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필독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모였는데
선병호
교감선생님이 추천하신 책이 최재천교수의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이다. 선병호교감선생님은 천재다! 작년에’ 개미제국의 발견’ 이후 또 이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하다.
주말에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정말 단숨에 읽었고 마라톤을 끝내고 집에 와서 짧게 남은 부분마저 읽었다.
어린 시절 육사를 졸업한 장교였던 아버지는 딱지를 만들어주셨는데 그 딱지에 한글을 적으셨다.
최재천은 그런 아버지 덕에 한글을 일찍 깨우쳤다. 글자를 알게되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아백과사전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았다고 했다.
역시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월부로 사준 세계동화전집을 열심히 읽었는데 제일 많이 읽은 것은
이탈이아 작가 아미치스가 쓴 사랑의 학교였다. 몇번을 다시 읽으면서도 눈물을 줄줄흘렸단
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나름대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은연중 사랑의 학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했다
.
사랑의 학교는 어른들도 다시 한번 읽기를 권하고 있
다. 나도 읽어보아야겠다. 우리집에 책이 있다. 빌릴 필요도 없다^-^ㅎㅎㅎ~
이하는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좋은 부분을 그대로 타자하여 옮긴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어머니가 월부로 한국단편문학전집을 사주셨는데 내가 모르던 세상이 거기 있어서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배따라기, 감자 등의 성적인 묘사도 관심이 많았다. 가장 에로틱한 단편은 오영수 선생님의 [메아리]였다.
사실 메아리에는 노골적인 성적장면이 나오는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훨씬 더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보다 더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배경이 날것의 자연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국어선생님을 따라 애들이 줄을 서서 따라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일까 알아봤더니
백일장 가는 길이라고 해서 선생님에게 저도 가면 안돼요? 라고 졸라 따라갔다가 경복궁에서 열린 그 대회 장원으로 뽑혔다.
시인 장만영선생님이 심사평에서 중,고등학교를 통틀어서 최재천학생이 쓴 [낙엽]이 가장 탁월하다. 하나의 이미지를 잡아 집요하게 따라간 기법이 좋다라는 취지의 기가 막히게 좋은 평이었다.
수업시간에 국어선생님이 나를 어이! 시인! 이렇게 불렀다. 나의 이러한 정신적 변화는 바로 단편소설집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사람은 김유정과 이상이었다.
고독과 사색은 시인의 특징이고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비누조각 숙제를 해갔는데
미술과 오경환선생님께서 “나의 미술교사 역사상 처음으로 만점을 주겠다” 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 그 분 권유로 할 수 없이 미술반에 들어갔다.
오경환선생님은 훗날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미술원장을 지낸 분이시다.
하루는 오경환선생님께서 당시 서울대미대학장으로 계시던 김세중화백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놈 미대에 보낼터이니 받으셔야합니다 라고 인사까지 시켜주셨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아닌 조각가가 되어야하는걸까? 신이 내게 그쪽 재능을 더 심어놓으셨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미대에 가지 못하고 조각가도 되지 못했지만 그 경험이 동물학자가 된 다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다시 어머니께 말씀드려 노벨상문학전집을 사서 읽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보다 글이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아 답답했다.
그리고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문학작품들이 기가 막히게 감성적이라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반데티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솔제니친의 책 중에서 책뒷부분에 실린 반쪽 짜리 짧은 수필 “모닥불과 개미”가 내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짦은 수필이 내 인생의 운명이 될줄이야!
[모닥불과 개미]에서 이타주의를 배웠고 나는 이 학문을 평생 공부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사회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타주의 다.
왜 인간을 포함한 어떤 동물에서는 남을 돕는 행동이 진화했을까?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자기가 손해보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어떻게 일반화 될 수 있는지 이성적으로는 해답을 찾기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인간사회에도 있고 동물 세계에도 이러한 이타주의가 존재한다.
대학생 시절 우연히 [우연과 필연]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크모노가 쓴 책으로 손에 잡는 순간부터 놓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기가막힌 책이었다.
세상과 자연의 원리들을 우연과 필연이라는 두가지로 설명해낸 그 책은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감동의 물결에 휩싸인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자크노모는 생물학자인데 채근 완전히 철학책이었다. 크게 감동을 받은 나머지 80권을 제본하여 주위에 뿌렸지만 복사비도 건지지 못했다.
방위병 생활을 하던 군복무기간에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낮에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문학작품을 읽으라고 하는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읽어주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큰 반응을 보인것은 김동인선생의 ‘배따라기’와 현진건 선생의 ‘불’이었다.
아버지는 육사출신 답게 절도 있고 엄격한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예술적 감성을 동경하는 나는 애초에 기질이 달랐다.
그런데 유학을 반대하던 아버지는 그 때 포항제철에 있었는데 나를 위해 사표를 내셨다. 퇴직금으로 유학자금을 대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 들었을 때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박태준회장은 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반대하던 사표를 수리하였다.
아버지가 하셨다는 말은 “제 큰 아들이 유학을 가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놈하고 보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돌이켜보니 어릴때는 전방으로 다녓고 포철에 근무한 탓에 늘 떨어져살았지요.
녀석이 미국에 가지전만이라도 얼마간 살을 맞대고 살다가 보내고 싶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이런 말을 전해들은 나는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사랑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정말 유학가기 전 6개월 정도가 평생을 통해 아버지와 내가 가장 가깝게 지낸 기간으로 남게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한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가치관, 세계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경험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아마 단 한번도 그런 짜릿한 경험을 못하고 생을 마칠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그런 엄청난 경험을 했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것이다. 나에게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살아숨쉬는 우리는 사실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DNA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왔다.
