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뱅이, 수원문학 가을호에 실릴 수필을 보냈다

 

새뱅이 / 맹기호

 

내 고향은 충청도 시골마을로 앞에 들이 훤하게 트인 동네였다. 멀리 강둑 너머로 장항선 열차가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지나가는 곳이지만 어린 시절 열차를 타본 기억은 없다. 북향을 산이 막아주는 아늑한 골짜기에 스무 채 남짓한 초가가 지붕 높이를 견주며 도란거리는 동네였다. 사람들은 모두 소박했으며 옆집에서 연기가 나지 않으면 뒷문으로 밥그릇이 몰래 드나드는 인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아침에 어른을 만나면 ‘진지 잡수셨어유?’ 라고 물었고 너도 먹었냐? 라고 말씀하시면 야~라고 대답하였다. 야는 하대하는 언어지만 그곳은 야가 존댓말이었다. 내가 자라서 다른 지방에 가서 어른에게 야라고 대답하니 듣는 쪽에서 매우 당혹해하였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맨 끝에 위치했고 마을과는 단절되어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완전한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내 집은 그야말로 섬이었다. 나는 빈 방에서 홀로 지낸 시간이 많았다. 봄이면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피리를 불었고, 뱁새 둥지에서 새끼를 꺼내 재미 삼아 턱거리를 시켰다.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고, 토끼에게 먹일 풀을 베었다. 가을에는 멍석에 말린 벼를 뒤집었고, 겨울에는 집 앞 주엽나무 열매에서 꿀을 빨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넓은 강변 풀밭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는 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유년 시절은 사람하고 지낸 시간보다 소와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바람과 햇볕이 날 키웠고 강물은 나의 친구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내가 첫째였기 때문에 요일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일요일에 학교에 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일요일에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학교에 거의 다 갈 때까지 학교 가는 길에 학생이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일요일이라 누가 볼세라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겨울에 내가 제일 싫어한 것은 아버지와 물고기 잡는 일이었다. 왜인들이 금을 캐고 난 후의 웅덩이에 물이 고인 둠벙에서 고기를 잡았다. 아버지는 내 그물질에 화를 내신다. 둘이 마주 잡은 맞그물을 수직으로 동시에 내리치고 둠벙 바닥까지 훑어야 하는데 동작이 정확하지 않고 그물 바닥이 뜬다고 지청구다. 동짓달 바람은 벼린 칼처럼 볼을 때렸고 그 바람 속에서 마른 억새가 길게 울었다. 얼음을 깨고 둠벙에 그물을 던지고 나서 고기를 맨손으로 거두니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시렸다. 열 살 소년은 손을 입에 쑤셔 넣었다. 난방이 된 곳은 입 속뿐이었다. 물고기를 만진 비릿함이 역겨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손이 시리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오히려 뭐가 시리냐고 매우 의아해 하셨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가장으로서 식솔들에게 고기 맛을 보여줘야 했다. 추위가 스며들 틈을 내주지 않았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칼바람도 흩뿌리는 가루 눈도 일상이었다.

아버지와 고기 잡으러 다니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장소는 속셈말 가는 산 밑에 있는 작은 둠벙이었다. 샘이 솟는 못이어서 물이 맑고 아주 깨끗했다. 그곳에만 새뱅이가 있었다. 새뱅이는 깨끗한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고인 물에 새뱅이가 사는 곳은 그곳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민물매운탕을 끓일 때 새뱅이를 넣고 안 넣고에 따라 맛이 천지 차이였다.

아버지! 수원 영통 망포사거리에 엄지민물매운탕이라고 좋은 민물매운탕집이 있는데 오늘 점심에 어떠신지요? 그 집은 새뱅이를 넣고 끓여줍니다. 하여 셋이 길을 나섰다. 아버지 맛이 어떻습니까? 음… 좋구나 오늘 좋은 식사를 했다. 어머니는 어떠세요? 아범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먹었어.

 

맹기호

 詩人, 수필가, 서양화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경기수필가협회 회장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문화선양분과 부회장

수원일요화가회장매탄고등학교장 역임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 4인수필집 틈과 여백 사이

홍조근정훈장 수상, 경기문학인 대상 수상, 백봉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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