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순간의 선택

교감이 된지도 벌써 3년 째다.

교감이 하는 일 중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 평교사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결정’을 하는 일이다. 평교사는 관리자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러나 교감은 무엇을 해

야 하고 어떻게 할까를 결정해야한다. 그것이 어렵다. 선생님들은 여러 날을 생각하다가 어

느 날 갑자기 나에게 와서 결정을 해달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항은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말하고 시간을 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러

나 중요한 일 중에서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한 사안도 있다. 선생님들은 오래 생각한 일

이지만 나는 한 순간에 후회 없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 내가 결정을 하면 책

임도 내가 진다. 방향을 정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다. 30년

가까운 내 교육경험,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결정한다. 어떤 때는 정말 결정하기 어려

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선택은 은 어떠한 경우에도 둘일 수 없다. 오직 하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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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이희용씨!

이희용씨!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내가 성안중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어느 날 정무학교장선생님께서 인터폰으로 교장실에 내려오라고 하셨다. 내려가 보니 50대 후반의 남자가 앉아 있는데, 허름한 잠바 차림에 서민적인 인상이었다. 특히 눈에 핏빛이 보여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세파에 찌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교장실을 찾은 것은, 세상을 살면서 나이가 들다보니 봉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혹, 가난한 학생이 있으면 돕겠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이희용, 직업은 한양대학교 내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학교 소사인 셈이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부부가 함께 매점을 운영한다고 했다. 물론 부자가 아니라는 말도 하였다. 자식이 한 명인데 이제 다 컷고, 별로 돈 쓸 일도 없으니 봉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도와주는 학생을 만날 필요도 없고 그저 구좌번호만 가르쳐 주면 매달 돈을 입금시킨다고 하였다. 내가 우리 학교에 마침 양부모가 모두 없는 학생이 두 명 있다고 했더니 이 사람이 “한 학생에 월 50만원씩 모두 1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는 놀랐고 그 사람의 형색으로 보아 신뢰를 가지기 어렵고, 너무 자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히 두어 달 지원하다가 중단하면 아이들 마음만 상할 것 같아서 한달에 20만원씩만 지원해주셔도 감사하다고 금액을 깎아주었다.

그 사람이 교장실을 나간 후 정무학 교장선생님은 사기꾼 같은 인상이 든다고 말씀하시며 믿을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밑져야 본전입니다. 자기가 돈을 주겠다는데 우선 믿어보시지요. 안주면 그만이구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 후 확인해보니 몇 달 동안 두 학생들에게 돈을 꼬박 꼬박 입금 시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파악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한번 학교로 오라고 해서 학생을 만나게 해주었다. 두 명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교장실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두 가족 모두 부모가 없이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들인데 모두 마음이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었다. 그것이 내가 중간 역할을 해준 전부이다.

그리고 두 여학생들에게는 혹, 무슨 일이 생길까 하여 혹, 이희용씨가 밖에서 따로 너희들을 만나자고 하면 아무리 독지가라 해도 경계해야할 것과 가능하면 할머니를 데리고 함께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하였다. 그 두 학생이 중학교 2학년의 어린아이였고,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 정도는 보호해야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 그 아이들을 불러서 이회용씨와의 관계를(?)점검하였다.

