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척추수술을 3번이나 하셨다.
하여 오른다리 기능이 마비되셨다. 오른 다리 기능 상실……
지팡이가 오른다리 기능을 한다.
그러나 목욕탕 안에까지 지팡이를 갖도 들어갈 수는 없다. 그정도면 입장을 거절 당한다.
실제로 아버지는 보호자가 없이 혼자가셨을 때 몇번 거절당하신 경험이 있다.
날씨가 춥다. 오늘 아침 -10도C,
출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목욕탕에 가자하신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아버지 어머니 나, 아내 이렇게 4명이 목욕탕에 갔다. 4명의 평균나이 74.5세! 입장료 1인당 6000원
사실 무뚝뚝한 아버지와 목욕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성년이 된 후 함께 목욕탕에 간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거동이 불편하시다. 몇주 전부터 나와 함께 목욕가자고 말씀드렸더니 드디어 오늘 먼저 가자고 하신다.
계단을 못오르시니 1층에 있는 목욕탕을 수소문 하여 찾았다. 백두산휘트니스 사우나! 시설이 크고 깨끗하였다.
92세의 아버지! 얼굴은 아직도 팽팽한 부분이 있는데 배꼽 위로 상체는 낡은 메리아스처럼 늘어졌다.
목살도 늘어지고 팔의 피부도 낡은 가죽 가방처럼 훼손되었다. 핸드크림을 발라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대퇴골 이하 다리의 피부는 아직도 희고 곱다.
목과 팔은 자외선의 영향으로 피부가 낡았지만 다리는 자외선을 받은 적이 없으니 소년의 살결 그대로다.
젖가슴에서 부터 복부까지는 자외선도 닿지 않는 부분인데 왜 피부가 낡고 늘어졌을까? 미스테리다.
등을 닦아드리면서 등 상부에 있는 물사마귀가 유전적 DNA 일것이라 생각했다.
똑같은 위치에 나도 물사마귀가 있다.
등은 배쪽보다 주름이 없고 의외로 피부가 좋으시다.
배쪽은 젊은 시절 지방이 축적되었다가 살이 빠지면서 팽창했던 복부의 피부 면적이 좁아지고 그 빈공간을 산의 습곡처럼 주름이 자리잡았다.
왜놈들에게 끌려가 2차대전에 일본군으로 참전하셨고 6.25북한의 남침전쟁 때는 국군으로 참전하셨던 전쟁 영웅이시다.
탕에 들어갈 때 다리를 높이 들지 못하시니 잘못하면 낙상의 위험이 있다. 바닦에서 탕의 높이가 꽤 높다. 부축해야한다. 조심할 일이다.
아버지와 나는 탕에 함께 들어가 목까지 담그고 오래 있었다.
고등학생 쯤의 학생이 다리를 담갔다가 들어오지 못한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학생은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였다.
몸이 더워진다. 역시 추운날 목욕탕에 오는 것은 정말 끝내주는 일이다! ^-^
아버지는 등쪽만 내게 맡기시고 나머지 부분은 당신이 직접 때를 밀고 닦으셨다.
아직 그런 기운이 있으시니 감사한 일이다.
나도 옆에서 때를 밀었는데 아버지는 온몸 구석구석 정성들여 닦으셨다. 뽕을 뽑으실려나 ㅎㅎㅎ~
사우나에 함께 들어가지고 여러 번 권했으나 거절하셨다. 이렇게 추운날은 사우나가 제격인데
아무리 권유해도 도리질하신다. 나만 여러 번 사우나에 들락거렸다.
아내는 어머니를 모시고 여탕에 들어갔다. 핸드폰으로 연락하여 나오는 시간을 서로 맞췄다.
두분 모두 오늘 아들 내외와 함게 목욕탕에 가신 일은 흡족해하셨다.
목욕을 끝내고 로비에서 찍었다.
목욕탕을 나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평양식 만두전골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예정에 없던 일이다. ^-^
인계동 ‘만계정’에 가자는 말씀이다. 만두전골로 세계 최고의 맛이다. 4명이서 3인분을 시켰다.
평양식 김치만두 집이다. 중부일보 뒤에 있는 만계정! 내가 아는 만두집 중에서 세계 최고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