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월 18일 수원으로 이사왔을 당시에 지금처럼 공원이 없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나는 가까운 서호저수지에 가끔 갔다. 정조임금은 우리나라 최초 계획도시 수원을 건설하면서 농사에 댈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저수지를 건설하였는데 그게 서호다.
문학을 하는 친구 늘봄 채찬석 교장은 술을 아주 좋아한다. 나도 어울리다 보니 술이 늘었다. 오랜 직장생활에서도 술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소주 반 병을 먹으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으니 회식 자리에서는 누가 술을 줄까 봐 늘 뒷전에 앉아있다 나오곤 했다.
장학사, 교감, 교장을 거치면서 술이 아주 조금씩 늘었는데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문인들을 만나다 보니 술이 제대로 늘었다. 이제 웬만큼 먹어서는 취하지 않는다. 초상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슬프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부수적으로 어! 오늘 한 잔 되겠는데! 라고 생각한다.
어제 밤 늘봄 채찬석 교장이 서호 야경 아래 술을 마시면 서정이 넘친다며 제안해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란다. 깜깜한 밤이지만 도심의 가로등에 의지해 갔다. 포도주 한 병에 안주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늘봄은 술꾼답게 35도 소주로 담근 술을 가져왔다. 포도주를 다 먹고 독한 소주도 잘 마셨다. 나름대로 향이 좋았다.
야경이 일품이었다.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찾은 서호는 옛날의 서호가 아니었다. 물에 비친 것은 오직 달빛 하나 였었는데 온 세상이 다 들어가 있었다.
밤길이 위험하다면 늘봄은 자기 자전거에서 라이트를 떼서 내게 달아주었다. 친구의 고마운 배려다. 돌아오는 길,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더욱 좋았다. 아름답고 감사한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