그런데 들은 얘기로는 이희용씨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다.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할머니와 함께 만나고,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할머니가 병이 나면 병원에도 데리고 가고, 그리고 이런 행동을 대부분 이희용씨 부인이 동행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감사하여 이희용씨에게 전화로 가끔 안부를 전하고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언젠가는 한번 만나자고 하여 저녁을 함께한 적이 있는데 이희용씨가 이야기에 의하면 자신은 초등학교 3학년이 학력의 전부이고, 너무 가난하게 살다가 무작정 상경하여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였다. 군에 입대하여 미군부대에 배치되었는데 그 당시 겨울철에 미군들이 수박을 먹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으며 자신도 그런 진귀한 음식을 먹고는 밖에 사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군병사들은 개인적으로 신문을 보기 때문에 폐지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팔아서 파주근교의 고아원을 찾은 것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로당의 노인봉사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고 현재 돌보고 있는 중고등 학생이 9명이나 된다고 하여 놀랐다. 지난번 강원도 수해에는 돈 300만원을 갖고 강원도교육청에 가서 지원대상을 물었더니 도와야 할 학생이 하도 많아서 여섯 명의 학생에게 50만원씩 나누어주고 도망치듯 돌아와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몇 년 전에 한양대학교 기능직을 정년퇴직하여 아이들을 돕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맡은 일이니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돌보아야한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훌륭한 분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야말로 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산 것 말고 무엇이 있단 말인가?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어제 그 이희용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한양대학교라고 하여 잘못 걸린 전화라고 하며 끊으려 했더니 상대방이 자꾸 맹선생님이면 맞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희용이라고 하는데 바로 알아듣지 못한 내가 미안하였다. 그러고 보니 성안중학교를 떠나고 한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그 나마 내가 가끔 가물에 콩 나듯 전화로 격려하고 존경심을 표하곤 했는데 아마도 그것을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정말 훌륭한 사람이니 내가 전화를 가끔 걸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희용씨의 전화 용건은 정무학교장선생님, 당시 교감이었던 변난훈 교장선생님, 그리고 나를 모시고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침 시간이 비는 날이어서 정무학교장선생님에게 연락하여 이희용씨의 초대로 우가촌에서 갈비를 먹었다.

이희용씨는 얼굴이 더 좋아보였고 생활이 즐겁다고 하였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나를 정성껏 대접하였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두 여학생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으며 모두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하였다. 물론 그 동안 이희용씨 덕분에 두 학생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핸드폰도 사주었으며 엊그제는 그 중의 한명인 김○○학생이 학교 양호실에 누워있다고 전화가 와서 급히달려가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했다는 말을 듣고 감격하여 나는 “이희용선생님 존경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가 그 학생들과 다리를 놓은 것은 지금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이희용씨는 처음에는 학생들을 만날 필요도 없고 구좌만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내가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당시 정무학 교장선생님께 진언 드린 일도 지금생각하면 잘한 일인 것 같다.

이희용선생님에게 신의 은총이 있으리!!!!!

정말로 감사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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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런닝화

퇴근 무렵 작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런닝화를 사달라는 것이다. 이미 대학에 수시합격한 학생이니 학교 공부에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이것 저것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석영이는 체형이 아주 이상적이다. 상체는 별다른 근육 없이 매끈한 편이지만 하체는 축구로 단련된 대단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바지를 사러 가면 허리는 맞는데 허벅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이 남으니 제대로 몸을 만들려는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토플학원에도 등록하였다.

오늘은 아내가 모임이 있어 늦는다고 전화가 와서 그 동안 적조했던 친구와 대포한잔 하려고 했는데 운동화를 사러 가자는 전화가 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고3 졸업을 앞둔 아들이 언제 또 신발 사러 함께 가자고 전화를 해올것인가! 영광으로 알고 함께 가기로 했다. 아마도 백화점에 가서 사자고 할 것이고, 그러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니까, 그 참에 아버지와 함께 가자고 전화한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휠라 등의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휠라에서 런닝화를 사고 아디다스에서 운동복을 샀다. 볼수록 둘째 아들이 대견하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자기가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하니 이 녀석은 도대체 부모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신사다움을 더 하기 위해 음악 공부를 하라고 권유해보았는데 대답이 신통하지가 않다. 피아노는 어느 정도 치는데 더 배웠으면 좋으련만…… 어려서 피아노 공부하느라 진력이 났는지 피아노에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도 가끔 혼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면 아주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섹스폰을 권유했더니 소리가 싫다고 한다. 기타를 권유했더니 한참 생각만 하고 대답이 없다. 음……약간 구미가 당기는 눈치다. 내친 김에 “학교 앞에 경기민요와 장고를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는 것은 어떻냐”고 물었더니 펄적뛴다(ㅋㅋㅋㅋㅋㅋ) 그것은 아버지의 메뉴이니 싫겠지! 나는 정말로 장고를 배우고 싶다.

