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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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가득한 밤

내가 나를 불렀다

 

내가 이렇게 살 수 만은 없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나가 이제 항로를 바꾸라고 했다

내도 더 늦으면 안된다고 했다

 

내가 원인은 나라고 했다.

나도 내 안에 답이 있다고 했다

 

내가 버리라고 했다

나도 버리면 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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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오래 전부터 비빔국수를 좋하했다.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밖에서 먹었다.

비빔장의 매콤한 맛도 일품어서 잔치국수보다 비빔국수를 선호해왔다.

어제 점심에 비빔국수를 먹으러 갔다. 집에서 점심을 할 수도 있었은데

토요일은 어머니가 집에 계셔서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몇 발작이라도 걸으시라고

점심 외식을 결정하였다.

수원가구거리에 있는 내가 자주 가는 소담비빔국수집이다.

만두도 한개 씩 곁들였다.

덜 맵게 해달라고 특별하게 주문해서 속에 부담도 없었다.

소담비빔국수집은 특이하게 국물이 있는 비빔국수다.

볶은 깨는 국물 때문에 물에 뜨고 젓가락으로는 도저히 집히지 않는다.

깨를 면에 부착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였으면 좋겠다.

다 먹고 나면 국물에 참깨가 둥둥 떠다닌다.


집사람은 백내장 수술로 인하여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닌다.

어머니는 잔치국수를 시키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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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walk



어머니가 다니시는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여러가지 율동도 하고 만들기도 하면서 소근육을 유지시키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간보호센터에 가시지 않기 때문에 집에만 계신다.

치매로 인하여 텔레비젼 연속극을 이해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텔레비젼을 같이 보아도 끊임없이 설명을 해드려야하고

그래도 잘 모르신다. 함께 텔레비젼을 보다가 잠시 내가 텔레비젼에 몰두하면 그 사이에 어머니는 코를 골고 주무신다.

낮에 주무시면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 수면제를 달라고 하신다. 수면제는 치매을 촉발시킨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어머니와 산책을 나가게 된다.

산책이라야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전부지만 의사도 걸어야 산다고 했다.

누워만 계시면 안된다. 노인에게는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다.

오늘은 산책길에 동네 까페에 들렸다.

어머니는 딸기차를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창밖으로 교회가 보인다.

그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궁화유치원에 두 아들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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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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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14. 어머니 생일에 바침 / 맹기호

 

꽃 같은 나이 스물다섯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본 것은 송아지 낳는 것뿐 인데

병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이웃집 숙자 엄마가 받았으니

 

가보지 못한 문턱은 셀 수 없이 많아서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친정어머니가 가르쳐주기는 했을까

 

젖은 어떻게 물리고

신랑은 어떻게 다뤄야 하고

90년 동안 만났던 사연들이

모두  낯설고  처음이었을 텐데

 

칠성님 성황님께 비옵니다

봄 마당에 모란이 꽃대를 올리네요

열 살만 더 드셔서 백 살 채워주세요

모란꽃 열 번만 더 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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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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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 가시지 않겠다고 하신다.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었더니 평상시와 같이 많이 아프지는 않고

그렇다고 안아픈것도 아니지만 오늘은 가기 싫다고 하신다.

하는 수 없이 주간보호센터에 오늘 못가신다고 전화로 알렸다.

아침을 차려드리고 약을 드렸다.

좌욕을 끝내셨고

양치질을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10분 후 안방을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코를 골고 주무신다.

주간보호센터에 가시지 않는 날은

내가 계속 붙어있으면서 재롱을 피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

텔레비젼을 틀어드려도 내용을 알지 못해 금방 주무신다.

그리고 밤에 잠이 안오니 수면제를 달라고 하신다.

안되겠다 싶어 11:30에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섰다.

차에 태워 은행에 가서 어머니 통장에서 용돈을 찾았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돈을 찾을 수 없다고 기억하라고 평상시에 여러번 강조했든데도 잊으셨다.

간신히 두자리는 기억하셨다. 은행에서 돈을 찾고 다시 시장까지 100미터 정도 걸어가서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점심 후 커피를 한 잔 씩 하고 다시 차을 타고 가락동마트에 갔다.

달걀

우유

요플레

치즈

배추

시래기 나물을 샀다.

그리고 주간보호센터에 간식으로 기증할

카스타드 과자를 30명이 먹을 수 있도록 36개를 샀다.

과자를 사드리면 그것을 갖고 가는 재미에 주간보호센터에 잘 가신다.

낮에 집에 계신것 보다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면 여러사람과 어울리고

박수치며 노래하고 공작활동을 하면서 소근육을 움직이고

자원봉사 나온 학생들의 노래와 율동도 구경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신다.

그리고 낮에 주무시지 않으니 저녁에 잘 주무신다.

오늘 어머니를 모시고

은행, 점심식사, 마트 이렇게 3군데 다녀오는데 3:30 분 걸렸다.

걸음이 늦으니시 차로 이동하고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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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점검 사항


아내가 친정어머니를 뵈러 갔다.

