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영

수원시내 고등학교 교장을 지낸 동료들과 필리핀에 3박4일 다녀왔다. 사실 왔소 갔소 한 여행이었다. 해외를 단기간에 간다는 것이 의미도 없는 일이지만 친목을 도모한다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나는 많은 시간을 호텔 수영장에서 보냈다.

우한코로나 사태로 수영을 중단한 지 3년이나 되어 내가 수영을 못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역시 몸으로 배운 것은 몸이 기억한다고 하던가? 접영을 제외하고 자유형, 배영, 평영 모두 잘 되었다. 일행 중 수영안전요원 자격증이 있는 안대준 교장에게 생존 수영에서의 손동작을 수정받았고 평영 동작에서 팔을 끌어당기는 동작도 정확하게 배웠다.

수영장은 의외로 깊어서 내 키가 파묻혔다. 대개의 수영장은 경사도가 있어 낮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천천히 경사가 이어지는데 여기는 수영장 전체가 완전한 수평이어서 단 한 순간도 서있을 수 없는 구조였다. 6feet 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183cm 정도의 수심이었다.

열대기후 필리핀은 난방을 하지 않는 나라다. 야외 수영장도 물을 데우지 않고 그냥 노천 상태에서 운영하는 방식이어서 연료가 들지 않는 구조였다. 지금이 일년 중 제일 기온이 낮은 계절이라고 했는데 낮 최고 31도 까지 올라갔다.  성당의 창은 유리 없이 철제 난간과 장식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는 정도였다. 창문에 유리가 없는 열대의 나라! 신비하였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배영을 하고 있다. 힘을 모두 뺀 상태다. ^^ 이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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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3박 4일

 

 

제가 3박4일간 필리핀 세부를 여행하려 합니다. 7일 10:25분 인천을 출발하여 10일 밤 늦게 돌아옵니다.  과거 동료들 7명이 함께 합니다. 수원에서 같은 시기에 함께 근무한 고등학교 교장들입니다. 정년 후 자주 만나는데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하게되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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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감성 프로젝트

경기수필가협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경기수필에는 강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다른 데서 현재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한 재능이 아까워 ‘내 맘대로 감성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문학이든 아니든 자신이 정통한 분야에 대해 60분 간 회원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것이다.  반응이 매우 좋다.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강사를 정하였다.  이런 기회를 통해 경기수필 자체 역량을 높이고, 동료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을 믿는다.  지난 주에는 세 번  째로 내가 강의 했다. 감사한 하루였다.

강의 내용은 예술의 근본 기저는 무었인가? 였다. 공자의 예술에 대한 생각, 영국 월터 페이터의 음악이 예술에서의 위치, 헤르만 헷세의 예술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나의 종합적 생각을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곡, 오페라 아리아,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대중가수 홍민이 부르는 가고파 등을 감상하였다.

장소를 정하는데 주차 문제가 해결되는 아파트 공간에서 하기로 했다.  변화는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공개하였다. 참여해준 동료 문인들에게 감사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다음 번에는 이일환 작가가 강의한다. 고위 공직에 있었으면서도 자신을 낮추는 아주 겸손하고 인품이 훌륭한 분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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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

여주 움막에 다래가 익었다.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나는 한국 산에 나는 야생 열매 중에서 최고의 맛은 다래와 개암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다래와 개암이 익기도 전에 먹어보고 떫다고 말한다. 그러나 완전히 익은 뒤에 먹으면 떫은 맛이 전혀 없다. 다래가 익으면 단맛이 최고 절정에 이르고 개암은 향이 좋다. 개암을 영어로 헤이즐럿이라고 하는데 익은 개암을 깨물면 헤이즐럿 커피 향이 입안에 가득 하다.

