 지원한 경제 원조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되돌아왔다. 일본이 기술 및 자본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의 성장동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이제 국가역량의 분산을 막고 국가관과 역사관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대로 된 전통과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갖는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좌파는 이제 진보의 외피를 벗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염치이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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