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애송 詩

< 노천명 사진>

 

노천명의 시 고향은 하도 많이 읽어 오래 전부터 외우고 있다.

나 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산 사람이지만 내 정서에 꼭 맞는다.

읽고 또 읽어도 좋아서 스무살 때부터 외우고 있으며

길을 걸으면서 늘 소리내어 읽는다.

 

 

고향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살을 까며 소년들은
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던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내 마지막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을 꺽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 속에서
찔레순을 꺽다 나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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