올해 여주 움막 다래에 거름을 많이 했더니 정말 많이 달렸다. 아마도 1000개는 달린 듯 하다. 요즈음 개암이 익었다. 새도 와서 많이 먹는다. 어떻게 익은 것을 아는지 지난 주까지 전혀 안 먹더니 이번 주에 새들이 많이 온다. 다래는 익어도 싱싱한 녹색을 그대로 유지해서 더 기특하다.

다래!

백이 숙제가 먹었다는 마이태자가 먹었다는 그 다래!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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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봄의 정다움이

[천자춘추] 버스에 봄의 정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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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버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식장에 가는 경우처럼 같은 목적을 갖고 가는 길이라면 혹 버스 안에서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시내버스에서도 아는 사람을 만난 일은 없다. 그리고 도시의 익명성으로 인해 버스 안의 승객은 모두 낯선 타인이다. 나는 시내에 나갈 때 승용차를 갖고 가지 않고 으레 시내버스를 탄다.

시내버스에 오르면 특별히 창밖 풍경을 살필 일도 없다. 자주 지나는 길이라 어떤 관공서가 있고 어떤 상점이 있는지 다 알기 때문에 내릴 곳을 찾으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운전할 필요도 없고 알아서 실어다 주겠지 하고 기사를 믿고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는다. 세상에 제일 편한 곳이 시내버스 안이다.

봄이다. 비 온 뒤 하늘은 맑고, 가로수 은행나무에도 봄의 정다움이 가득하다.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봄의 기운을 빌려 인사하고 싶다. 그것이 봄의 힘이다. 실제로 나는 우리 집 동네 골목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한다.

행궁동 안에 있는 문인협회에 가기 위해 수원역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올라서면서 빈자리가 있는지 둘러봤는데 승객이 반도 차지 않아 버스 안이 휑하다. 그런데 세상에! 둘이 앉는 좌석에 모두 통로 쪽에만 앉아 창 쪽 자리만 비어 있다. 통로 쪽에 줄 맞춰 앉아 있고 창 쪽은 줄 맞춰 비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통로쪽에 앉은 사람이 몸을 틀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할 것이다. 차라리 서서 갈까? 통로 쪽에 앉은 사람 가까이 다가가 서 있어도 앉은 사람은 꿈쩍도 않는다. 아마 가까운 곳에서 내릴 것이니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 규모 세계 6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다. 선진국이라 불러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이제 버스 착석은 안쪽 자리부터 앉는 전 국민 문화운동을 전개하자. 다음 정거장에 내리는 사람도 자리가 비었다면 당연히 안쪽 자리부터 앉아야 한다.

낯선 사람이 모인 곳에서의 에티켓은 더욱 아름답다.

모든 국민이 안쪽 자리부터 앉는 날 세계 1등 문화국민이 될 것이다, 그날 봄의 정다움이 버스 안까지 마음껏 들어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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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확인

[천자춘추] 존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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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어린 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꽤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것이 오늘날 내가 생각하는 존재 확인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내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궁금했다. 내 존재의 원인이 당연히 부모님이라면 맨 처음의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 동네의 맨 끝 외딴집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넓은 강변 풀밭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면서 혼자 외로이 상념에 들었고 커 가면서 그 물음도 커 갔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시간은 왜 가는가. 신(神)은 있는가. 있다면 왜 나타나지 않으시는가. 우주는 끝이 있는가 없는가. 끝이 있다면 그 밖의 세계는 무엇인가. 호주국립대학 사어먼 드라이버 박사는 우주의 모든 별이 몇 개인가 세어 봤는데 7×10에 22제곱 개라고 했다. 양으로 표시하면 양손으로 모래를 모으면 약 800만개가 된다고 하는데 우주의 별은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해변과 해저,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 수의 7배라고 한다. 얼마나 신비한가. 더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로운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시인이 있어 신을 만나거든 아무리 바빠도 한번 다녀가라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2천년이나 기다린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고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오시면 생중계하면 되니 오시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푸틴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이고, 북의 돼지 남매도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신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문제를 잊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내 자리에 오면 또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생각했던 문제. 나는 이것을 ‘존재 확인의 문제’라고 명명한다. 눈을 들면 보이는 것도 이상하다. 모든 존재가 내 시야에 놓인 것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다. 처음부터 그냥 있었다면 그것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을 데카르트의 방법적회의처럼 의심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한다. 눈을 들면 보인다. 저것들은 왜 보이는 것일까.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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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자

