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에서 송별연이 있었다.
음식점에서 전체 직원이 모였다.
가시오가피술과 소주를 마셨다.
나는 젊은 시절에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20대 대학시절에 선배들이 주는 술을 맛도 모르고 마셨다.
그런데 소주 반병 이상 먹으면 머리가 아프고 괴로웠다.
속이 메스꺼워 토하기 위해 손가락을 목에 깊이 넣어도
넘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속시원이 토하기라도 한다면 몸이 덜 괴로울텐데
나이 50중반에 이르도록 단 한번도 술먹고 토하기를 성공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정신이 멀쩡한 것이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필름이 끊겼느니 어쩌니 무용담처럼 말하는데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에게 말했더니 설먹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더 먹으면 어느 순간에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주 반병이 정량인 나로서는 너무 괴로워 그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교사가 되어 성인 집단에서 회식을 하게 되면서 부터
술잔을 돌리는 문화에 속하게 되었다.
역시 술자리는 나에게 고역이었다.
선배교사에게 술을 권해야 하는데 그러면 선배가 따라주는 술을 또 받아야하니
그것이 고역이었다. 권하지 않고 구석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면
왜 술을 따르지 않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런 내가 교감을 거치고 장학사를 하면서
술자리가 많아지고 서서히 술이 늘게 되었다.
어제 드디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송별연 자리에서 여러사람에게 술을 권하고 잔을 받았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특별하게 많이 마셨다는 생각은 없었다.
드디어 필름이 끊긴것이다.
음식점에서 다음에는 노래방을 갔는데
문제는 내가 어떻게 음식점에서 나와 노래방으로 이동했는지 그 과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음식점은 2층이고 거기서 내려와 한참을 걸어야 노래방이 있다. 걸어간 기억이 없다.
내가 노래방 소파에 앉은 기억은 난다.
여러사 람들의 몸이 흐느적거리고 있었고
나를 보고 많이 취했다고 말을 건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내가 토하는 기색이 보였는지 누가 나를 옮겼다.
내가 옆방으로 가서 바닦에 토한 기억이 난다.
놀랍게도 시원하게 내용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한 번 토했는데
아침에 물어보니
노래방에서 토하고
노래방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토하고
노래방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토했다고 한다.
두번째, 세번째 토한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택시를 기다린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정현선생이 나를 택시에 태워 교육원 관사로 온 모양이다.
택시에서 내린 생각은 안나고 내 방에 들어온 생각은 난다.
방에 들어와 옷을 벗고 그리고 방바닥에 다시 토했다. 이것도 생각난다.
일어나니 아침이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전화가 여러통이다.
장학관님과 동료들이 내가 없어졌으니 찾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은
1차 음식점- 2차 노래방- 3차 호프집- 4차 교육원관사
이렇게 4군데를 거쳤다고한다. 정말 많이 먹는 사람들이다.
나는 1차 음식점에서 뿅 간것이다.
내가 1차에서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게 많이 마셨나?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컨디션이 나빴는지 모르겠다.
어렵쇼! 핸드폰을 보니 내가 아내와 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아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드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잔뜩 취한 음성으로 무엇을 먹고 살것인지, 어떻게 살것인지 걱정하지 말거라
네 뒤에는 항상 아빠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여라 뭐 이렇게 말했다한다.
음….평소에 늘 하던 이야기구나. 둘째는 더 황당했다고 한다.
아빠가 전화를 걸어 옆 동료를 무조건 바꿔주었단다.
아마도 이정현 선생님을 바꾸어 준 모양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내와 두아들에게 전화를 걸은 것이 전혀 기억이 없다.
아침을 먹으면서
동료들에게 무릉도원에 갔다왔다고 자랑하였다.
필름이 끊긴것이다.
이상한 것은 필름이 끊겼다 이어졌다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아주 작은 순간이 기억 나는 것이다.
나는 어제 처음으로
도화경에 빠졌었다.
그것 한번으로 족하다.
앞으로는 술을 줄여야겠다.
더 이상은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