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발할 때는 아무런 빛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고, 돌아와서 한참 지난 후에 동이 트는 붉은 기운이 보여 찍었다>
오늘부터 금년 학기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동안 매일 아침 06:00에 산에 올랐지만
오늘부터는 06:00에 교육이 시작되니
05:00부터 운동을 시작하였다.
05:00 정각에 방에서 나와 마당에서 국민체조 2회 반복으로 몸을 풀고
500미터 쯤 도로를 걸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깜깜하였다.
다행히 동네의 불빛이 조금 있어서 그것에 의지하여 걸었다.
산에 오르는 지점에서부터 개사육장에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짖어대는데
오늘은 너무 이른 탓인지 한 마리가 두어 번 컹컹 짖어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산에 오르다가 전진이 어려우면 다시 내려오리라 마음먹고 올라갔다.
그런데 끝까지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희미하게 나무가 없는 사이로 뚤린 공간이 보였는데 그게 길이었다.
결국 산길은 나무가 없는 사이를 연결한 것이었다.
낮에는 익숙한 길이었지만 밤에는 정말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몇 번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얼굴에 나뭇가지가 부딪쳤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사람이 나오면 어떻하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그래 노래를 부르자 무슨 노래? 씩씩한 군가를 부르자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폭탄의 불바다를 무릅쓰고서
고향땅 부모형제 내일을 위해
전우야 내 나라를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아래 목숨을 건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였다. 누가 전방의 등산로에서 내려온다면
내 발자욱 소리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 시간에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정상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무서워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안양초등학생 살해범과는 전혀 다른, 근처에도 가지 않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을 소리쳐 외쳐줌으로써 상대를 안심시키고
동시에 나 자신도 어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함이었다.
교육원 뒷산에는 산비둘기가 많이 사는데 올라가는 도중에 다섯 번 쯤 놀라서 날아간다.
그런데 오늘은 깜깜한 밤이라 그런지 한번만 푸드득 날아 가고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비둘기도 깊이 잠든 모양이다.
핸드폰이라도 가져올 것을…. 핸드폰을 열면 그 빛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늘 당장 랜턴을 하나 장만해야 겟다. 후래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중간 쯤 올라가니 사방은 더 어두워 졌다.
아래 녁은 그래도 동네의 불빛이라도 있었으나 이제는 아무 빛도 없다 하늘에는 달은 물론 별도 없다.
정말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그래도 나는 전진하였다. 여기서 말수는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려오는 길도 어두웠다.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미끄러질 위험은 더욱 컸다. 군가를 계속 불렀다. 중간 쯤 내려왔을 때 무언가 변화가 감지되었다. 딱히 날이 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검은 공간에서 짙은 회색의 기운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빛이다!
태초에 빛도 이렇게 왔을까? 여명이었다. 해가 뜨기 전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돋는 것은 해돋이 일것이지만 이것은 해돋이와는 달랐다. 무언가 어두움 속에서 빛이 생긴다는 회색의 느낌 ! 이것이 분명 여명일 것이다. 여명을 통해 걸음은 쉬워졌다. 군가를 계속 부르는 내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시인인 내가 30년 전의 군가만 계속 부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바꾸었다. 돌아오라쏘렌토로를 목청껏 불렀다. 10 번 쯤 부르니 산 아래 길이 보였다. 드디어 길로 내려섰다.
여전히 길도 어두웠다. 그런데 어둠속에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돌아오라쏘렌토로를 계속 부르면서 따라갔다. 그 사람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자전거 도로를 걷던 그 사람이 갑자기 차도로 들어섰다.
나에게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길을 바꾸는 것이었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 지고……순간 그가 나를 불렀다. “연구사님!” 식당에서 일하는 강계순씨였다. 아침을 지으려 새벽에 출근하는 중이었다. 앗 강계순 아주머니! 무서웠지요? 네 조금….그러나 찬송가를 부르셔서 덜 무서웠어요. 네! 아아! 네(찬송가 아닌데……ㅎㅎㅎ) 집에서 걸어다니세요? 네, 20분 걸려요, 왕복 40분 걸리는데 매일 걷는 것이 좋아요 네, 맞습니다. 걷는 것이 제일 좋지요.
교육원 마당에 도착하였으나 아직도 어둠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부원장님이 물으셨다.
혹, 아침에 산에 오르셨습니까?
네, 다녀왔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50 넘으면 먼저 가는 사람이 형님입니다.
혹, 어두운 산길에서 무슨 일이나 생기면 어쩌실려구요
혼자 밤길에 산에 오르지 마세요 조심하세요……
별 문제 없다.
이봉주는 40세에마라톤 풀코스도 뛰는데
그까짓 뒷산을 60분 오르는 것이 뭐 대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