[천자춘추]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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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인구학의 권위자 옥스퍼드대 콜먼 교수가 2750년 한국의 인구소멸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15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쓰고도 실패했다. 백약이 무효다.

이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단발성 현금 지급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 자민당은 결혼하면 대학 때 빌린 학자금 절반을 면제하고, 출산하면 완전히 탕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출산율이 우리 다음으로 낮은 이탈리아는 자녀를 둘 낳으면 세금을 아예 면제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을 들끓게 만들었던 나경원 전 부위원장의 발언은 결혼하면 4천만원 저리 대출, 5년 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이자 면제, 5년 안에 셋째까지 낳으면 원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것이다.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나라가 없어지는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개도 강아지가 귀엽고, 풀도 어린 것이 더 예쁘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랴. 동네에서 아기가 울고 어린이가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7년 만에 대통령으로서 저출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대책위에서 내놓은 방안은 24개월까지 입원진료비 무료, 신혼부부 주택구입 특례 소득기준을 7천만원에서 8천500만원으로 완화, 공공주택 입주 기준 다자녀를 2자녀로 일원화, 유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8세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언컨대 효과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면 이참에 국가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하듯이 신생아를 국가가 맡아 국가 시설과 재정으로 길러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신생아 육아가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갈 때까지 국가가 길러주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유아기에 가족 안에서의 경험이 인성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심리학적 사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사라질 것인지의 절박한 문제다.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나라가 없어진다. 나라가 길러주자. 신생아의 육아를 국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 낳기만 해라. 국가가 길러준다. 그러면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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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천자춘추]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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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지난 40년 봉직했던 조직 사회가 생각난다. 퇴직 동료들 모임에 나가면 옛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과거의 일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다. 내 의자는 후임자에게 물려줬고, 그들이 또 열심히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사회 제도는 그렇게 이어져 가고 그러면서 연계되고 통합을 이뤄간다.

 

퇴직하면서 나는 그동안 봐왔던 전공서적을 모두 버렸다.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어서다. 그동안 가르치는 일만 해왔으니 이제는 내가 배우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선배들이 퇴직하면 정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자신들을 위로하는 말로 들었다. 그러나 내가 퇴직하고 보니 정말 좋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로 서두를 필요가 없어 좋고 하루 200쪽 이상 읽어야 했던 공문을 보지 않아 좋다.

 

 

오래전 일이다. 내가 새 자동차를 사서 몰고 출근했더니 옆에 앉은 동료가 자동차를 얼마 주고 샀느냐고 물었다. 그때 내 대답은 놀랍게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물어본 사람도 놀랐다. 아니 어제 산 자동차를 얼마 주고 샀는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나보고 이상하다고 했다. 나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를 사기 전에는 어느 회사 어떤 모델을 살까? 연비는 어떻게 되나? 이런 것을 모두 따져봤다. 그런데 값을 치른 다음에는 모두 잊었다. 나 스스로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채근담이 떠올랐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 위를 날아가도 기러기가 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을 드러내고 일이 끝나면 마음을 비운다’.

