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중학교에 입학해보니 초등학교에 없었던 교실 두 칸 규모의 도서실이 있었
다. 오늘날의 현대식 도서실보다는 못하지만 35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규모였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대출을 받는 학생의 줄은 복도를 지나 도서실 밖으로 한바퀴를 돌렸
다.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정경이다. 내 평생 그렇게 활발하게 운영되는 도서실은 없었다.
내가 천안중학교 도서실에서 읽은 책은 몇권 안되지만 그나마 독서의 구력이 짧은 나로서는
책을 활발하게 읽은 시기로 기억된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나의 독서는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아라비안나이트, 중국동화
집 몽테크리스토백작 등의 이야기책을 읽다가 괴도루팽, 셜록홈스 등의 탐정소설을 읽었고
녹색우주인, 달로켓트의 비밀, 해저2만리 등의 공상소설을 읽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에 와서 그런 흥미위주의 책이 식상하였다. 그 때 눈을 돌린 것은
고전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독서의 수준이 조금 높아졌고,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때 문학
적으로 커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데미안, 좁은문, 부활, 죄와 벌, 폭풍의 언덕, 대지, 까
라마조프 형제를 읽었으며 세익스피어를 읽었다. 그리고 부잣집 아들이었던 친구 집에 가서
책꽂이에 있던 헤밍웨이 전집을 빌려다가 모두 읽었다. 그 시절 헤밍웨이는 나의 우상이었
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읽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주인공 로버트조단과 마리아가 쫓아오는 적을 앞에 두고 이별을 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우리나라의 소설도 읽었는데 김동인, 김동리, 염상섭, 황순원, 등이었을 것이다. 김소월과
노천명을 읽었고, 한아훈의 ‘보리피리’를 슬프게 읽었다. 운현궁의 봄이 깊게 추억에 남는다.
그리고 춘원 이광수 전집을 읽었다.
춘원 이광수! 자칭 국보이며 향가를 해독한 무애 양주동 박사는 우리나라의 문학을 쌀 한
가마니 라고 한다면 그 중에 아홉 말은 춘원의 것이고 나머지 한말 중에서 아홉 되는 자신
의 것이라고 했으며, 나머지 한 되를 가지고 수많은 문인들의 몫으로 나누어야한다고 하였
듯이 춘원은 훗날 친일적 행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문학의 거봉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이광수의 사랑을 읽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진한 감동으로 눈 앞이 부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왜 그랬을까?
왜 눈 앞이 부옇게 흐려졌을까?
한번도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생각하니…… 아마 사랑
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이 안빈(anbin)이다. 그런데 메일을 등록
하려했더니 이미 다른 사람이 쓰고 있었다. 안빈의 직업이 의사(dr)였다. 나는 의사가 아니
니 앞에 붙이지 않고 뒤에 붙였다. anbind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