도
킨스는 그래서 DNA를 불멸의 나선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기계라 부른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 모든 것이 가지런해졌다. 한길로 나란히 늘어선 것처럼 그저 유전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분석하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그 때 느낀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니체, 쇼펜하우어를 읽고 절을 찾아다니며 스님들과 대화를 하고
삶자체와 삶에서 만나는 근원적인 의문을 풀어보겠다고 까불어 댓으며 글을 쓴다고 끙끙댄것도 어느날 갑자기 한권의 책 [이기적 유전자]로 설명되는 기분이었으니 얼마나 황홀햇겠는가?
사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곳은 미시간 대학이었다. 해밀턴교수님 때문이다. 해밀턴교수는 다윈이래 가장 훌륭한 생물학자로 추앙받는 분이다. 일찍이 다윈도 풀지못한 자기희생 또는 이타주의의 진화를 혈연의 개념으로 설명해낸 분이다. 이 개념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되어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해밀턴 이전의 세상 사람들은 일벌이나 일개미들이 보이는 극도의 아타주의를 개체수준에서만 바라보았다. 그러니 왜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고 여왕을 위해 평생 일만 하는지 알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해밀턴교수가 유전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것이다. 해밀턴 교수는 그런 내용을 주로 수학적 논문을 통해 발표했고 리처드 도킨스가 그 내용을 일반인도 알아듣게끔 말로 풀어쓴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세상에는 도킨스가 더 많이 알려졌지만 그 아이디어는 도킨스 본인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또한 윌슨교수가 쓴 사회생물학의 기본적인 이론골격도 바로 해밀턴교수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혈연선택 개념의 핵심은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다른 개체들 즉 친족들을 도와 그들로 하여금 좀더 번식할 수 있게 하면 자신의 유전자 일부가 후세에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후세에 전달되는 것은 내 몸이 아니라 유전자이고 보면 개체에는 불리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유전자에 유리한 형질이므로 그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내용이다. 선생님의 이론을 접하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삶의 많은 의문이 하루 아침에 슬술 풀려나가는 짜릿한 경험을 했다 말하자면 솔제니친의 단편 모닥불과 개미
에서의 의문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해밀턴이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여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이었다. 이 두권의 책 때문에 학문적으로 내가 갈길이 정해졌다.
“사람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나를 학자답게 만든 것은 에드먼즈 선생님과 윌슨선생님 그 두 스승님이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혹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았다면 그리고 거기에 비결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미리 한다는 것”, 일에는 어떤 것이든 마감이 있다. 난 그 마감보다 앞당겨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신문사에서 요청한 원고를 제출 마감일보다 훨씬 빨리 주는 사람으로 나는 유명하다. 마감이 다되어 발을 동동구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 일을 이번주에 미리 당겨서 해놓은다. 그러면 쫒길 일이 없고 일의 질적 완성도도 높아진다. 나는 세상 모든 일을 그렇게 한다. 나도 꽤 많은 일을 하고있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이 습관 덕분에 허덕거리지 않고 여러가지 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시간 관리는 곧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행운도 역시 공짜가 아니다. 지금까지 60년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행운은 무작위로 방문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준비가 된 곳에만 방문한다. 현실의 눈으로 보면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목표일지라도 조용조용 준비하면서 차분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행운의 여신이 악수를 청하게 되어있다.
최재천 교수님은 어려서 딱지를 접어주신 아버지가 딱지에 한글을 적어주어 글을 배운 후에,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가 전개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세계
동화전
집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폈고 동아백과사전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읽으면서 지식의 세계를 넓혔고 중학교에와서는 한국단편문학전집을 읽으면서 서정성을 키웠고 얼떨껼에 나간 경복궁 백일장에서 장원하여 시인의 꿈을 키웠으며 고등학교 때는 비누조각 숙제 때문에 조각가의 길도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또 고등학교 시절에 노벨상수상문학전집을 사서 읽으면서 넓은 세계관을 익히셨다.
서울대 의대 불합격과 담임교사가 그냥 쓴 최재천교수는 전혀 기억도 없는
2지망 합격
동물학과에 합격하여 열등감으로 공부하지 않고 놀다가 4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조교일을 도와주면서 교수님과 가까워졌고 에드먼즈교수가 방한했을때 길잡이 한 인연으로 외국유학을 결심하고 하버드대학 윌슨교수에게 사사받고 학위를 받아 미시간대학 조교수와 하바드대학 전임강사를 거쳐 서울대학 교수를 역임한 후 지금은 이화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그리고그는 수십권의 책을 썼는데 그 바탕은 모두 학생시절의 독서라고 말하고 있다. 참 열심히 세상을 살고 멋있게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의
서재’ 잘 읽었다.
◆ 주요학력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생물학 박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생물학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 생태학 석사
서울대학교 동물학 학사
경복고등학교
◆ 주요경력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연구소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관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 부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서울 국제생태학회 공동위원장
미국 미시간대학교 동물학박물관 종신 객원연구원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spect behavior 편집위원회 위원
미국 미시간대학교 조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전임강사
◆ 주요수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 강연주제
생명윤리와 진화
21세기 글로벌 인재와 지식의 통섭
과학자로서 글쓰기란
21세기 사회문화와 지식의 통섭
◆ 강연분야
과학, 사회 문화, 글로벌, 미래
음…..새벽 03:34분! 이제 자야겠다. 잠이 올까? 그냥 내쳐 책이나 읽어야겠다.
내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2가지 소중한 자산은 밤과 고독이다.
나는 밤과 고독이 정말 좋다 ㅎㅎㅎ~
그런데 타자 오래쳐서 손목 무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