백화점에서 돌아오는 길은 바빴다. 8시까지 토풀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석영이는 토플학원에 가고 나는 붕우 송기원에게 연락하여 함께 감자탕 집에 가서 각각 백세주 한병, 소주 한병 마시고 왔다. 오늘 기분 좋은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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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할렐루야!!!!!!!

훗날 혹 잊어버릴까하여 적어둔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1) 수원고등학교에 진학하다.

석영이는 1지망에 인기있는 H고등학교를 희망하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H고등학교에 배정 되었으나 유독 석영이는 수원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 수원고등학교는 한 해에 서울대학을 50명 이나 보내는 명문고등학교였으나 인구 중심이 신시가지인 동수원과 영통으로 이동함에 따라 수원고가 위치한 지역은 좋은 학군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보니 수원고등학교의 학력수준이 떨어지게 되었다. 석영이는 중학교를 비교적 학력수준이 높은 매원중학교를 나왔는데 중학교 때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상위권에 있기는 했느나 아주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원고등학교에 입학당시 530명의 학생중 선발고사 성적은 27위 였다. 고입내신이 186점 정도였는데 그 성적으로 27/530이라면 수원고등학교가 우수한 학생이 모인 집단은 아니라는 의미다.

(2) 내신 성적 아! (1학년 국어 “우”)

그런데 석영이는 1학년 입학 직후 실시한 수능모의고사에서 학년석차 5위 에 해당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석영이는 이상하게 암기력이 없는지 단기간에 공부하여 승부를 내는 학교시험에는 별로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하였다. 이 점은 아산이도 마찬가지다. 아산이는 모의고사 성적은 학년석차 1위를 계속했으나 학교 내신은 학년석차 1위가 아니었다.

석영이는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여러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2학년 말에는 드디어 교내 내신성적도 전교 1위를 차지하였다. 생각할수록 신통한 일이었다. 나는 석영이가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하였다. 집에 오면 언제나 컴퓨터 앞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환타지 소설류나 읽는 수준인데 학교 모의고사성적은 2,3학년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흠이 있다면 1학년 1학기 국어 성적이 유일하게 ‘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3년동안 전과목이 ‘수’인데 우가 딱 하나 있는 것이 흠이다. 89 점이었다 1 점이 모자라는 것이다. 아! 1 점

(3) 학급 반장에 당선되다

고등학생은 반장을 서로 하려한다. 수시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학급 반장에 출마했지만 떨어지다가 드디어 3학년에 와서 처음 학급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것도 당당히 선거로 최다 득표를 얻어 반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반장은 수시 입학 추천사유가 된다.

(4) 전문직에 목표를 세우다

1차 수시는 아주대학교 의과 대학에 응시했으나 170:1의 경쟁을 뚫지 못하였다. 담임선생님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수시 응시를 권하였고, 최소한 연대와 고대의 공과대학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 사오정이라는 말도 있듯이 회사에 취업하여 샐러리맨으로 평생 직장을 얻어 살아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석영이가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바랐고 그리하여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큰 아들이 유학 중인 상황에서 둘째 아들이 전문직으로 홀로 선다면 내 근심을 덜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면 저는 먹고 살 것이 아닌가? 또 사회적인 봉사활동을 하며 인생을 즐길수도 있다.

(5) 약학대학으로 목표를 세우다

전국의 약학대학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갈만한 대학을 모색하였는데 불행히도 석영이는 국어과목에 ‘우’가 하나 있어서 국어를 보지 않는 대학을 찾아보니 삼육대학 약학과였다. 놀라운 사실은 삼육대학약학과가 서울대 공과대학보다 커트라인 수능성적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 참으로 잘못된 일이다. 나라가 잘 살려면 우수한 인재가 공대에 가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머리 좋은 학생은 모두 법대 아니면 의대에 간다. 과학고등학교 학생들도 졸업하면 대부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6) 제7안식일 예수재림교

삼육대학교는 제7안식일예수재림교에서 세운대학이다. 제7안식일예수재림교는 세계적인 종단조직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이단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예수재림교 종단이 청교도적인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경건한 집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단이 아님은 물론이다. 교회에 가서 조춘호 목사님에게 추천서를 받아서 제출하였다. 조목사님을 알게된 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다.

