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장실의 스위치가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것을 용도별로 사용하지 않고 손바닦으로 덮으면서 한꺼번에 두개를 다 켠다. 내가 집지을 때 전기기사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설치한 것이다.>
우리집 식구들은 등을 잘 끄지 않는다.
두 아들은 전기 절약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집에서 제일 밝은 곳이 화장실이다. 나는 어두운 화장실을 싫어한다. 화장실에 100W 짜리 전등 두 개를 달았다. 아주 밝아서 좋다. 형광등이 아닌 전기요금 많이 나오는 백열전구를 달았다. 백열등이 눈에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전등을 하나는 정확하게 양변기 위에 달았고(신문 보는 용도) 다른 하나는 샤워꼭지 위에 달았다.(목용용) 참고로 우리집 화장실은 길이가 비교적 길고 넓다. 몰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용도별로 전등을 켠다. 신문 보는 등은 볼일을 볼 때 켜고, 샤워용 전등은 목욕할 때 켠다.
우리집 아이들은 용도에 관계없이 넓은 손으로 한꺼번에 두 개의 스위치를 덮으면서 두 개를 모두 켠다. 들어갈 때마다 두 개를 다 켜는 것이다.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듣지 않는다. 녀석들은 화장실에서 글을 보는것도 아닌데 대낮에도 불을 켜도 들어간다. 낮에는 켜도 밝기에 변화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나올 때 끄기만 해도 다행인데 나오면서 화장실 전등을 끄는 적이 거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내도 전등을 잘 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식들이야 돈 걱정을 모르고 살았으니 그럴 것이라 생각되지만 아내가 전기를 절약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내의 친정아버지는 평생을 공직생활을 하신 분으로서 4 남매 대학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으셨을 터이니 아내도 유년시절부터 경제교육을 받고 바랐을 것이고, 그렇다면 전기를 절약하는 습관이 들었을 법도 하건만 화장실 전등을 거의 끄지 않는다. 화장실 전등은 켜는 줄로만 알고, 끄는 등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화장실 뿐만이 아니다. 출근을 할 때마다 옷방에 가서 옷을 고르는 아내는 역시 옷방의 전등을 끄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저녁에 퇴근을 해서 내가 옷방문을 열면 하루 종일 전등이 켜있는 상태로 있던 것을 발견하고는 속이 쓰리다. 그 방은 서재를 겸하기 때문에 등이 4개나 달렸다. 4개를 하루 종일 켜놓고 출근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두 아들이 모두 집을 나가고 없으니
전등 안 끄는 것은 이제 아내만의 문제가 되었다. 내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자기가 벌어오는 수입이 전기요금 낼 정도는 충분히 되고도 남으니 제발 잔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 그것이 지식인이 할 소리인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석유가 들어가고, 그것은 자원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지구의 자원을 절약하는 것은 지식인의 당연한 의무가 아닌가? 내가 꼭 전기요금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자기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전기요금 벌어오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정도면 노무현대통령하고 대담을 하던 검사들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가시돋친 질문을 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이정도면 막가자는 얘기지요! 라면서 신경질 내는 것과 다를게 무에있겠는가? 그리고 전기요금 많이 내서 좋을 것은 또 무엔가? 절약하고 그 돈으로 석영이 왔을 때 양념통닭 사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지난번에 아주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였다. 화장실의 전등 2개를 빼버렸다. 나도 무척 불편하였다. 아내도 불평은 하였지만 자기가 지은 죄가 있고, 또 혼자만 불편한 것이 아니니 더 이상 군말은 없었다. 아내보다 더 무서운 자식들이 있었으면 내리기 어려운 조치였으나 자식들이 모두 나가 있으니 걱정 없었다. 나는 한달정도 어두운 화장실에서 생활하다 보면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집이지만 아래층에 부모님이 사시고 나와 아내는 2층에서 살다보니 어느정도 공간구분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여간해서 부모님들이 2층에 올라오시는 일은 거의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아내는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생활한다. 마루의 불빛에 의지하여 걸레도 빨고, 목욕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도 한다. 겉으로는 끌테면 꺼보라지! 그런대로 살만하네! 뭐 이런식이다.
불꺼진 화장실 조치 이후 한 달이 지난 다음 다시 화장실 등을 달았다.
이제 등을 잘 끄려니 했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내의 불 안 끄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도 실패였다.
그런데 전기를 절약하지 않는 버릇은 놀랍게도 어머니한테도 있었다. 어머니로 말할것 같으면 일제 식량수탈기에 어린시절을 보내셨으니 절약이라면 둘째 가라고 해도 서러우실 분인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 돈도 잘 쓴다. 특히 가족의 먹거리를 위해서는 아주 펑펑 쓰신다.
어머니는 보온밥솥을 24시간 켜놓는다. 아침에 밥을 하면 도자기밥그릇에 퍼서 그것을 보온밥솥에 넣어두고, 점심 저녁에 그릇으로 꺼내 먹는데 저녁을 먹은 후에는 빈 밥솥이다. 내가 저녁에 보온밥솥에서 밥을 마지막으로 꺼내면서 빈통이길래 보온밥솥의 전기코드를 빼는 것을 보고 아내가 내버려두라고 한다. 어머니는 코드 빼는 것이 귀찮으셔서 365일 밤낮으로 전기를 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온오프스위치가 있으면 좋으련만 보온밥솥은 코드를 넣고 빼야한다. 그것이 귀찮다고 빈밥솥을 아침까지, 아니 24시간을 그냥 켜놓고 산다니!
세상에! 어쩌면 이럴수가! 어머니는 아내보다 한 술 더 뜬다.
아침에는 아내와 화장실 쓰는 시간이 겹쳐서 아래층 화장실을 사용한다. 오늘 아침에 내가 아래층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전등을 켜자 아버지가 대낮에 웬 불을 켜면서 화장실에 들어가냐? 하신다. 아침 7시가 대낮인가? 아버지는 정말 너무하신다! 나는 신문을 보려면 불을 켜야합니다. 라고 대답하면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전기 단속을 하는 사람은 아버지와 나 이렇게 두 사람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보다 약간 더 심하다. 남성은 전기를 절약하는데 민감하고, 여성은 둔한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가?
백화점에 양복 사러 가보면 안다. 아내는 사자고 하고, 나는 비싸다고 한다. 웬 양복 값이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그런데 비싸서 못 사겠다고 하면,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니 그렇게 말은 할 수 없고, 궁색한 탓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젠가 백화점 양복코너에서 보니 나와 똑같은 사람을 보고 놀랐다. 젊은 부부였는데 아내는 사자고 하고, 신랑은 의자에 앉아서 딱히 화난 것은 아닌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앞에 있는 벽만 쳐다보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쩜 나하고 저리 똑 같을까!
수컷의 본능이다.
암컷은 수컷이 사냥해오는 것을 먹기만 하면 된다. 오늘 먹이가 있으면 오늘 먹고, 내일은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이 되면 수컷이 또 먹이를 가져올테니까 새끼들하고 집에서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수컷의 본능!
수컷으로서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본능!
가족의 대표자로서 끊임없이 벌어들이고,
가족의 생계를 운영해나가는 무거운 책임의식!
그리고 미래의 일까지 대비하기 위해 절약하고 계획하는 책임의식
이것을 아버지와 나는 갖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