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의 소년 소설 몽실 언니

KakaoTalk_20180309_165926132.jpg

권정생의 소년 소설 ‘몽실 언니’를 읽었다.

말이 소년 소설이지 286쪽의 장편소설이다.

인상 깊은 구절을 몇 토막 옮겨본다.

몽실은 소꿉을 싼 치맛자락을 꼭꼭 오불쳤다.

고개 위에서 몽실은 밀양댁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눈자위가 씀벅거리고 코가 찡하게 더워 왔다.

야학에서 모두가 열심이었다. 배운다는 것은 어머니의 젖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머니의 젖은 키를 크게 하고 몸을 살찌우는 것이고, 배우는 것은 머리가 깨고 생각을 자라게 한다.

인민군 청년은 몽실의 가슴에 안긴 난남이의 조그만 손을 꼭 쥐었다가 황급히 달려나갔다. 몽실은 갑자기 외로움이 가슴 안으로 몰려왔다.

인민군 청년이 잠간 동안 남기고 간 사람의 정이 몽실을 외롭게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느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그것이 친구이든 부모님이든 형제이든 낯모르는 사람이든 사람끼리만이 통하는 따뜻한 정을 받았을 땐 더 큰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

몽실은 시집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몽실아 여자는 누구나 결혼을 해야하는 거야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살 수는 없단다.

몽실은 줄곧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댓골 어머니 생각, 돌아가신 새어머니 생각, 왜 그래야만 되는 걸까? 왜 여자는 남자한테 매달려 살아야하는 걸까?

우린 엄마도 아버지도 없어? 난남이는 재우쳐 물었다.

아버지가 몽실이를 버리고, 어머니가 버리고, 이웃들이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칼과 창이 가엾은 몽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내며 이 세상 모든 아픔을 감싸안았던 몽실 언니,

 해방과 6.25북한의 남침 전쟁, 극심한 이념 갈등과 남북 대립이라는 아픈 현대사를 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우리 민족의 현대사가 몽실 언니와 같은 슬픔을 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대륙과 해양의 접촉점에 선 한반도  2000여 년에 걸친 숙명적 고난의 역사 속에서

몽실 언니와 같은 슬픔이 나온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주변에 몽실 언니 같은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몽실 언니가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끝 부분에 와서 권정생의 표현대로라면 맹기호도 씀벅거렸다.

이 글은 카테고리: 일상일기(XE)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