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구나

DSC_6301[1].jpg

유치환/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 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 같이 작렬하고

일체가 모래속에서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환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이 시는 생명의 본질을 강인한 의지로 추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생명의 본질을 자신의 지식이나 감정으로 깨우칠 수 없음을 알고

병든 나무처럼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나 화자는 이런 좌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허무감에 빠진 현실적 자아를 버려야만 본질적 자아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떠나게 된다.

시인은  사막에서 치열하게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참되고 순수한 생명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이 글은 카테고리: 일상일기(XE)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