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늘 결혼하는 너에게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너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거라.
아들아! 나는 네가 태어났을 때 마당에 1m 크기의 조선소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너를 신사로 기르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하였다.
이제 그 소나무는 30년 동안 자라 제법 굵은 둥치에는 붉으죽죽한 적송의 기운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그 소나무를 보고 대문을 나섰다. 너는 정말 그 소나무처럼 잘 자라주었다.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아버지 속을 썩이는 법이 없었다.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효도 할 생각하지 말아라.
너는 이미 크는 동안에 아버지에게 기쁨을 모두 주었다. 너는 이미 효도를 다 했다.
이제부터는 할아버지와 부모생각은 그만하고 네 아내와 함께 너의 아름다운 인생을 펼치도록 하여라.
그런데 아들아! 너는 스무살 이후부터 아버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였다.
어려서 그토록 아버지 말을 잘 듣던 네가 스무살이 되면서 의사결정에 아버지와 상충되었다.
어떤 문제에 의견이 갈리면 너는 너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결국 아버지가 너의 의견을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그래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있나? 그러면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따라 갔다.
그러나 지금도 의문은 남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있나? 고 장탁식 하면서
자식에게 져주는 것은 누가 한 말인지 그게 정말 맞는 말인지 궁금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너와 의견이 상충된 것 중에서 큰 결정은 네가 옳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부탁이 있다. 앞으로는 아버지에게 좀 살살 달려들어라!
어른도 상처받는다. 내가 뭐 성인군자인줄 아냐? 자꾸 달려들면 이제 손좀 보겠다. 정말이다.
둘째 청출어람 청어람이라 하였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원래의 쪽 잎 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스승보다 제자가 더 뛰어날 때,
아들이 아버지보다 뛰어날 때, 후배가 선배보다 뛰어날 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일 중에서 한가지만 부탁한다.
아버지는 물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사가 부자가 아닌 것이 도덕적 삶으로는 오히려 보탬이 되기도 하였으나
평생 교단에 서면서 많지 않은 봉급으로 두 아들의 버팀목이 되려고 아끼고 절약하며 살았다.
그래서 베풀지 못했고 그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못 고칠 것이다.
석가세존은 인생의 참모습은 고통이라 했고 고통의 원인은 욕망이라 했다.
그러니 아들아 부디 원컨대 돈에 욕심 내지마라.
돈과 명예가 상충될 때는 서슴없이 명예를 택하여라. 너 자신의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거라. 꼭 명심하기 바란다.
돈은 그저 먹고 살만한 정도면 족하다. 돈이 안 벌리는 곳으로 가면 빛나는 명예가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못했다. 청출어람이라 했다.
내가 못한 그길로 가기 바란다.
이제 신부 소시은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여기 오신 많은 내빈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고 성혼선언을 마쳤으니 너는 지금 내 아들의 부인이 되었고 또 우리 집안의 가족이 되었다.
조금 혼란스럽겠지만 조금 전부터 내가 네 아버지다.
저 밑에 앉아계신 분이 너의 할아버지이고 할머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네 신랑에게 의논하고 의지할 것이며
또한 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여기 서 있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 바란다.
그리고 신랑이 결정적으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참지말고 안에서 날카롭게 충고하고 바로잡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나는 남성이 여성보다 하등한 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성들이 돌쇠처럼 힘자랑하면서 나약한 여성 위에 군림하려는거 말고 뭐가 있니?
다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다. 신랑이 바르지 않은 길로 갈 때 부인의 날카로운 충고는 금보다 귀하다.
그런데 지금 너를 보니 매우 희망적이다 어쩐지 아들과 내가 붙으면 너는 내편을 들어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고맙구나.
마지막으로 밑에 계신 할아버지는 올해 90세로 할머니와 60년 이상을 함께 사셨고
나는 네 어머니와 정확하게 30년을 함께 살았다. 자식 낳고 살면서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함부로 늑대 욕하지 말아라. 늑대는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한다.
수컷은 사냥하고,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한 쪽이 죽어서 재혼을 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아들아 며늘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아니 검은 머리 다 빠질 때까지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평생 해로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거라 고맙구나!