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으로 땅을 파고 쇠스랑으로 평탄작업을 했다.
날이 저물었다. 후레시를 작동시켜 사진을 찍었다.
밀을 그냥 뿌리면 너무 베게 파종된다. 그래서 밀의 20배에 해당하는 흙과 섞은 다음에 뿌려야한다.
학교에서 핸드폰을 보니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와있다.
가슴부터 내려앉는다! 무슨 큰일이 났구나!
얼른 전화해보니 아버지가 구두용 왁스를 사가지고 오라신다.
세상에! 퇴근하고 말씀하셔도 될일을 나는 119를 불러서 이미 병원으로 출발하신줄 알았다.
잠간 틈을 내어 자저거 타고 LG마트에 갔다. 구두약은 있는데 왁스는 없다.
점심 무렵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빈센트병원에 가서 심장박동기 검사를 하는 날이다.
다행이 심장박동기는 이상이 없이 잘 작동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렸다. 왁스를 사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보행이 불편하니 자동차 안에서 기다리셨다. 주차장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걸음이 바빠졌다.
에스칼레이터를 내려가며 급하게 뛰어가다가 설치해놓은(내가 보기에는 사람이 다치기 딱 알맞은 위치에) 쇠 난간에 허벅지를 강하게 부딫쳤다.
걸음을 걷기 불편할 정도로 아팠다. 운이 없었다. 홈플러스에도 왁스는 없었다.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다시 자동차로 돌아와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다시 학교에 왔다.
퇴근 후 오늘은 밀을 심어야했다. 이미 파종 시기를 놓쳤다. 삽으로 땅을 파고, 쇠스랑으로 흙을 고르고 밀을 뿌렸다.
밀을 뿌리고 쇠스랑으로 덮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찰라에 다리의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모든 힘과 몸의 균형은 다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다리가 무너지면 상체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다리가 무너지면서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지면서 땅에 밖아놓은 철근이 얼굴로 들어왔다.
눈동자 바로 밑이었다. 얼굴을 철근에 찔리는면서 눈을 살짝 피해갔다. 조금만 잘못되었으면 눈을 정면으로 관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날은 저물었다. 씨를 뿌릴 때부터 해가 없었다. 어둠도 사고에 한몫 한것이다.
얼굴에 피가 뜨듯하게 흘러내렸다. 대강 씻고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고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이다. 늙은 몸을 이끌고 어느틈에 후시딘을 사오셨다.
집사람은 병원에 가서 ‘꿰메야한다고 난리쳤는데 나는 왠 호들갑이냐고 꾸짖었다.
저녁 먹으면서 볼 안쪽을 크게 씹었다. 또 사고다! 피비린내가 입안에 퍼졌다. 피를 목으로 삼켰다.
오늘 이상하다 왜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가? 머피의 법칙인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잠이 들때까지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있다면 가을을 좀 과하게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