(7) 하나님의 보살핌

목회자 추천 경쟁 20:1, 일반전형경쟁 60:1 정말로 참혹한 경쟁률이다. 이 경쟁률을 뚫고 어떻게 합격한단 말인가!! 그런데 석영이는 합격하였다. 아마도 심층면접을 잘 본 모양이다. 석영이는 정말 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었다. 전도사인 장모님은 계속해서 새벽기도를 드렸고, 아내는 물론이고 나도 몇 주일동안 교회에 나가면서 진심으로 기도드렸다.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석영이가 합격한 것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8) 그래도 남는 아쉬움

석영이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넣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약사가 평생 직업이라고 해도 서울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정시에 응시했더라면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또는 중앙대학교 약학과도 어느 정도 합격할 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석영이에게 약대를 강압적으로 권유한 것에 대하여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다. 훗날 아버지의 진로지도가 잘 맞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에 석영이에게 “나중에 삼육대약학과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응시하는 것도 생각해보아라” 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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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산방예찬(山房禮讚 = 하늘 아래 편한 집)

산방예찬(山房禮讚)

이른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뜨니

머리가 시원하다.

아! 좋은 곳에서 잠을 잤구나

여닫이 문을 열면

새아침의 청량한 빛이 가슴으로 온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의 신비함도 이러 했으리

샘물로 차를 달여

우주가 몸으로 들어온다.

자연과의 합일이로다.

바쁠 것도 없다

오늘은 비도 오시는 구나

편안한 낙수물 소리와 함께하는 오수는

선인(仙人)의 일상이요 니르바나의 세계로구나.

밤하늘에 뿌연 그리움으로 은하수 널릴 때

그대와 함께 이별, 저별 손짓하며

정다움 나누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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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가을 날의 상념

루소의 그림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이고 있는 저녁이다.

커피 한잔과 컴퓨터 앞에 있다.

모두 조용하다.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낼까?

가능하면 산방에 자주 가고 싶고,

컴퓨터 공부를(운영체제, 엑셀을 집중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어제 캔버스를 8개 샀다. 캔버스 값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놀랐다.

가족끼리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석영이의 대학 문제가 쉽게 풀려야한다.

좋은 모티브가 떠오르면 마음에 드는 시를 두어 편이라도 쓰고 싶다

글쎄……산방에 가면 무언가 느낌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쯤은 아내와 등산 여행을 가야겠다.

대전의 남기완교수가 부부동반으로 등산을 가자는 연락이 왔다. 좋은 제안이다. 친구가 함께 시간을 갖자는 제안을 하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주말에 대전을 가려면 미리 기차표를 사야한다. 그래야 하산하다가 소주라도 한잔 기울일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등산 날짜를 정해야겠다. 음…….남교수한테 전화해야지!

아름다운 가을날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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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오늘 아들이 가련하고 측은하다

아들은 아주 침착하였다. 대기실에 앉아서 준비해온 자료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보호자들

은 모두 나가라고 해서 창밖으로 들여다보았다. 아버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부담을 가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어깨 아래로 머리를 내리고 자료를 열심히 보고 있었

다. 먼 산을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고, 벌써 앉아있는 자세가 포기한 것 같은 인상을 풍기는

학생도 있었느데……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주었으나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대개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답하라고 하는 것이었는데 아들은 “평소에 하

지 않은 일은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겠다”고하였다. 마지막까지 당부해보았으나 면접관 앞

에 까지 내가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내가 체념하고 말았다. 그래! 젊은이다운 정

직함이 있어야지! 순수함마저 잃는다면 젊은이다운 맛이 없지 않은가! 네가 대답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내가 전문직 시험 볼 때가 생각난다. 다른 교감들은 종이 한 장에 요약한 자료를 들고 있거

