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성공개최 기념으로 임시공휴일이 지정됨에 따라 연휴를 지내게 되었다. 일요일 하루
는 빈둥거리며 지냈다. 사실 ‘빈둥거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빈둥거림 보다 더 좋
은 것은 없다. 밥먹고, 방바닥에 뒹굴며, 텔레비젼 보다가 인터넷도하고 커피 마시고, 수박먹
고, 전화하고, 낮잠자고……빈둥은 넘 좋다.
연휴 둘째날, 아내는 온천에 가자고 하였다. 이 더운 날에 하필이면 온천이라니! 그러나 아
내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최근에 아내를 위해 특별한 의식(?)을 마련한 적이 없는 나로
서는 물리칠 수 없는 요구였고, 온천이야 뭐 그냥 들어가서 삶은 달걀이나 먹으면 되는것
아닌가! 그정도야 뭐 누워서 떡먹기지! 그래서 택한 곳은 화성시의 월문온천! 그곳에 가면
꼭 온천욕을 할 필요도 없다. 온천 옆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 사무실에가서 담소를 나눌수
도 있고,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할 수 도 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지나다 보니 사무실 문은
닫혀있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꼼짝없이 온천욕을 하게 생겼다.
월문온천 로비에서 아내와 헤어질 때, 아내가 나에게 준 시간은 2시간 30분! ” 잘 씻고 나
와요” 세상에 뜨거운 탕안에서 2시간 30분을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탕을 열고 들어서니 50
명정도의 남자들이 저마다 몸을 씻고 있었다. 나도 샤워를 하고 탕안에 몸을 담갔고, 정성스
럽게 때를 밀었다. 사우나도 세번이나 들락거렸다. 물은 매끈거렸고, 온천의 분위기도 좋았
다. 온천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차로 다시 때를 밀고, 그래도 시간은 남고, 할일이 없으니 다시 탕안에 들어가 허공을 보
다가 다른 사람들을 보게되었다. 나는 인체 크로키 작업을 하지만 남자 모델을 쓴 적은 없
다. 남자 모델을 쓴다면 어떤 사람을 쓸까? 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역시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몸이 보기에 좋았다. 넓은 어깨 아래로 가슴근육이 융기하고, 아랫가슴에서 허리로 내
려가면서 얕은 배꼽을 경유하여 가늘어지다가 엉덩이가 가볍게 발달하고, 이어서 허벅지 근
육이 넓적하게 펴지고 내려가면서 무릎관절을 지나 다시 단단한 장딴지로 이어지다가 가는
발목으로 향하는 몸이 보기에 좋았다. 음……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온천욕 중 1시간 30분은 거의 초인적으로 버틴것이다. 탈의
실에 나와 몸무게를 재보니 62.60kg이었다 들어가기 전보다 400g 줄었다. 그래도 체중을 줄
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밖에 나온 후 자동차 안에서 읽을 거리를 구했으나 오늘따라 시집
한권 없었다. 작은 스켓치북이 한권 있어 야외용 의자에 앉아 소나무 숲을 스켓치하였다. 무
료하진 않았다.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아내가 나왔다.
우리는 보리밥을 먹으러 갔다. 보리밥은 좋았고, 보리밥집 앞의 2000여평의 묵은 밭에는 백
색 야생화가 군무를 이루며 넘쳤다. 망초꽃이었는데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웠다. 아내
는 “달빛을 받으면 은하수처럼 널리겠다”고 탄성을 지었다. 야호!!!! 온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