 

금년도 벌써 반이 지났다. 8개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평생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시간을 쓰고 있다. 농사도 짓고 먹고 남아 지인들에게 감자, 가지, 옥수수를 나눠 줬으며 맥주병이 수영장에 등록해 접영까지 배웠고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오늘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니 3천명 가까이 된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통화한 사람이 10%나 될까?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이제는 날아간 기러기처럼 그림자를 버리려 한다. 새로 공부할 것이 정말 많다. 오늘 2천명 넘게 연락처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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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野性)

 

[천자춘추] 야성

경기일보 2023. 9. 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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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보행 능력을 잃었다. 보조기구에는 바퀴가 달렸는데 단독주택은 문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어 가까운 아파트를 월세로 얻어 이사했다. 아버지와 내가 함께 지은 51년 된 주택을 떠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나를 믿고 어머니를 맡겼는데 저승에 가서 어떻게 아버지를 뵐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매일 아침 본가에 신문을 가지러 간다. 단독주택에서는 다섯 가구와 교류했는데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 집이 20가구나 된다. 변화무쌍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때를 만나고 운명을 만난다. 여기는 또 어떤 만남이 있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신문 가지러 걸어가는데 어떤 중년 남자의 엄지가 없는 오른손을 봤다.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그의 아픔을 생각했다.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석가세존은 인생의 참모습을 고통이라 했다.

 

보도블록 틈에 자생하는 잡풀을 본다. 소복한 꼬리털 같은 강아지풀, 바닥에 납작 엎드린 바랭이, 무조건 타오르고 보는 환삼덩굴까지 보인다. 이런 야생은 오랜 세월 한정된 물을 갖고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하면서 강한 면역력이 형성된 것이다. 은행나무가 지구에 태어난 것은 고생대 페름기로 2억9천만년 전이며 지구에 초원이 등장한 것도 신생대 3기로 6천500만년 전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어떠한가? 최초의 어정쩡한 직립을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태어난 것은 300만년 전이고 크로마뇽인 같은 현생인류가 태어난 것은 겨우 3만~4만년 전이다. 지구의 모든 식생이 인간보다 훨씬 선배다. 그들은 온갖 환난을 거쳤고 여러 번의 빙하도 견뎠다. 그런 와중에 모든 질병에 대한 면역이 생긴 것이다. 그들에게 선배 대접을 해야 한다. 나는 인간과 함께 지구에 생명을 붙이고 있는 식생도 우리의 형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환절기가 되면 집안 식구 전체가 콧물을 줄줄 흘리는데 가족 중 비염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 어머니다. 충청도 두메산골의 내 어린 시절은 야성의 계절이었다. 어머니는 그 야성의 시간이 나보다 25년 더 길다. 강아지풀, 바랭이, 까마중의 야성이 어머니에게 깃들었기를 소원한다. 엄지손가락이 없는 사내도 생각한다. 내게 어머니의 치매는 맞서기 힘든 적이다. 모란을 좋아하는 93세 야성의 어머니, 본가에 아버지가 심은 30년 된 모란이 있다. 모란을 일곱 번만 더 보게 해주면 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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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국민 모금 운동

우리집 거실에 걸린 5000년 민족사에서 내가 제일 존경하는 세 분이다.

이순신 장군, 이승만대통령, 세종대왕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시작되자 많은 국민의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을 개시한 지 이틀 만에 4000여 명이 5억원 넘는 돈을 보내왔다고 한다. 나도 오늘 10만원을 보냈다. 올해는 이승만 대통령 서거 58주년이다.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 수천명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기념관이 없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은 최근까지도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두고 “독재 정치의 부활”이라며 반대했다. 집권 연장 시도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만 들춘 것이다. 오늘 한국민의 삶 전체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 위에 있다. 자유 민주와 시장경제 채택, 토지 개혁, 교육 제도 등 나라의 기본 틀을 그가 만들었다. 김일성의 6·25 남침에서 나라를 지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위대한 업적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공과를 갖고 있지만 이승만 대통령처럼 과오만 의도적으로 부각된 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원래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 금액의 70% 정도인 320억원을 국민 모금으로 채우고 나머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로 했다. 온 국민이 동참한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기념관 건립 과정 자체가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조선일보 2023. 9. 13. 사설에서 내용을  상당 부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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