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KOREA : 휴머니스트가 살기 어려운 나라



 


 



나는 생선회를 먹지 않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동료들과 회식을 할 때 주변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교감을 할 때도 선생님들이 회식할 때 나 때문에 일식집을 피하곤 했다. 하여튼 나는 문제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내가 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충청도 내륙지방에서 자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문화이다.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통해 가진 공통된 생활양식 또는 행동양식이다. 결국 개인이 어떤 음식에 맛을 들이고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은 음식문화의 기초단위인 가정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그가 속한 향토의 문화에 길들여지고, 오늘날처럼 문화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대에는 음식도 대중문화의 성격을 갖고 개인에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란 가정은 날 생선을 먹지 않았다. 신선한 생선이 내륙으로 들어오기 어려웠기 때문에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후배교사가 나를 대접한다고 횟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산 낙지를 젓가락에 둘둘 말아서 머리부터 통째로 먹으면서 먹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산낙지 전문점에서 정력에 좋은 산낙지를 대접하는데 자신의 성의를 몰라준다고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정력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속물인가? 정말 기가 막혔다.




둘째는 아마도 나의 타고난 인도주의(Humanism)정신일 것이다.




나는 어려서 시골에서 자라면서 토끼와 닭을 키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그 수가 제법 늘어서 토끼 50마리, 닭 100마리가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토끼가 먹을 풀을 뜯으러 들로 나가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닭도 역시 지금처럼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이 아니고, 내가 들에 나가 닭이 먹을 풀을 뜯어오고, 추수가 끝난 논으로 닭을 내어 몰아 이삭을 먹게 하고, 닭을 풀어놓으면 닭 스스로 집 주변의 땅을 발로 헤쳐 여러 가지 유기물과 벌레, 풀씨 등을 먹으며 저절로 자라는 시절이었다.  토끼는 밥을 주는 나를 보면 뛰어오고, 닭도  싸레기 쌀을 뿌려주면 나를 졸졸 따라오곤 했다. 멀리있는 닭을 부르려면 나는 고고고고–소리를 내곤 하였다. 




아버지가 토끼와 닭을 잡는 날은 나는 거의 밥을 먹지 못했다. 고기가 귀한 시절이라 단백질 부족으로 뼈와 근육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내가 기르던 토끼와 닭을 차마 먹을 수 없었다. 고기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음성을 뒤로 하고 뒤뜰에 가서 소리 없이 울곤 하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식구 수대로 닭을 5 마리나  잡았으니 안 먹은 표시가 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먹지 않았다.  아버지의 외숙이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소를 팔았던 날 텅빈 외양간을 보면서 서럽게 울던 기억이 난다. 나는 타고난 휴머니스트였다.




나의 동물에 대한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 까지 미쳐 식물을 볼 때도 그러했다.  지나가다 물을 먹지 못하고 고통 받는 화분을 보면 나는 아무리 바빠도 물을 준다. 그냥 간다면 집에 가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다. 평생 한 번도 목마른 화분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교감을 할 때도 방학하는 날 교실에 남는 화분이 있을까 염려하여 담임선생님들에게 교실에 있는 화분을 학교 현관에 내놓을 것을 알리고, 학생들이 하교 후 전 교실을 순회하여 남아있는 화분을 손수 들고 내려오며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의 이러한 행동을 강박관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나는 감히 이것을 나의 휴머니즘이라고 말한다.




위와 같은 연유로 생선회도 먹지 않는 것이다. 익힌 생선은 먹느냐고? 물론 맛있게 먹는다. 날생선과 익힌 생선이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그것은 분명히 다르다. 날고기는 그대로 피를 보는 살생을 의미한다. 날 고기가 입에 들어올 때 입안의 내 살과 만나는 느낌을 나는 견디기 어렵다. 물컹한 날고기와 내 날고기와의 만남은 그대로 원시이며 식인종이 날로 인육을 먹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화식은 고기를 먹기는 먹되 종이로 싸서 잘 안보이게, 덜 보이게 처리하고 먹는 것이라고 정의하려한다. 물론 나도 “화식은 그래도 휴머니즘이다” 라는 것이 약간 어폐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날고기를 먹는 것과는 다르지 않는가!




