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我)
맹기호
눈을 들면 보인다
왜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세상을 반 이상 살았는데 끝이 없다
무엇으로 나를 위로하랴
눈들 들면 또 보인다.

왜 왔는가
맹기호
소크라테스도 죽었다
유한함보다 더 큰 벽은 없다
살아온 날은 고통이었다
드물게 기쁜 날 그동안의 고통이 두 배였다
기쁨의 뒷벽엔 언제나 슬픔이 똬리를 틀고 있어
좋은 날도 눈물을 뿌렸다
슬픔은 시인의 양식이었고
고독 속에서 울며 먹었다
떠나는 날 슬프다 해도
살아있는 시간에 기쁘고 싶다
버리면 얻는다 했는데
절명의 날
날 버리면 얻어질까
그날도 슬프면 어쩌지
마음
맹기호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알에서 빠져나오려는 새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날카로운 면도칼의 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렵다
노력이 필요하다면
마음이 나오는 구멍에 들어가서
마음을 바꾸면 될 것이다.
아타락시아
아파테이아
니르바나
무엇이 있어 날 어렵게 하는가
내 안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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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幼年)의 방
맹기호
우리 동네에 신발 신은 아이는 없었다
굳은 살로 오르면 마루가 소리 내어 울었다
해 짧은 겨울날
아침 먹고 종일 저녁을 기다렸다
하릴 없이 산에 올라 칙뿌리를 캐고
강변에선 물새알을 구었다
화덕같은 열기를 받으며
콩밭 열무를 뽑아 장에 나서도 돈 되지 않았다
사랑방엔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이
섯다를 치며 핏대를 세웠다
밤이 오면 잤다
새벽은 매일 왔지만
희망이란 단어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혼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