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상님께 시제를 지내는 날이다. 아내와 함께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에 다녀왔다. 모든 일가 식구들이 모였다. 시제 음식도 풍성하고 정갈했다. 정성을 다하여 제를 올렸다. 내가 한글로 축을 써서 읽었는데 내용인즉, 금년에도 많은 후손들이 명예를 높이고 재물을 늘렸으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음을 고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나에게는 재종간인 종가집의 종손과 종부를 포함하여 5명을 우리 집에 초대하였다. 아내는 먼 여행길에 지쳤음에도 손님들에게 바쁘게 저녁상을 차렸다. 저녁 전부터 술잔이 오갔다. 위스키를 한 병 따고, 나의 절친한 친구인 남기완 교수가 중국에서 가져온 독주를 곁들여 마셨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시제를 마친 직후부터 술을 드셔서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는데 종손인 신호형이 아버지에게 위스키를 따르는 것을 보고, 내가 반잔만 올리라고 말하면서 손을 잡고 말렸는데도 오히려 나를 밀면서 부득불 넘치도록 한잔 가득 따르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단숨에 마셨다.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어찌 80세 된 노인에게 위스키를 넘치도록 따르십니까! 앞으로 내 아버지에게 술을 과하게 권하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나한테 싫은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종손도 매우 당황하는 눈치였고 초대된 손님들로 일순간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정신력이 많이 흐려지셨습니다. 혼절하여 대학병원 응급실에 두 번이나 갔었고, 특히 요즈음에는 당신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습니다. 이점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매일 술로 세월을 보냅니다. 완전한 알코올 중독입니다. 오래 사시고 싶은 욕심도 없어 보입니다. 세상을 비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술을 즐기면서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입니다. 내 아버지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함부로 술 권하지 마십시오.”
나는 정말 내 아버지에게 술 권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다른 사람이 권하지 않아도 혼자서 드시는 양만으로 이미 과음이다. 정말로 아버지는 오래 사시지 못한다. 나는 함께 살기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감지하게 된다.
손님들은 돌아갔다. 다시 우리 식구들이 식탁에 모였다. 정겨운 분위기였다. 어머니, 아버지, 아내, 그리고 석영이, 나 이렇게 다섯이 식탁에 모였다. 어머니와 아내 석영이가 저녁을 먹고, 나와 아버지는 정겨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심심풀이로 반찬을 드시다가 갑자기 어머니를 구박하셨다. 오징어채 반찬을 젓가락으로 한 움큼 집어들고 어머니에게 먹으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깍두기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 중이라 오징어채를 먹을 수는 없다고 거절하셨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면 너무 짜서 못 먹겠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젓가락에 들고 있는 오징어채는 한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 붙어달려있었다. 가장의 횡포였다. 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평생 동안 어머니와 식구들을 괴롭히셨다. 사실 식구 중에 오징어를 먹는 사람은 석영이 뿐이다. 석영이를 위해 어머니가 만든 반찬이었다.
어머니는 계속 먹기를 거부하고 아버지는 강제로 먹으라고 하고…… 보다 못한 석영이가 “그것은 제가 해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만든 반찬입니다” 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석영이 눈에도 할머니를 못살게 구는 할아버지가 못마땅했으리라. 석영이가 제일 어려워하는 사람이 할아버지인데 사춘기의 정의감을 가진 아이가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
아버님은 손자가 불손하다고 대노하셨다.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킨 것이냐고 소리치셨다. 그리고는 술을 가져오라고 난리치셨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아내는 석영이를 타이르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소용없었다. 석영이는 저녁도 먹지 않고 식탁을 떠났다. 한시간 이상 설교가 이어졌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씀드려야 노여움만 더할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는 아내가 감사할 따름이다. 뒷감당이 문제였다. 이제 밤새도록 어머니를 들볶고 술을 마실 것이다. 그리고 며칠은 꼼짝 못하고 끙끙 앓을 것이다. 한 시간 이상 설교를 하던 아버지가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상황은 뜻밖의 계기로 반전되었다.
안방에서 아버지가 나를 들어오라고 하셔서 들어갔더니 방석에 나를 앉히고 “아범아 네 처와 석영이를 데리고 아파트로 살림을 나거라” 라고 말씀하셨다. 기가 막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껄껄걸 웃었다. 그냥 웃었다! 아버지는 내가 웃으니 함께 따라 웃으셨다. 웃으면서 하시는 말 “아들이 웃으니 나도 좋다!” 아버지는 오십먹은 아들을 끌어안고 내 볼에 입을 맞추셨다. 어이구! 내아들! 하시면서……아버지 눈가에 이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