엊그제 돼지갈비집을 지나다 보니 간판에 돼지가 앞치마를 두르고 어서오세요 라고 웃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돼지가 이것을 보면 어떨까? 말이 길었지만 하여튼 내가 휴머니스트 인 것이 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셋째 내가 육회를 포함한 생선회를 먹지 않는 것은 그것이 위생적인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것은 대장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세균과 기생충을 함께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성능이 좋은 구충제가 잘 발달되어있지만 그래도 기생충은 가벼이 볼 수 없다. 특히 서양에서는 여름철에 회를 먹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다.  월 이름에 R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달, 즉 즉 May, June, July, August에는 생선회와 굴을 먹지 않는다. 이 기간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익힌 생선도 조심해야한다. 익혀도 상한 조개나 생선의 독소는 조금도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존경하는 김아무개 교장선생님의 사모님은 재작년 여름에 이웃집에서 보내온 삶은 조개를 드시고 패혈증으로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서울대학병원으로 달려갔지만 패혈증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가끔 그 분을 뵙곤 하는데 인생 말년에 독신으로 사시는 것이 너무나 쓸쓸하고 안돼보였다. 삶은 맛살조개의 독 때문에 배우자를 잃다니……




회충을 포함한 기생충약은 여러 번 먹어서 안심이지만 여러해 전에 사무실 동료가 강권하다 시피 하여 간디스토마 검사를 했더니 놀랍게도 보균자였다. 디스토마구충제를 먹었는데 일반 구충제와 달리 먹는 방법도 특이했고 까다로웠다. 민물고기 회와 생간은 조심해야한다. 얼마 전 지인이 생간을 먹으면서 같이 먹으라고 나에게 권하였다. 나는 익혀야 먹는다고 했더니 생간을 먹고 구충제 먹으면 된다고 약을 보여주면서 걱정 없다고 했다. 약을 보았더니 간디스토마구충제가 아니고 회충약이었다. 세상에! 회충약이 독약인 것도 모르나? 많이 먹으면 회충만 죽는 것이 아니고 사람도 죽는다. 그리고 간디스토마에 웬 회충약을! 




어제 40년 지기 친구들과 점심을 횟집에서 먹었다. 어린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하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내가 회를 먹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먹겠냐고 묻지 않았다. 자연스레 횟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바다에 왔으니 그럴 법도 하겠지 하면서 따라갔다. 나는 익힌 생선은 얼마든지 먹는다. 매운탕을 너무나 좋아한다. 나는 별도로 매운탕을 시키려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서둘러 생선회로 정했다.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니다. 맹기호는 음식이 까다롭다느니. 매운 것을 먹지 못해 함께 식사하기 불편하다느니 이런 소리를 한 두번 들은 것이 아니니 이젠 만성이 되었다. 하긴 내가 금연하기 전에는 밀가루 음식과, 커피, 매운 것을 먹지 못했고, 늘 주머니에 소화제와 활명수를 넣고 다녔으니 내가 위장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다 낳았다. 음……내가 친구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생선회의 스끼다시 즉, 보조반찬을 먹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조개국, 꽁치구이, 도다리찜 이렇게 3가지를 먹었다. 보조반찬 중에서 가리비조개회, 회무침, 아나고회, 멍게회, 개불회, 산낙지회, 키조개회 등은 쳐다보기만 하고 먹지 않았으며, 메인메뉴로 나온 도미회, 광어회도 한첨도 먹지못했다. 회를 뜨고 남은 뼈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 될것이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하였다. 드디어 매운탕이 나왔다. 그런데 주인이 밥을 몇 개 드릴까요? 하고 물으니




친구 왈


7 명인데 회 먹어서 배부르니


4개만 주세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


세상에! 나는 매운탕 뼈다귀하고 이제 먹기 시작하려는데……


이정도면 폭력이다.




조금 미안한지 끝나고 나오면서


나에게 한마디 묻는다 너 게장은 먹냐?


그래! 나 게장 안먹는다!


어쩔래! 




(혹, 네가 잘 먹는 음식이 무엇이냐? )


이렇게 물어야지! 만약 나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다.




하도 기가 막혀서 40년 동안 참았던 말을 했다.


다음에 단 한번만 나에게 무엇을 잘 먹느냐고 물어달라고……




나는 개고기도 먹고, 민물매운탕도 먹고, 추어탕도 먹고, 오리고기도 잘 먹는다.


내가 무얼 그렇게 편식한다고! 단지 날고기만 안 먹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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