장모님은 집에서 미끄러지면서 팔이 부러져 고생하고 계시다.

아내는 아침에 나가면서 내일 오후에 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친정어머니와 함께 자고 오는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어머니와 둘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동안 4명이 먹었는데 석영이 살림나고 나서 3명이 먹다가

이제 아내가 친정가고 없으니 어머니와  단둘이서 먹게 되었다.

무얼 먹을까 궁리하다가 시래기밥을 하기로 했다.

쌀은 100% 현미로 했다. 과거에는 백미에 현미를 섞어 먹었는데 몇 년 전부터 100% 현미만 먹는다.

시래기는 무청 말린 것인데 이게 비염에 좋다고 신문에 난 것을 본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여러가지 나물밥을 해보았는데 시래기밥이 제일 낫다.

곤드레밥은 너무 물러서 씹는 식감이 부족하고, 콩나물밥은 그런대로 먹을만하고, 무밥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래기밥이 최고다. 몸에도 좋고 씹은 식감이 아주 좋다. 냄새 또한 시골 사랑방에서 소죽 삶은 구수한 향이 일품이다.

인간의 치아가 맷돌 구조인 것을 보고 생물학자들이 인간은 원래 초식동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래기먹을 때 인간이 초식동물임을 실감한다.

양념장은 고추장으로 했다. 간장 양념도 좋은데 어머니가 고추장 양념을 좋아하셔서 고추장으로 준비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하면 어머니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실까 하여 양념고추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내 옆에서 아주 잘 만드셨다.


그리고 노년기에 단백질이 부족하기 쉬워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쇠고기 등심에다가 후추와 소금을 뿌리고 30분 정도 숙성시킨 다음 팬에 올린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처음에는 강한 불로 양면을 빠르게 익혀 육즙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약불로 아주 천천히 익히면 된다.


시래기밥도 고추장 양념에 비벼 잘 드셨고 스테이크도 맛있게 드셨다.

처음 퍼드린 시래기밥이 많다고 덜어내셨는데 그걸 드시고 나중에 더 달라고 해서 밥통에서 다시 퍼드렸다.

후식으로 사과 반쪽과 작은 바나나 한개를 드렸다. 감사한 저녁이었다.

이를 닦으신 다음 저녁 약을 드렸다. 치매를 늦추는 약과 관절염약을 드셨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안방에 들어가 9시 뉴스를 1시간 동안 같이 시청하고

방안 보일러 온도를 24도에 맞추고

돌침대 온도를 32도에 맞췄다

그리고 창을 열어 실내 환기를 시켰다.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50%까지 맞춘 다음 가습기를 껏고

마지막으로 공기청정기를 틀어드리고 내방으로 왔다. 여기까지가 저녁 점검 사항이다.

감사한 저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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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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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월4일 NSC전체 회의에서 결렬된 미-북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한 성과” 라며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이 완전히 폐기 된다면 북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정말 황당한 얘기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얘기다. 영변 시설은 기본적으로 쓸모없는 고철덩어리이며,

 쓸모없는 풀루토늄 시설이고 우라늄 농축시설은 협상용으로 쓰기위해 일부러 외부에 공개한 곳이다.

북이 바보가 아니면 이런 곳에서 핵 생산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영변을 폐기 한다고 어떻게 북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게  되나. 김정은이 듣는다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을 일이다.

회담에서 미국은 영변 외에 최소한 두곳 이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북한이 숨겨두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 시설을 포함한 전체 핵 프로그램 시설 폐기를 약속해야 북한이 원하는 전면적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 것은 동맹국의 입장을 반박하며 북한 측 제안을 두둔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세먼지 30% 줄이겠다고 공약하더니 마스크 쓰고도 밖에 나가기 두려운 나라로 만들고 말았고,

청년 실업은 끝간데가 없고,  경제는 곤부박질 치는데 국방외교 마저도 엉망이다. 국방은 우리의 목숨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허황한 헛물 김칫국 쇼를 중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바란다.

<오늘 일상일기는 조선일보 기사를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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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근정훈장


집사람이 오늘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40년 이상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훈장이다.

나는 39년 11개월이어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국무총리표창-대통령표창-녹조-홍조-황조-청조근정훈장의 순으로 높아지는데

집사람은 훈장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급인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오늘 2019년 2월 28일을 끝으로 아내의 공직 생활은 끝이 났다.

말로 어찌 다하랴!

그동안 수고많으셨다.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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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내정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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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김상곤 전 교과부장관을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원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한 것은 잘못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교사들이 사용할 자료를 개발하고 교육정책을 연구하며 교사들의 현장교육 논문을 지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는 교사들의 현장연구 논문을 심사하여 승진을 위한 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표절을 검색하여 가려내고 있다.
김상곤 전 교과부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만약 석사 논문이 표절일 시에는 사퇴하겠다며 강하게 표절 행위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곽상도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의 석사 논문이 타인의 문장을 정확한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한 연구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상곤 전 교과부장관은 사퇴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수장으로 앉혀놓고 교사들의 논문을 지도한다는 것은 탈세한 사람에게 국세청장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뿐만 아니라 김상곤 전 교과부장관은 대입제도 개편과 영유아 영어교육 정책 등에서 혼선을 빚었다.

