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제가 밤 값은 합니까?

어머니는 이제 며칠 있으면 74세가 된다. 많이 늙으셨다.

젊어서는 허리가 가늘고 날씬하셨는데 이제는 몸도 두리뭉실 해지셨다.

오늘 아내 는 동료의 집들이가 있어 늦는다고 했다.

저녁 7시 40분!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저녁을 차리신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써 저녁을 잡수셨고 아버지는 안방에서 주무신다.

흰쌀 한 톨 없는 100% 현미밥 한 공기,

노란 배추 고갱이 쌈,

날배추를 삶아서 갖은 양념하여 나물처럼 무친 것,

김치국 한 그릇,

고구마 삶은 것 1개

이것이 오늘 저녁 메뉴의 전부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 식성과 거의 같아진다. 어머니도 고기를 즐기시지 않고, 김치를 주 반찬으로 하시는데 나도 요즈음 들어 채식 위주의 식단을 원한다. “어머니 우리 집에서 어머니와 제가 식성이 제일 비슷하지 않습니까?” 어머니는 “맞아 너랑 나랑 제일 비슷하게 먹는다.”라고 좋아하신다. 어린아이처럼 웃으신다.

어머니는 나와 함께 마주 앉아 내가 어떤 반찬을 잘 먹는가 구경하면서, 쉬지 않고 말씀 하신다. 아들과의 대화는 정겹다.

세대차이, 문화차이가 있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우리 집은 식탁 옆에도 텔레비전이 있는데, 마침 텔레비전에서 ‘현숙’이 노래를 한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현숙이는 참 효녀다. 양부모가 모두 중풍에 걸렸는데 대소변을 다 받아내고, 그러다가 아버지는 죽고, 이제 어머니만 남았단다. 효녀상도 받았지! 오빠도 있는데 오빠가 모시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현숙이가 스스로 부모를 모시고 싶어서 모신다더라! 오빠도 좋은 사람이라고 자기 오빠 말을 좋게 했단다.”

음……나도 그 정도는 들어서 알지만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주요 일과인 어머니가 연예계 소식은 나보다 한수 위다. 그러니 어머니가 신나게 설명을 하실 수 있지!

동네 황금부동산 주인이 동네 집들을 너무 싸게 소개해서 손해 본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매산시장에서 옷과 구두를 수선하는 형제가 열심히 살아서 자식들을 다 잘 키우고 좋은 집도 샀다는 이야기, 나도 그 형제를 잘 안다.

역전시장 황정아네 가게에 들렸더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옷이 안 팔린다는 이야기,

밤을 까서 파는 할머니가 있는데 한 봉지에 3000원씩 두 봉지를 사면서 5000원만 하자고 했더니 안 깎아주어서 그냥 6000원주고 샀다는 이야기,

내가 말했다. “어머니 밤 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것을 깎아요. 다음부터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셔요! 했더니 ”안다 힘들고 말고! 그래서 6000원 다 주었다니까!

날밤을 먹는 맛이 좋다. 아드득 경쾌한 소리를 내며 씹힌다.

“어머니 날밤! 맛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밤 값은 하는 겁니까? 밥 한 그릇 다 먹고 또 밤을 먹으니”

“하고말고! 우리 아들이 왜 밤 값을 못해?

-종득이 형 생각이 난다.

어머님이 편찮으시고 모든 수발을 종득이 형이 다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 종득이 형은 정말 효자다!!

나도 어머님이 누우시면 할 수 있을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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