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

 

   

 

    K

          맹기호

 

 

길 옆으로 난 문에 화분이 옹기종기 모였다

고추 무화과 과꽃 채송화 분꽃이다 손바닥선인장도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러 나온다 밤이 되면 들어간다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그를 그냥 K씨라고 불렀다

그가 아침마다 화분을 내놓는다 내놓는 것을 본적은 없다

 

언제부턴가 화분 숫자가 줄었다

화분에 잡초가 같이 크고 문 앞에도 풀이 어지럽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본다

K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보다 못한 내가 화분에 기생한 잡풀을 뽑았다

 

반년이 지나도 문 앞에 자란 잡풀은 그대로다

지나가는 옆집 사람에게 K씨의 소식을 물었다

 

멀쩡하단다 잘 살고 있단다

공연히 나만 마음이 쓰였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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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사니

18세기 후반 개혁군주 정조는 시,서,화에 능했다. 그가 그린 그림이 몇 점 전하는데 그 중 2점이 파초도(芭蕉圖)와 국화도(菊花圖)로 둘 다 보물 743호, 744호다. 744호 국화도는 바위 틈으로 솟은 국화 세 줄기가 활짝 꽃을 피웠는데 그 주변에 등장한 조연이 다름 아닌 방동사니다. 조선 왕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도 의외지만 왕손으로 태어나 궁에서만 자랐을 정조가 어떻게 무논에서나 볼 수 있는 방동사니를 그리게 되었을까?

나는 이걸 民本이라 본다.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보며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나온 생각이다. 방동사니는 잡풀이다. 아무데서나 아무렇게 자란다. 아무런 백성도 소중하게 하늘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민본에서 정조가 방동사니를 그렸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나는 오늘 정조를 생각하면서 방동사니를 판화로 찍었다.  마음에 든다.

역시 정조를 생각하면서 방동사니를 판화로 찍었다.

 

06:00 여주 우거에서 자고 일어남

화단에 나가 어제 캐다 만 칸나 구근을 더 캤다. 30kg정도 캤다.

아침 먹고 90km  운전하여 수원 판화교실에서 10:00~12:00까지 판화를 찍었다.

12:00~14:00까지 어머니 병실에서 간병했다. 점심을 떠먹여드렸다.

15:00상담 예약한 어머니 대학병원주치의 진료가 지연되어  90분 기다려 만나 상담을 했다.

15:30 맹세희 기자와 병원의자에 앉아 sns로 대화했다.  그는 내 조카이고 멋진 소설가다^^

18:00~19:00까지 다시 어머니 병실에서 간병했다. 간식으로 요플레, 과일, 견과류, 증편 드림

집에 와서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안양 평촌 한림대학병원 장례식장까지 왕복 60km 차를 몰고 가서 원순자 교장 어머님 별세에 조문 다녀왔다.

수원집에 오니 20:10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케이블을 연결하고 들어왔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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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원고

계간 수원문학에 내 육필 원고가 실렸다. 지난 봄이니 좀 지나긴 했지만 여기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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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지난 주 수원문인협회에서 매년 1명에게 수여하는 작품상 심사를 했다. 오늘 심사평을 보냈다. 이미 지난 주에 당선작을 발표했으니 오늘 여기에 올려도 문제 없을 것이다. 쓰면서 김세희 선생님 생각이 났다. 정말 훌륭한 교사였다.

수원문인협회 작품상 심사평(수필)

심사위원장 맹기호

비는 생명의 근원이다. 환원성 대기로 이루어진 원시 지구에서 방전 에너지에 의해 생긴 유기물이 원시 바닷물에 축적되었으며, 이로부터 자기 복제가 가능한 원시 생명체로 진화하였다는 것이 오파린의 가설이다. 원시 지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화학적 진화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설명함으로써 다윈의 진화론을 생명 탄생의 순간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그것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는 생명의 근원이다.

당선작 ‘기억의 지문’에서 작가는 생명의 근원인 비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 지금은 아파트에서 비 걱정 없이 살지만, 비만 오면 부엌으로 물이 넘쳐 들어오던 옛집을 생각한다. 아파트 창문에 뿌리는 세찬 비가 오는 날, 하수구를 보면 빗방울 사이로 옛날 집이 보이고, 마당의 봉숭아도 보인다. 집안으로 역류하는 물을 바라보는 수심 가득한 눈도 보이고, 엄마와 형제도 보인다.

