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시인 ‘강’

임병호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그의 유언적 詩 ‘강’을 읽었다.

 

<강> 

임병호

 

내 무덤 앞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대의 사랑이 뿌리 내리는 나무를 심어 달라

예감의 나뭇잎에 머물렀던 바람처럼

나 먼저 어느 날 현재를 떠나거든

슬퍼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아

내 나라 이 땅에 푸른 이야기들 심고 가꾸며

착한 여자의 미더운 지아비로서

자식들 앞길에 밝은 등불이 되어

아침을 향하여 사유의 벌판을 흐르는

맑은 강물이고 싶었다 내 생애는

강물 따라 흐르는 구름인 것을

뒷날 하늘과 땅에 비가 내리거든

내 분신이리니 말 물어 보라

물 소리 새 소리 세월 흐르는 소리는

끝나지 아니한 나의 목소리요 그리고

산천에 백설이 쌓이거든

그리움에 불타는 의식이라고 생각하라

그대 아늑한 가슴 속에 묻힌 내 영혼이

푸른빛으로 다시 누리에 피어나리니

먼저 그대 곁을 떠날지라도

숨 쉬는 詩와의 만남을 위하여

걸어온 길 뉘우치지 않았음을 잊지 말라

아, 강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피안을 굽이쳐서 다시 흘러오는 것을

뒷날 강물 따라 흐르는 구름을 보거든

그대 만나고 가는 발자취로 알라

내 가장 더운 가슴으로 사랑하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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