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혼자 나와서 참가하였기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나중에 대회주체측에서 보내온 작은 사진인데 결승점 50미터를 남겨 놓은 지점이다.>
오늘 경인일보사에서 주최하는
제8회 화성효마라톤 하프코스에 출전하였다.
병휴직 후에 몸만들기를 해오고 있지만
사실 하프마라톤은 가벼이 볼 수 없는 거리이다.
2주일 전에 경기일보 10km마라톤에 출전했었다.
당시 기록은 59분 16초,
그러나 이번에는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하프마라톤은 거리가 길으니
처음부터 페이스를 올리면 완주하기 어렵다.
평소 10km를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달리는 연습기록은 66분
그렇다면 20km 까지 132분
나머지 1.0975m에 7분,
총 139분이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다만 10km를 달리던 페이스를
후반 20킬로에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 가능한 기록이다.
하프마라톤의 제한시간은 180분이다.
집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나왔다.
하프마라톤을 뛰겠다고 하면 아내가 너무 무리라고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스타트라인의 첫줄에 섰다. 차분하고 담담한 기분으로 출발하였다.
긴 여정이기 때문에 초반에 스피드를 내면 금방지치고 결국 포기하고 만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였다.
내가 추월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습다. 이 나이에 나를 추월한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다니 정말 내가 생각해도 나의 경쟁심은 못 말린다. ㅎㅎㅎㅎ)
3km지점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추월당한 젊은이가 나왔다.
보나마나 평소 연습도 하지 않고, 젊은 혈기에 초반에 내달렸다가
낙오한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나에게 추월당한 사람은 레이스 전체를 통해서 30명 정도였다.
8킬로 지점에서 웬 젊은 여자(30대 중반)가 옆에서 함께 뛰었다. 몸이 날렵하고 탄력이 있어 보여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풀코스를 두 번이나 뛴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핸드폰에 리시버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뛰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는 손목에 감은 손수건도 제일 가벼운 가제 손수건으로 했는데 그녀는 핸드폰, 모자,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참 기운도 좋다! 나는 페이스가 느린 사람이니 기록을 위해 빨리 앞으로 튀어나가라고 권유했지만 계속 옆에 붙어서 달렸다.
10km지점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보니 놀랍게도 57분이었다.
비교적 좋은 기록이다. 이대로 계속 달린다면
120분에 결승선을 통과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발칙한(?)생각을 잠간 했다.
함께 10킬로 이상을 뛰다가 17km지점에서 그녀는 튀어 나갔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달렸다. 중간 중간 속력을 내볼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뒷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발목뼈가 10킬로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아파왔기 때문이다. 20킬로 지점까지 평소페이스대로 달리다가 마지막 1km를 남겨놓고 스퍼트하기로 마음먹고 달렸다.
18km를 지나면서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나는 결코 걷지 않았다.
걸으면 다시 뛰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레이스 중에 의료진을 세 번 불러
스프레이파스를 발목에 뿌렸고,
물을 4번 먹고,
스펀지물을 두 번 머리에 뿌렸다.
19km지점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이 가로막았다.
긴 언덕길이 나타난 것이다.
스퍼트가 문제가 아니었다.
전진 자체가 어려웠다.
초반부터 나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40대 중반의
기아자동차유니폼을 입은 1235번 선수도 걸어가고 있었다.
결국 천천히 언덕을 오르다가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기록이 좋을 리 없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전광판 시계를 보니
2시간 16분이었다. 아쉬운 기록이다.
뛰고 나서 붕우 남기완 교수에게 전화하였다.
함께하지 혼자 뛰냐고 자기는 몰랐다고 말했다.
물론 함께하고 싶었지만 내가 이 대회를 신청할 때는
경기일보 10킬로 마라톤 뛰기 전이었기 때문에 내 몸을 내가 믿기 어려웠다.
남교수는 바위처럼 의지가 단단한 사람이다.
인생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고있으며
풀코스를 3번이나 뛰었다. 다음 기회에 함께 뛰기로 하였다.
오늘 기록이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레이스에는 만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느정도 건강을 회복한 것을 스스로 느낀다.
집에 와서 체중계에 올라서니 예상대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적은 체중이 나왔다. 59.90kg!
점심을 먹으면 팍 올라가겠지만 오랜만에 60kg 벽을 부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힘이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풀코스를 거뜬히 뛸 힘이라는 말은 아니다.
역시 하프마라톤도 결코 쉽지 않았다.
바람이 있다면 평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풀코스(42.195km)를 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