나 아니면 빈손으로 대기하는데 나는 최종 면접실 앞에서도 두툼한 서류를 마지막까지 읽고

읽었다. 음……내 아들이 면접장에서까지 저렇게 열심인 것을 보면 부전자전이구나……평소

에 열심히 하지 않다가 막판에 몰려하는 것이 부전자전은 아닌가(후후)

복장도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집에서 볼 때는 아들의 복장이 단정하다는 생각은 못했는

데 여기 와서 다른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들의 옷차림이 단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누구 아들인데!

3명을 뽑는데 53명이 왔으니 18:1 정말 기가 막히다. 이 경쟁률을 어떻게 뚫고 합격한단

말인가!

석영이는 마음이 아주 착한 아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친구를 배려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고 키웠다. 수영과 음악도 가르쳤고, 스키도 탈줄

알며, 테니스도 가르쳤다. 광범위한 인문적 교양을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인성이 아름다운

아이다. 오늘 경쟁사회에 내 몰린 아들을 보니 너무나 가련하고 측은하다.

2006년 8월 21일에 다시 보충하여 적는다

입학하고 알아보니 3명의 합격생중에서 2명은 삼육고등학교 학생을 뽑았다. 그렇다면 일반학생 중에서는 석영이 한명을 뽑은 것이다. 결국 석영이는 60:1의 경쟁율을 뚫고 합격한 것이다. 석영아 너는 정말 대단한 학생이다 훌륭하다 우리아들 석영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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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가인 선생님

가인 김영희 선생님은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오랜동안 교감을 나누고 있는 시인이다.

그 분의 주옥같은 언어의 조탁을 보면 내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

오랜만에 내 홈을 방문해주셨다. 그분의 글과 나의 답을 올린다.

<가인 선생님 방문 글>

아무래도 좋은, 강가 풍경

어지간히 어울리며 떠 있는 부목(浮木)과 억새와

오후 내내 순수한 상실의 덧 없는 몽상가가 되어 함께 있었지

마치 고도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엎드려 있는 자 처럼.

그것이 나에겐 적당히 어울리니까.

바람은 하늘에서, 숲으로 유빙(流氷)을 던졌고, 그 아래

금빛 솜털이 천천히 흔들거리며 떨고 있는 꽃 위로

극채색의 나비는 날개를 치며 달콤한 수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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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고추

어제 저녁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여러 번 당부하셨다. 내일 아침 일찍 농협

유통센터에서 고추를 싸게 파는데 함께 가자는 것이다. 1인당 10근 한도 내

에서 판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8시에 집을 나

섰다. 이미 전날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 혼자 가셨다가 사지 못하고 돌아

온 아버지로서는 회심의 계획이었다. 약간 안심이 되는 것은 어제는 5근에

19800원이었는데, 오늘은 5근에 25000원에 파니 사람이 약간 적을 것이라

는 기대를 안고 갔다. 8시 20분에 도착했는데 약70명 정도 줄을 서있었다.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트수레를 2개나 끌고 와서 셋이 줄을 섰

다. 약 40분을 기다렸다. 앞에 선 부인들은 매우 명랑하고 정감 있게 인사

를 해왔는데 군포에서 왔다고 했다. 세상에! 마른고추를 사러 군포에서까

지 오다니 정말 놀라웠다. 알뜰살림을 위한 주부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한사람이 10근씩이면 30근을 사야되지만 아버지는 염치불구하고 고추를 사

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돌아와 줄을 서서 또 사셨다. 안되는 일이지만 노인

이 하는 일을 어찌하랴 아마도 아버지는 일제 징병으로 2차 대전에 강제 참

전, 해방 후 6.25에 인민군 강제입대 후 부대 탈출, 다시 전선을 헤매이다

마지막에는 국군 HID요원으로 6.25 참전 등의 얼룩지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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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그가 온다

그가 온다

8월 22일 새벽 2시

인천국제공항으로

그가 온다.

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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