보고 싶어 찾아간 옛집은 주차장으로 변했고, 몇몇 남은 건물은 그 자리에 나이테로 서 있다. 다시 빗소리에 아파트 창문을 여니 가슴에 보고 싶은 사람이 가득하고 내 눈물도 한 방울 내린다. 아! 비는 생명이고 눈물이다. 글의 구성과 흐름이 유려하다. 밤을 낮 삼아 책 읽기를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온다. 읽으면서 작품상으로 주저 없이 뽑았다. ‘가을을 지나는 중’ 역시 수작이었다. 정진한다면 기대에 부응할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도 맞춤법과 문장 작법이 서툰 글이 있었는데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문장부호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아직도 사실을 나열하는 수기 같은 글이 있었다. 역시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

<가을호가 아직 나오지 않아 봄호 사진을 대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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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습니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거나
물에 빠지기도 하는데

저는 요즘 판화에 빠져있습니다.
1억5천만 년 전 백악기 시대 지구에 처음으로 식물이 등장했습니다.
위대한 탄생이지요.

아내에게 판화로 에코백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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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

 

-감상

 

맹기호 시인의 「인생」은 단 세 줄의 진술로 구성된 짧은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사유가 촘촘히 배어 있다.
시인은 인생의 필연을 부정하고, 인간이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다”는 첫 문장은 인간 실존의 본질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삶과 죽음은 의지나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우연의 연속이라는 자각이다.
이 냉정한 진술 속에는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담담한 평정이 깃들어 있다.

이어지는 “모든 것은 계획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다”는 구절은 이성의 한계를 천명한다.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세계는 본질적으로 불가해한 구조 속에 있다.
이 인식은 카뮈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지만, 맹기호 시인의 어조는 냉소적이지 않다.
그는 불가해한 세계를 굴복이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이는 철학적 온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문장 “사실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는 앞선 두 문장의 결론이자, 존재 인식의 근원이다. 이 말은 무지(無知)의 선언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우리는 공감한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했듯, 시인은 앎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며 겸허의 자리에 선다.
그 무지의 자각은 허무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의 경외와 평화로 확장된다.

삶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사랑할 수 있다.그 말 속에는 허무를 넘어선 존재의 긍정이 깃들어 있다. 우연은 혼돈이 아니라, 생명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결국 「인생 ― 맹기호」는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세계 앞에서 취해야 할 태도를 보여주는 시다. 그 태도는 겸허, 수용, 그리고 평화이다. “모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은 존재와 화해할 수 있다.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더 살아볼 이유가 있고, 계획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짧은 작품 안에서 투명하게 빛난다.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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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쉼터

 

오랜만에 내 쉼터를 찾았다. 보통 세컨하우스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주 강천면 도전리 산 속에 자연인처럼 사는 곳이다. 자고 일어나니 공기 맛이 달콤하다.  아침밥을 지으려다 그냥 밭에서 나는 것으로 먹기로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옥수수, 포도, 방울토마토, 오이, 아삭이고추, 파프리카, 단호박을 땄다. 호박 따러 산에 오르다 밤도 주웠다. 빵이 있어 함께 먹었다. 이만 하면 선비의 아침으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감사한 일이다.(단호박, 옥수수, 밤은 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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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였다. 노인 영화를 전문으로 찍는 신춘몽 감독의 제의로 출연했다. 신춘몽 감독은 지난 8월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베테랑 감독이다. 당시 500여 편 가까이 출품되었는데 대상을 받아 모두 놀랐다. 나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긴 대사는 외우는데 부담이 간다. 잠간 나오는 역을 달라고 했다. 대사가 별로 없는 아파트 경비 역이었다. 나름대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역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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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

 

어머니가 입원하고 나서 병문안을 온 친구는 정확하게 두 명이다. 남기완 교수가 열차 편으로 대전에서 올라왔고, 송기원 사장이 역시 조암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다른 사람도 병문안을 오겠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바쁜 사람들이 이리저리 시간을 뺏기는 것도 좋지 않고 요즘 코로나가 재유행 한다고 해서 오지못하게 했다.

송기원 사장도 중졸 후 고입 재수학원에 45일 함께 다녔으니 붕우가 맞다.

멀리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온 남교수, 멀리 조암에서 버스를 타고 온 송사장 모두 감사한 사람들이다. 감사하다. 두 번 모두 식사를 함께 했는데 찾아보니 남교수와는 사진 찍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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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고등동 성당에서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젊은 신부님이 방문하셨다.

기도해주시고 함께 아파하셨다.  감사한 일이다. 신앙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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