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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 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 같이 작렬하고
일체가 모래속에서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환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이 시는 생명의 본질을 강인한 의지로 추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생명의 본질을 자신의 지식이나 감정으로 깨우칠 수 없음을 알고
병든 나무처럼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나 화자는 이런 좌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허무감에 빠진 현실적 자아를 버려야만 본질적 자아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떠나게 된다.
시인은 사막에서 치열하게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참되고 순수한 생명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