대입제도 개편안을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에, 국가교육위원회는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입시제도 개편안을 떠넘기는 위원회 돌려막기를 했다.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번복해왔을 뿐 아니라 책임 회피, 무능력, 무소신 등 총체적 부실과 무능함을 드러냈다.
국가 교육정책을 하청에 재하청으로 넘기며 책임 회피에만 열중해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분노를 샀던 인물이다.
그래서 임명된 지 12개월 만에 교과부장관에서 해임되었다.
이런 사람을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용도 폐기된 인물을 구제하는 곳이 아니라면
무궁무진한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적 자원에서 고를 일이다.
 

나도 흠결이 많은 사람이어서 이 글을 보내면서 마음이 불편하였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나는 나서지 않는 자연인으로 사는 것이고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고위 교육 공직을 다시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조선일보와 경기일보에 보냈는데 실어주지 않았고, 다행이 중부일보에서 실어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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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경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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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 경인뷰에 맹기호 시가 실렸다.

지난 달에는 서정주, 백석, 황동규 시인 등 유명시인들의 시가 실린 곳이어서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다.

내 시집에서’BLOOD’ 라는 시를 골라서 실었는데

시인이며 평론가인 윤형돈선생님의  詩를 보는 안목이 아주 정확하다. 감사한 일이다.

BLOOD/맹기호

동그랗게 솟는 순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격한 음성을 듣자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가르침을 알 바 아니다

눈을 들면 왜 보이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통한을 알 바 아니다

오늘은 기쁜 날
미치도록 화나는 날
꺼럭을 털자 솟는 방울로

맹기호(1955~) 시인 서양화가
충남 아산,

 경희대 대학원 졸업
1998년 ‘문예사조’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수원문인 협회 부회장, 수원 일요화가 회장
영덕중, 상촌중, 매탄고 교장 역임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 출간
2015 자랑스러운 수원 문학인상 수상

2018  경기문학 대상 수상

동그랗게 솟는 순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격한 음성을 듣자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가르침은 알 바 아니다

눈을 들면 왜 보이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통한을 알 바 아니다

오늘은 기쁜 날
미치도록 화나는 날
꺼럭을 털자 솟는 방울로

시 읽기/ 윤형돈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에서 이같이 노래했다.

맹기호 시인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존재 탐구’라는 말을 언급했는데, 존재의 뿌리는 결국 원형의 혈관(血管)인 어머니, 고향, 사랑으로 귀속할 수밖에 없다.

‘BLOOD(피)’라는 시의 첫 행에 등장하는 ‘순수’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적인 언어로 자신의 실존적 실체를 밝히는 일은 무엇보다 시의 본령인 상상력의 형상화를 도모해야하기 때문에 그 화두(話頭) 자체가 대단히 현학적이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언어로 세상을 다 표현하고 명명(命名)할 수 있다고 오해하지만, 말로 세상을 다 그려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사람은 언어 체계를 통해 세상을 나름대로 정리해야할 당위적인 절박함을 지니고 있다

자기 나름의 지식 체계로 세상을 해석하지 않으면 무언가 두렵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언어를 통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자아당착에 빠지기도 한다.
사각의 링에서 벌이는 피 터지는 싸움도 링 밖에선 ‘동그랗게 솟는 순수’였다

링에 한 번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방울방울 솟아났을 것인가

어쩌면 ‘충성과 명예, 사랑을 위하여 내 한 목숨 바치리라‘는 ‘피의 맹세’를 주문하듯 외우고 또 중얼거리면서 우리는 삶의 현장으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작자는 에둘러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격한 음성을 듣자’고 표현했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은 시인에게 결정적인 존재 탐구의 화두가 된다.

사실 인생이란 진영(陣營) 안에서 이 한 마디의 화두를 놓고 철인이나 식자(識者)들 간에 얼마나 많은 논쟁과 고뇌의 가르침이 오고 갔던가

그러나 아직도 그 명확한 해답은커녕, 한낱 ‘그 길에 묻힌 이의 가르침과 통한’이 되고 말았다.

통한과 쌓인 원한은 씻김굿이 필요하다

‘명량(울돌목)’ 전투의 이순신 해군 제독은 전장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향해 ‘이 많은 원한을 어찌할꼬!’ 피의 눈물(血의 淚)로 통탄했다지만,

시인은 여기서 ‘알바 아니다’ 냉정한 초연함을 유지한다.

그것은 도저히 불가해한 ‘천행’으로 밖에는 풀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생명의 피돌기 현상인 희로애락의 혈액순환은 날마다 계속되어 ‘기쁜 날’과 ‘미치도록 화나는 날’의 감정 선을 수시로 왕래한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받는 꺼럭(꺼끄러기)의 까칠까칠한 장애물도 처음 ‘동그랗게 솟는 순수’의 원액인 ‘솟는 방울’로 전신을 흐르게 해 따뜻한 생명의 약동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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