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정말 돌이키고 싶은 날이다!

두달이나 기다렸어도 진돗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번 출장길에 정무학교장선생님을 만났을 때 “개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달 후에 새끼를 낳으니 한 마리 가져가라”고 하셔서 염치없지만 기다렸다.

그리고 엊그제 6마리 중에서 두 번 째 실한 놈으로 한 마리 가져왔다. 낳은지 40일 되는 흰색 암놈이었다. 사실 흰색 수놈이 제일 멋있고 실했는데 수놈은 나중에 크면 너무 사나운 것이 흠이다. 내가 큰 집에 살고 있다면 당연히 어깨가 떡 벌어진 수놈을 골랐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듬직한 수놈을 두고 온 것이 아까웠다. 아! 나는 언제 진돗개 수놈을 마음 놓고 길러보나!

집에 개를 데려오니 식구들이 관심을 보이고 난리다. 우선 병원에 가서 예방주사와 벼룩약부터 발랐다. 주사값으로 거금 35000원, 작은 사료 한봉지 10000원 합45000원! 동물병원은 의료보험도 안된다. 예방주사를 앞으로 4번 더 맞추어야하니 주사값만 10만원을 추가로 들여야한다. 개를 키워보면 알지만 장염이나 홍역을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다.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백신을 맞춰야한다. 개의 백신은 2주일 간격으로 5번을 맞춘다. 한번에 25000원! 모두 125000원, 그럼 똥개는 어떻게 하나? 다행이 똥개는 병에 강하다. 순종일수록 병에 약하고 한번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

단골병원에 갔더니 아침이라 의사가 출근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새로 생긴 동물병원으로 갔다. 간판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황제동물병원” 엠병헐!! 뭐 이런 간판이 있나! 젊은 수의사는 갓 졸업을 한듯하다. 첫마디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세상에! 나의 대답이 좋을 리가 없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암놈입니다.” 순간 젊은 수의사는 멋짓하다가 다시 뭇는다. “엄마하고 언제 떨어졌습니까?” 나의 대답 “엄마하고는 잘 모르겠고 오늘 에미 한테서 떼서 데리고 왔습니다.”

사람이든 개든 새끼가 귀엽다. 흰색 진돗개는 더욱 귀엽다! 신통한 것은 낳은지 40일이면 아무것도 모를텐데 똥오줌을 가린다. 정말 신기하다. 날씨가 너무 추워 당분간은 목욕을 깨끗이 시켜 실내에서 사과상자에 담아 기르기로 했는데, 낑낑대는 소리를 내서 마당에 내놓으니 똥과 오줌을 싼다. 실내에서는 배변하는 일이 없다. 참으로 신통하다! 귀여움 받게 생겼다.

개도 물을 별도로 먹어야한다. 밥은 먹지 않아도 살수 있으나 물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우유를 먹이는 개도 물은 따로 먹어야한다. 적당한 물그릇을 찾으니 없다. 눈에 띄는 것은 녹색의 대접인데 아마도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먹고 돌려주지 못한 플라스틱 그릇인 듯 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반대하신다. “그릇이 너무 크고, 가벼워 개가 들어가 엎어버릴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 그럴듯하였다. 어머니가 도자기 밥그릇 중에서 가장자리가 조금 깨진 것을 들고 오셔서 물그릇으로 하자고 하셨다. 아내는 깨진 부분이 너무 작아서 먹는 그릇과 혼동할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으나 내가 보기에 큰 문제가 없을 듯하였다. 물을 주었더니 예상대로 개가 물을 잘 먹는다. 마지막까지 핣아 먹는다. 나는 혹, 혼동할까하여 매직으로 크게 써놓았다. 마치 어머니가 쓰신 것처럼 “개바끄릇” 외부에 돌아가면서 3군데나 썼다.

이튿날 저녁 식탁에서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아버지 어머니 나 석영이 이렇게 넷이서 정겹게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젓가락으로 주로 식사를 하고, 숟가락을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입맛을 돋구는 비벼먹는 된장이 있어서 밥에 된장을 넣고 숟가락으로 싹싹 비벼 먹었다.

밥을 다 먹고는 내가 먹은 밥그릇과 수저를 설거지 통에 넣기 위해 손으로 들었다. 밥그릇을 눈높이로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잘못보기를 바랬다. 거기에 분명히 “개바끄릇”이라고 써있었다. 밥을 먹을 때는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니 옆에 써놓은 글씨가 보이지 않았었는데 손으로 들고 보니 거기에 글씨가!!! 세상에!!! 된장을 넣고 싹싹 비벼먹었는데……밥은 어머니가 퍼주셨고, 아내는 헬스장에 가고 없었다. “어머니! 아니 개밥그릇이 아닙니까!!” 모두들 너무나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세상에! 이 집의 가장이 개밥그릇에 밥을 먹다니 물론 아버지가 계시지만 실질적인 가장은 나다. 그리고 나의 사회적 위치를 보아도 개밥그릇에 밥을 먹을 처지는 아니지 않는가! 아니 사회적 위치를 따지기 이전에 기본적 인권 차원에서도 내가 개밥그릇에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장자크 루소, 존 로크등의 계몽사상가에서  비롯된 천부인권과, 프랑스 인권선언에 나타난 기본적 인권, 유엔헌장에 나와 있고, 대한민국헌법 제2장도 나와 있는 국민의 권리에 비추어도 인간이 개밥그릇에 밥을 먹을 수는 없다!

헬스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너무 웃지 마시오. 아마 당신도 개와 같이 밥을 먹은 꼴이 될 것이니! 부부로 사는 사람이니 당신 입도 별수 없을 것이요”라고 말하고 양치질을 세 번이나 하였다. 그래도 찝찝하다 양치질을 하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하는 말 “어머니가 실수하신 일이니 어른이신 아버님이 당했으면 큰일이고, 며느리가 당했으면 며느리에게 미안했을 것이고, 석영이가 당했으면 펄펄뛰고 토했을 것이고, 그래도 만만한 사람이 당신 아들이니 당신이 당한 것이 큰 다행” 이라고 말한다.
정말 돌이키고 싶은 날이다!!!!!!!!!!!

 

문제의 개 바끄릇-위에서 수직으로 보면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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