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강의

 

수원문인협회 시분과에서 주최하는 연찬회에서 강의를 했다.  시분과는 모두 등단 시인이고 국문학을 전공한 분도 있고 여러 곳에서 시 창작 강의를 공부한 사람들이라  부담이 되어  고사했으나 강권하여 맡게 되었다.  주문은 시를 쓰는데 있어 맹기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하여 강의해달라고 했다.  나는 몇 가지 내용을 말하였다.

  1. 시의 제목 정하기

시는 언어 예술이고 언어, 문자는 본래 상징이기 때문에 시의 제목도 시 전체의 내용을 상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의 제목은 본문에 없는 단어로 적되 전체 시 내용을 포괄하는 단어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백일장 심사를 할 때 제목에 쓰인 단어가 본문에 나오면, 그것도 여러 번 나오면 수상작에서 제외한다는 말을 했다. 시는 운문이고 상징적인 작업이라 독자는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데 제목에 이미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고 본문에서 중언부언 하면 시로써 자격 상실이다. 힘들어도 본문에 없는 단어로 시 전체를 포괄하는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시인의 사명이다.

오늘 내가 말한 것 중  1번 제목 정하기 꿀팁은 어느 창작 이론서에도 없는 나 혼자의 생각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은 그냥 흘려도 좋다고 했다.

 

ex)   개망초

맹기호

그리움을 은하수처럼 뿌리면 님이 오실까

ex)

그리움

그리움을 은하수처럼 뿌리면 님이 오실까

한 줄로 된 맹기호의 위 시에서 제목을 그리움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글이 될까? 당연히 개망초로 해야한다.  안개처럼 군식으로 핀 개망초를 바라보면서 님이 그리워 눈물이 지물거릴 때 개망초 군락은 마치 은하수처럼 눈물로 희미하게 펼쳐지게 된다.  본문에 없는 개망초를 제목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개망초에 눈물이 범벅된 은하수를 본다.

 

2. 문장 비유법 중에서 의인법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약3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다. 베이징인, 자바인, 하이델베르그인 등으로 나타나는 호모에레투스가 30만년, 그리고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이 나타난 것은 겨우 3만년이다. 이에 비해 지구상의 모든 나무와 식생이 등장한 것은 최소 1억 년이 넘는다. 지구의 나이는 45.5억년이다.  우리는 길가에 은행나무 가로수에게도 경배해야 한다. 그는 빙하기를 여러 번 겪어냈다. 요즈음 엘리뇨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구의 모든 식생에 경배해야 하고 선배 대접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른바 의인화다.  시를 다 써놓고 의인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점검하는 버릇을 가지면 좋다. 몇 시인의 시집 제목을 예로 설명하였다.

진순분 시집 : 바람의 뼈를 읽다.

고재동 시집 : 바람의 반말

윤형돈 시집 : 작별의 손이 내게 말했다.

김채실 시십 : 시간의 얼굴

윤재열 수필집 : 나무는 추위에 떨지 않는다.

 

3.    2인칭 시를 써보자

모든 시는 1인칭이다. 그걸 2인칭으로 바꾸면 좋다. 2인칭 속에는 이미 내가 포함되어있고 그걸 읽은 독자와 합치면 벌써 3사람이 시 속에 들어온 것이 된다.

나는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너는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

4. 입말

시가 풀리지 않을 때, 쓰는 일이 고통스러울 때 옆에 있는 친구에게 속삭이듯 입말(구어체)로 써보자. 문자로 하는 것보다 입으로 하는 것이 더 강열할 때가 많다.

저녁이 내려오고 나무들도 짙어지니 갈 곳이 없다.

저녁아 너도 내려오는구나. 나무들어 너도 짙어지는 구나. 갈곳 없는 나는 어디로 갈까

 

너를 정말 오래만에 만나니 무척 좋다

얼마만이니  반가워

 

강의 도중에 시 분과 분과장님이  명강의다! 그 어떤 창작 이론 강의보다 더 좋고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시 창작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고, 창작 이론서 15권 정도 읽은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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